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문화읽기
[영화]
40년차 노부부의 특별한 주말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Ruth & Alex)>
노년의 부부가 40년간 살았던 집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이사갈 준비를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남편 역에는 모건 프리먼이, 부인 역에는 다이앤 키튼이 캐스팅됐다. 모건 프리먼은 이번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뉴욕 브루클린과 맨해튼 사이를 잇는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배경으로 찍은 포스터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며 미소 짓고 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다리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평범하지 않은 주말이 전개된다.
개봉 1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리처드 론 크레인 출연 모건 프리먼, 다이앤 키튼, 캐리 프레스톤, 신시아 닉슨 등
아버지의 시선으로 본 사람과 사회
<아버지의 초상(The Measure of a man)>
회사 구조조정으로 51세에 실업자가 된 한 가장의 이야기다. 영화 속 아버지를 연기한 뱅상 랭동은 이 작품으로 제68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마트 신입 보안요원으로 취직해 CCTV를 지켜보며 도덕적 딜레마를 느끼게 되는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다. CCTV를 보며 항상 누군가를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면을 주인공의 시선에서 주변 상황을 관찰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국내에서는 개봉 전 2015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보였다.
개봉 1월 28일 장르 드라마 감독 스테판 브리제 출연 뱅상 랭동, 카린 드 미르벡, 마티유 샬러, 이브 오리 등
생애 최고의 무대에서 인생을 연주하다
<유스(Youth)>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베트맨 집사 알프레드로 친숙한 배우 마이클 케인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제28회 ‘유러피언 필름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과 공로상을 받았다.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지휘자가 스위스의 한 고급 호텔로 휴가를 떠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영화의 주제가 ‘심플송’이 1월 10일 LA에서 열리는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기대를 모은다.
개봉 1월 7일 장르 드라마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레이첼 와이즈, 폴 다노, 제인 폰다 등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95세 어머니와 70세 아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담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의 진모영 감독과 <춘희막이>(2015)의 박혁지 감독이 각각 라인 프로듀서와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두 감독은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촬영 이후 백발 모자에 모티브를 얻어 각각의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개봉 2015년 12월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안재민 출연 권기선, 이준교
[Review]
백발 모자의 애잔한 마지막 동거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나’라는 존재가 생길 때부터 우리는 어머니와 동거한다. 배 속에서 열 달을 붙어 지내고 세상에 나와서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 누구보다 익숙한 사이지만 자녀가 독립하고 자기 가정을 꾸리면 한솥밥을 먹거나 한 지붕 아래 잠드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된다. 영화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는 예안 이씨 충효(忠孝)당파 16대 종부인 어머니 권기선(1918~2013)씨와 아들 이준교(73)씨의 마지막 동행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들은 자신의 삶의 시작이 그랬듯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하고자 동거를 결심한다.
홍시처럼 얇아진 나의 어머니
열여덟에 충효당으로 시집온 권씨. 남편은 핏덩이 같은 아들만 남겨두고 돌연 세상을 뜬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자 동거자였다. 세월이 흘러, 아들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면서 어머니는 홀로 충효당을 지켰다. 중앙경제의 레저부장과 계간미술의 편집책임자로 일했던 이씨는 은퇴 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다시 충효당으로 향한다.
어머니는 “자기 삶을 살아야지. 여기 어미에게 와 있는 게 뭐가 좋아. 자기 삶 살라고 결혼시켜줬지 어미한테 와서 살라고 결혼시켜줬나. 서울에 식구들을 두고 오니 마음이 갈리지. 나한텐 좋은 게 없어. 그냥 이렇게 사는 거라고”라며 혼자 내려온 아들을 걱정한다. 백발노인이 다 된 아들이지만 어머니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나 마찬가지. 그런 어머니를 ‘아홉 살 아기’라 부르는 아들. 자나 깨나 서로를 걱정하는 이들의 모습은 애틋하기만 하다.
점점 기력이 떨어지고 어제 오늘의 기억까지 잃어가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어매 껍질만 남았다. 홍시처럼 얇아져서 겁이 나.”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아들은 자꾸만 불안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상샘, 폐, 심장, 유방까지 암이 퍼지며 병원에 입원하는 어머니. 축 처진 모습으로 가느다란 숨을 내쉬는 어머니를 본 아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빨리 힘내서 벌떡 일어나야지. 아들 손 잡고 뚜벅뚜벅 걸어가야지. 앵두나무 꽃이 이제 피려고 그래. 복숭아나무도 피고, 매실도 피고. 근데 어매는 왜 자꾸 이렇게 처져.” 속상해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사람처럼 살아야지. 충효당으로 가자”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온 모자는 어머니의 생애 마지막 날까지 언제나처럼 오붓한 한때를 보낸다. 함께 밥을 먹고, 낮잠을 자는 등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그들에겐 무척이나 소중하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얼굴을 가리게 되면 다시는 얼굴을 뵐 수 없습니다”라는 염장이의 말에 오열하는 아들은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어매 서운한 것, 잘못한 것 다 용서하세요. 다음 생에 꼭 만납시다. 좋은 인연으로 만납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