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사는 미셸(72세)은 퇴직한 후에 <사랑의 SOS(SOS Amitié)>에 걸려온 전화를 받아 상담해 주는 자원봉사자로 일한다. ‘잘’ 들어주는 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며, 수화기 반대편에서 고통을 토로하는 낯선 사람의 괴로움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한 뒤에 남을 돕는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의 고민을 들어 주며 상담하는 일을 할 만한 곳을 찾았죠. 그러던 중 <사랑의 SOS> 협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길로 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2년이 되었네요.” 미셸이 말한다.
<사랑의 SOS> 자원봉사자가 하는 일
“심각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통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것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지원이자, 큰 축복입니다. 따라서 제 여유 시간에 고통을 겪는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미셸이 말한다.
<사랑의 SOS> 자원봉사자들은 다양한 유형의 괴로움에 귀를 기울인다. 전화를 받는 자원봉사자의 목표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이의 심적 고통을 일시적으로라도 덜어주는 것이다. 이들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고민을 열심히 들어줌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때로는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거나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저는 한 번에 4시간씩, 1년에 40회 봉사 활동을 합니다. 이 가운데 열 번은 밤에 그리고 다섯 번은 주말에 일하죠. 고민을 들어주는 자원봉사 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전화 응대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건 바로 익명성 지키기, 비밀 유지하기, 호의 보이기, 지시하지 않기, 충고하지 않기, 정치적 중립 지키기, 종교적 중립 지키기, 그리고 편견 갖지 않기입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예를 들면 특히, 강간처럼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고 고백하는 경우 등엔 일부 원칙을 지킬 수 없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 원칙이 늘 정확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죠.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누군가의 삶과 내면을 갑작스럽게 접하면서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은 사전에 치밀한 교육을 받고, 3주마다 심리 검사를 받으며 정신 건강을 지킵니다.”
이 일을 하며 자원봉사자도 변화한다
낯선 사람의 말을 경청하려면, 무엇보다 유연한 마음을 갖는 게 필수라고 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쉽사리 조언해서도 안 된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도우미’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이들은 전화를 끊을 때, 상대방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들은 또한 자신이 잘 듣고 있는지를 늘 자문하는데,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접근 방식이자 상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늘 궁금합니다. 가장 힘들 때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그런 생각을 정말로 실행에 옮기려는 사람을 대할 때에요. 제가 이야기를 들어줘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는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에 좌절할 때도 있죠. 어쨌든 자원봉사를 시작한 뒤로 주변에서 제가 남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속내를 털어놓을 때면,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인간으로서 정말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미셸은 몇 년 전부터 <사랑의 SOS> 사이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젊은이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녀는 자원봉사자로 12년 동안 일하면서, 사이버 폭력, 특히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사이버 폭력이 젊은 세대의 삶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 알게 되었다. 이것은 더 큰 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이러한 피해자 중 많은 이들이 삶을 끝내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미셸은 이런 이들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식 사이트로 신속하게 이끌어준다. “우리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일은 제 삶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미셸이 힘주어 말한다.
우리나라는 <생명의 전화>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 상담원들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상담 전화를 받고 있으며, 이곳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받고 ‘생애 위기 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상담사로 일할 수 있다.
출처 : 플렌느 비(Pleine 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