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온라인 독서토론’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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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거인의 어깨’라고 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면 예전에 보지 못한 세상이 보인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는 게 과장은 아니다. 독서의 힘은 그만큼 위대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의 풍경이 바뀌었다. 마주 보는 게 공포이자 결례인 시대다. 차 한 잔을 나누고 세상 얘기를 섞어가며 책의 주제를 논하던 독서토론도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책을 덮고 SNS를 여는 시대에, 온라인이 ‘배움의 연결선’이 되는 건 IT시대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밥도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먹을 때 맛도 있고 풍성하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책인데도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생각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되어 잘 차린 밥상처럼 푸짐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디를 나갈 수도, 누구를 만날 수도 없어 답답할 때, 책이 사람들을 이어주고 만나게 해주었다. 현재 전국 온라인 독서토론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시간도 공간도 다 허물어뜨렸다. 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직장인들은 퇴근한 저녁 시간, 어린 자녀가 있는 엄마들은 새벽 시간, 육아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엄마들은 새벽까지 온라인 줌 회의 등으로 접속해 토론을 즐긴다.
비대면 온라인 독서토론회 현장
줌은 온라인 독서토론의 일등 공신이다. 마스크 벗은 얼굴을 마주하며 책의 내용을 토론하며 의견을 나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참여자를 넓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덤이다. 주변에도 온라인으로 독서토론을 하는 지인들이 많다. 다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편리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오프라인 시대로 돌아가도 ‘온라인 독서토론’의 열기는 식지 않을 듯하다. 장소의 구애를 덜 받고 시간도 절약되는 건 분명 이점 아닌가. 물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의 향기보다 정감은 적겠지만.
필자는 작년부터 지역 독서토론 지도자 양성 과정에서 만난 회원들과 온라인 독서토론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토론할 책 목록은 한 달 전에 단톡에 공지가 되고, 각자 자유 논제와 선택 논제 두 개씩 뽑은 후 그 논제를 모아서 월 2회 2시간씩 토론을 하는데, 그 시간은 무엇으로 바꿀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각자 취향대로 찾는 것도 필요하지, 싶다. 내가 아는 한 온라인 독서 모임은 책을 선정해 매일 한 사람씩 할당된 페이지를 읽어 음성 파일로 단톡방에 올린다. 그리고 낭독 파일을 읽은 회원들 간에 댓글로 생각을 나눈다. 책 한 권이 끝나면 각자의 후기도 올린다. 서로 얼굴을 못 보니 아쉽지만 나름대로 설렘도 있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는 날, 둘러앉아 크게 웃으며 책 얘기를 할 수 있을 테니 마주하지 않아도 마주하는 듯하다.
물러서지 않는 코로나로 세상이 여전히 어둡고 답답하다. 마음도 우울하고 무겁다. 때론 책 한 권이 삶에 위로가 되고, 길에 방향이 된다. 책은 혼자 읽어도, 둘이 읽어도, 여럿이 읽어도 다 나름의 뜻이 있다. 본질은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가 아니라, ‘당신 곁에 책이 있느냐’는 거고, ‘당신이 그 책을 집어 드느냐’는 거다. 뜻만 세우면 언제 어디서든 책과 마주할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삶은 게으른 인생의 몇 배를 사는 셈이다.
오늘 게으른 자는 늘 내일이 있다고 말하고, 그 내일은 다시 내일로 미뤄진다. 핑계를 찾는 데 시선을 돌리지 말고, 시간의 자투리(餘)들을 둘러보자.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코앞이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책으로 위로하는 건 어떤가?
50+시민기자단 김경희 기자 (bomsky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