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한 마리가 문득 지금까지 너무 게을리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달팽이는 지금이라도 뭔가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태산(泰山)에 오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다가 곧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태산까지 가는 데 3천 년, 양자강을 건너는 데 다시 3천 년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은 아침에 죽을지 저녁에 죽을지 모르는 처지였지요. 달팽이는 자신이 수명이 너무 짧은 것을 한탄하다가 분하고 억울한 나머지 헛간 꼭대기에서 스스로 말라 죽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우화입니다. 이번엔 다른 달팽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른 봄, 달팽이 한 마리가 앵두나무 위를 끙끙대며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꿀벌 한 마리가 다가와 달팽이에게 말했습니다.

“바보야, 앵두가 열리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해.”

달팽이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앵두나무를 기어오르며 대답했습니다.

“가지 위에 도착할 때쯤이면 앵두가 익어 있을 거야.”

 

한 달팽이는 머릿속으로 목표와 계획만 세우다가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절망했고, 다른 달팽이는 먼 앞날을 내다보며 행동에 옮겼습니다. 누가 더 현명할까요?

 

먼저 행동에 옮겨라

초심(初心)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단단히 마음을 먹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심이 흔들리게 되지요. 하지만 일단 한 걸음을 떼고 나면 목표에 다가가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열 번을 주문하면 한 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많습니다. 이런 업소는 대개 열 개의 빈 칸이 그려진 쿠폰을 제공하고, 주문할 때마다 빈 칸에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빈 칸 하나가 채워지고 나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 업소를 다시 찾게 되지요.

 

2006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란 키베츠(Ran Kivets) 연구팀이 동네 커피숍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빈 칸이 10개인 쿠폰이었고, 다른 하나는 빈 칸이 12개인데 앞쪽의 두 칸에 이미 스탬프가 찍혀 있는 쿠폰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10개짜리 쿠폰을 사용한 고객들은 무료 커피를 얻기까지 평균 15.6일이 걸린 반면, 12개짜리 쿠폰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 12.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탬프를 열 번 찍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쿠폰이 같지만, 두 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혀 있는 쿠폰은 목표의 6분의 1을 달성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미 뭔가를 시작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지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요. 모든 일은 첫 발을 떼는 것이 어렵습니다. 100미터 달리기의 출발선에 섰을 때, 일단 박차고 나가면 한 가지 선택밖에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이지요. 목표까지 남은 거리가 짧을수록 성취동기가 더 커지는 것을 ‘목표 가속화 효과(goal gradient effect)’라고 합니다. 1930년대 초반 미국의 심리학자 클라크 헐(Clark L. Hull)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먹이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동기가 증가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는 도보 여행자를 상상해보세요. 아침에 출발해서 5킬로미터를 걸은 사람과 10킬로미터를 걸은 사람 중 누가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가 클까요? 두 말할 것도 없이 절반을 걸어온 사람은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적겠지요.

 

 

실천력을 높이는 글쓰기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신념이나 목표를 글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글을 쓰면 말로 하는 것보다 자기 신념이 강해지고 행동도 적극적이 됩니다. 1955년에 진행된 심리 실험에서 종이에 직접 정답을 적은 사람들은 칠판에 답을 적었다가 지울 수 있는 사람들에 비해 다섯 배나 더 자기 신념을 지켰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문서로 작성하고, 직접 서명하면 초심을 유지하기가 훨씬 쉬워지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미래의 목표를 떠올리고, 삶의 가치관을 세웁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글쓰기는 통증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키고 자제력을 길러준다고 합니다. 또 자신의 가치관을 글로 쓴 사람들은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남의 탓으로 돌리는 현상도 감소했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글로 남기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입니다. 또 목표를 향해 나가면서 성취의 단계마다 그 기쁨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침대에 누워 계획만 세우다가는 목표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것을 글로 적어보세요. 그런 다음 지금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행동으로 옮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