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x9788972754015.jpg

 

요셉은 가나안으로 돌아갈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헛간은 장미꽃밭으로 바뀔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살아있는 모든 걸 집어삼키려고 홍수가 닥치면

노아가 태풍의 눈 속에서 너희들을 안내할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이란의 시인 하페즈의 시-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의 두 번째 소설로, 절망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꿔 잔인한 시절을 살아낸 두 여성의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아홉 살에 파리로 가 198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 작품은 그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일하는 동안 틈틈이 써온 작품인데, 그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문학의 무한한 힘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에 발표되어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피폐한, 그러나 사랑의 비의를 엿보게 하는 삶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서문에서 호세이니는 이렇게 말한다.

 

내 눈의 빛인 하리스와 파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어린 남자아이라도 동행하지 않고는 여성 혼자 어떤 외출도 허용되지 않았던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살아내야 했던 평범한 아프간 여성들의 삶,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눈물겹고 비참하다.

 

특히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를 중심으로 한 남자를 통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들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조차 비참해지게 한다. 그러나 작가에게는 이 비극적인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었다. 호세이니는 폭력과 배반의 이야기를 구원의 인간드라마로 만들 줄 아는, 서구 작가들이 감탄할만한 능력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야기의 배경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옛 페르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이란의 국경 지역 아프가니스탄은 여러 나라로 둘러싸인 내륙국가로 많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어야 했던 비극적이고 찬란한 역사의 나라이다.

2007년 아프간 인질 사태로 우리에게는 탈레반으로 알려진 이슬람의 나라,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식의 편견으로 인식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종교에 대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 모든 것을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텍스트라 할 만하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이해를 위해 문학작품이 활용되듯이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은 이슬람 문화와 접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내는 삶의 이야기가 바로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련의 침공 이전의 평화로운 시기에서부터 혼란한 순간인 지금까지의 파란만장한 아프간 역사를 아우르고 그 역사를 살아야 했던 아프간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염원이 녹아들어 있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야 말로 아프가니스탄 이해의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제목은 17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이브에타브리지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 카불에서 따온 것이다. 태양 속에 빛나는 장미와 튤립으로 가득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카불~ 하늘의 천사들도 카불의 푸른 초원을 부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도시의 지붕 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달들이 반짝이고 벽 뒤에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이 숨어 있는, 시인 사이브에타브리지가 보기에 카불은 천국에 이르는 길목이다.

 

작가 호세이니는 이 시의 한 구절을 이용하며 카불의 아름다움과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역사, 자신이 태어난 곳에 대한 그리움을 교차시키며 아프간 여성의 내면에서 바로 천 개의 아름다운 태양을 찾아내고 있다.

 

전쟁과 내전으로 또다시 혼란스러운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을 보며 그곳에 남은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추천한다.

 

 

152238917_264807555016068_7789666076167756963_n.jpg
할레드 호세이니 (출처 : 할레드 호세이니 페이스북 채널)

 

소설가 박완서는 말한다. ‘지속되는 전쟁, 테러의 포연 냄새, 그리고 굶주림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랑이 싹트고 생명이 태어나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스승이 있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석불을 보러 갔던 아름다운 추억과 태양이 있기에 삶은 지속되며,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람들이 진실로 사랑했던 기억만이 희망이고 구원이라는 게 여전히 신비롭다. 무엇보다도 감동스러웠던 두 여자의 우정이다라고.

 

너무 슬퍼서 아름다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어야 할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다.

 

 

50+시민기자단 유은숙 기자 (dlxhrhf@naver.com)

 

20210601_서울시50플러스재단_시민기자단_웹명함_18명_수정_outline_유은숙.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