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굿즈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알라딘 인터넷 서점이었다. 책 구매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팝업창이 하나 떴다.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알라딘의 특별한 굿즈를 준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들은 굿즈 마케팅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가성비, 가심비를 모두 채울 굿즈를 원한다. 올 여름도 뜨거운 굿즈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글. 김준영 사진 출처. 알라딘,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할리스커피, 코카콜라
반가워! 기다렸어 ‘굿즈’
‘상품, 물품’이라는 뜻의 굿즈는 2010년 초반에만 해도 연예인이나 특정 브랜드가 출시하는 기획상품이었다. 연예인의 팬덤이 형성되면서 응원 봉이나 우비, 포토카드와 같은 기본 굿즈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식품업계나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굿즈를 만들었을까?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아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요즘 같은 시대에 단지 제품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은 제품을 넘어서 감성을 전달하며 소비자와의 소통을 원한다. 게다가 굿즈는 충성고객 이외의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의 일종이기도 하다.
스타벅스의 경우 굿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소비자들은 그것에 열광했다. 인기 굿즈의 경우 순식간에 제품이 품절되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에서 스타벅스 굿즈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고파는 희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너도 나도 스타벅스의 굿즈를 갖기 위해 애를 썼다. 사실 스타벅스의 굿즈는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굿즈를 구매하는 가장큰 이유는 “소수의 한정판 제품을 가지고 싶어서”였다. 새롭고 특별한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MZ세대의 감성에 굿즈 마케팅은 꼭 필요한 전략인줄도 모르겠다.
캠핑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캠핑 굿즈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여파로 쉼과 건강에 초점이 맞춰진 우리의 여가생활. 우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업들은 캠핑 굿즈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식품업계의 굿즈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스타벅스
올 여름 스타벅스는 ‘서머데이쿨러’와 ‘서머나이트싱잉랜턴’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년에 선보인 ‘서머래디백’과 ‘서머체어’의 후속 굿즈라고도 할 수 있을 캠핑용품 굿즈다. 여름과 겨울, 홀리데이 기간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일반음료 14잔, 특별음료 3잔)를 모두 완성하면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 파리바게뜨
파리바게트는 올 여름 노르디스크와 손을 잡고 여름 캠핑 굿즈를 선보였다. 바로 ‘이지쿨러백’과 ‘클래식우드장우산’, ‘DDD’, ‘OOO’이다. 4가지 제품을 순서대로 사전예약 기간을 거처 매장에서 픽업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파리바게트 제품 교환권 2만원과 할인된 굿즈의 가격을 합산해 미리 지불하는 형태다.
▶ 할리스커피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해서 만든 상품인 ‘슬로우체어’, 간편하게 접을 수 있는 ‘멜로우테이블’, 단계별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글로우랜턴’ 3종을 내놓은 할리스. 할리스에서 1만 5천 원 이상 구매 영수증 1개 당 썸머 굿즈 1개를 프로모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왜 사람들은 굿즈에 열광 하는가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사람들은 굿즈를 갖고 싶어 한다. 왜일까? 첫 번째는 한정된 기간과 수량, 그리고 희소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굿즈는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심리와 비슷하게 작용한다. 한정된 시간을 주고 그때 구매하지 못하면 다시는 얻을 수 없을 것처럼 쇼호스트는 사람을 홀린다.
두 번째는 기업의 마케팅 능력이다. 기업들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굿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지난해부터 식품업계가 캠핑용품을 굿즈로 내놓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캠핑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굿즈의 퀄리티가 날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캠핑전문업체인 노르디스크와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캠핑제품을 출시한 것부터 엉성한 굿즈를 소비자에게 내놓지 않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가성비, 가심비 모두 잡은 탄탄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네 번째는 MZ세대의 과시욕을 충족해준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MZ세대는 가성비가 좋은, 과시가 가능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차별적인 가치 지향적 소비를 추구한다. 그래서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굿즈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
‘사는 게 힘들면 사라’는 말이 있다. 소비는 그만큼 인간의 욕구를 해소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다. 사람들이 꼭 필요한 물건만 산다면 세상은 재미가 없어 질 것이다. 조금은 절제가 필요한 순간도 있겠지만, 굿즈로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 또한 나쁘다고만은 말할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