은퇴를 기쁘게 맞이하고, 100세까지 더욱 폭넓고 둥글게 살아보자.

 

"은퇴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모두 백세지사(百世之師)를 기대해 볼 밖에..."

 

K는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대생 소위 '공돌이'다. 군대는 카투사를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학창시절부터 거의 매일 4시간씩 AFKN을 청취하면서 자신의 영어 발음의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남보다 한발 앞서 연마한 영어 덕분에 다국적 기업으로 성공적인 이직을 했다. 그 곳에서 20여 년간 해외지사장을 맡게 되었으나, 개인사정으로 더 이상 해외근무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결심하였고, 이른 50초반에 직장에 메어있어 이루지 못한 꿈을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첫 번째로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술이 완성될 때마다 옛 친구를 사무실로 불러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두 번째로 집근처 문화센터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해 연말 모임 후, 2차 노래방에서 가슴 속에 고이 품고 있던 하모니카를 꺼내어 멋들어지게 즉흥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요즘 말로 깜놀한 기억이 있다. 세 번째로 25년간 차곡차곡 준비한 장기 관련자료를 정리하여 장기 책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장장 450페이지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 달에 한번 정도는 오랜 지기 몇 명과 자신들이 정말 좋아하는 바다낚시에 나선다고 한다. 거기에 또 다른 그룹의 친구 4명과는 해외로 환갑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인생이 심심할 틈이 없겠다 싶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누리는 정신적 편안함과 정서적 자유로움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친구를 보며 우리는 고작 60에 다가왔을 뿐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유명 노래 제목처럼 바야흐로 100세 인생이다. 아직 즐겨야 할 인생의 길이가 결코 짧지 않다.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어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에 비유되는 한국의 베이비부머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특히 베이비붐이 절정에 달한 1958년생은 약 80만~1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이들 1958년생의 은퇴가 사직되는 시점이 바로 2018년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이며 평생의 행복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조직이라는 좁은 상자 속에서 버티며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베이비부머세대는 행복해 질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 악착같이 버텨온 '행복을 위한 안전장치'에서 강제적으로 떠나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금 서있는 시점이 익숙한 무대를 떠나야 하는 종착역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언제나 마지막 역은 다른 노선으로 이어지는 시발역이기도 했다. 사실 인생에 시작이 어디 있고, 끝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선상의 일부 일 뿐이다. K사장의 사례를 앞부분에 언급한 이유도 그래서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우리말 단어에 환갑잔치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과거에는 환갑을 맞이한 은퇴세대는 부부가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개중에는 환갑에 대비하여 나름 근사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환갑이라는 시점이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중요한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화가 점차 바뀌어 가는 걸 느낀다.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나 센터와 같은 기관을 통해 새로운 앙코르일자리나 사회공헌일자리에 도전하는 50+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혹은 <전자책 만들기>나 <자서전 출간하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소규모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문화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제 '인생이모작', '인생재설계', '인생 2막'이라는 단어에 빨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은퇴를 인정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왜 당신이 K사장처럼 그동안 미뤄놓은 일에 도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우울감에서 벗어나서 은퇴를 기쁘게 맞이하고, 100세까지 더욱 폭넓고 둥글게 살아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