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未知)’에 대한 설렘으로
마을 주민과 지역 작가를 연결하는 문화콘텐츠의 장,
한옥 책방을 창업하는 김길준 대표를 소개합니다.
"5060은 새로운 길을 찾는 전환점이에요."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오래 걸리더라도, 같이 걷고 싶어요"오래 걸리더라도, 같이 걷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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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준 대표는 5060 세대를 새로운 일을 찾고 도전하는 전환의 시기로 바라보고,
우리가 발을 딛는 환경, 지역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도시재생이야말로
50+에게 어울리는 일 같다고 한다.
그는 요즘 미지(未知)의 세계인 강릉 전원마을에 새롭게 뿌리 내릴 준비를 하며,
새로운 이웃들을 맞이할 한옥 문화공간을 꾸리는 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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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살다가 강릉 이주를 결정하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50+의 삶을 모색하는 김길준입니다. 한식 디저트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전원책방을 준비하고 있어요.
Q. 서울에서 나고 자라셨는데 강릉 이주를 결정하신 계기가 있나요?
강릉에 절친의 본가가 있는데, 그 친구 아버님께서 낡은 시골집을 예쁘게 고치셔서 주말마다 놀러 가곤 했어요. 자주 오가다 보니 강릉에 매력을 느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릉은 바다와 산이 있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데다가, 서울 사람도 큰 불편을 못 느낄 만큼 도시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에요. 강릉만의 고유한 기품도 있고요. 물론 제게는 미지에 대한 도전이죠. 이제까지의 모든 삶을 정리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 나이라면 늦지 않은 때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다른 일에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하고요.
Q. 그럼 강릉에서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담긴 책방을 내기 위해 전원마을에 한옥을 짓고 있어요. 집을 짓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보니 주변의 우려가 컸죠. 저도 처음에는 기존의 구옥을 개조할 계획이었는데, 여러 집을 둘러봐도 저의 공간 구상과는 맞지 않더라고요. 이왕 커다란 전환을 시도하는 김에 정확히 원하는 바를 구현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제가 가진 그림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결과물은 반드시 나올 거라 확신했거든요. 다행히 예산에 맞는 적당한 토지와 좋은 건축가를 만나게 되어서 현재 공사를 준비하는 중이에요.
Q. 책방의 주요한 특징이나 콘셉트가 있을까요?
‘한식 디저트가 있는 전원마을 책방’이 저의 창업 아이템이에요. 방문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서가와 한옥이라는 공간 특색에 어울리는 한식 디저트 판매를 결합했죠. 무엇보다 저는 책방이 지역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길 바라고 있어요. 외곽에 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나아가 전시회나 소규모의 페어와 같은 행사들을 기획하면서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할 계획이에요. 강릉에는 지역 작가와 공예가들의 커뮤니티가 꽤 잘 형성되어 있고 이곳에 정착하려는 예술가들도 많은 편이거든요. 이들이 대중에게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괴산에 있는 한 마을 책방은 다락방 한 칸을 주민들에게 북스테이 형태로 자유롭게 개방하기도 하던데요. 지역 학교에서 책방으로 소풍을 가기도 하고요.
저도 바로 그런 분위기를 지향해요. 물건을 구매하는 ‘매장’이기보다는 편안히 찾아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 찾아가면 늘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그런 공간이요. 강릉 주민과 강릉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만족감을 얻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Q. 도시재생의 취지와도 잘 맞는 공간이 될 듯해요. 원래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점프업 5060>에 참여하기 전에는 도시재생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오히려 점프업을 통해 접점을 찾게 됐죠. 처음에는 누구나 갖는 소박한 로망으로 강릉 이주를 고민했어요. ‘아담한 동네에 예쁜 책방을 지어 살고 싶다’ 정도의. (웃음) 콘텐츠를 접하기 힘든 지역이지만, 그럴수록 책방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어 주민들과 즐길 거리를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가진 콘텐츠 기획 경험들도 살릴 수 있을 테고요. 그러다 점프업 교육 이후, 소박하고 막연하던 창업 계획이 구체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어요. 하고 싶던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와 전문성이 생긴 거죠.
Q. 콘텐츠 기획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 창업 이전에도 관련된 일을 하셨나 봐요.
대학 전공은 경영학인데, 방송작가 공부를 했어요. 드라마작가가 꿈이었거든요. (웃음) 드라마 제작팀을 만나 10년 넘게 일을 해왔어요. 작가로 데뷔하지는 못했고, 작은 케이블 방송사와 연극 제작 프로덕션에서 콘텐츠 기획, 제작 총괄 등을 했죠. 프로덕션에서 퇴직한 후로는 취업보다 앞으로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인 창업을 고려하게 됐어요. 문화콘텐츠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Q. 대표님께서는 어떤 책과 작가, 혹은 장르를 좋아하세요? 독립서점은 서점 대표의 취향이나 입고되는 도서의 색깔을 통해 정체성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저의 취향은 별로 마니아적이진 않아요. 오히려 대중적인 편이라, ‘좋아하는 책들을 두루두루 권해야지’ 정도로 책방 창업에 접근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 달라서, 주인이 직접 북 큐레이팅을 하는 만큼 그의 안목이 곧 서점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책방으로서의 경쟁력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죠. 하지만 점프업 고도화 컨설팅을 받으면서 공간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보게 됐어요. 저는 책을 판매하는 ‘서점’보다는,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공간’을 더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Q. 그럼 <점프업 5060>은 어떤 경로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아내가 여성창업프라자에 입주해있는데, 아무래도 공공시설에 있다 보니 지원사업 정보를 잘 얻곤 해요. 마침 강릉 이주를 막 결정하고 책방 창업을 고민하던 시기라 아내가 점프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지금은 점프업을 추천해 준 아내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죠. (웃음)
Q. 덕분에 이렇게 인연이 닿았네요. <점프업 5060>의 가장 좋은 점을 꼽는다면요?
교육과정 동안, 혼자서 막연하게 준비하기보다는 체계적인 과정을 밟으며 하나씩 현실화해나가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수행을 해야 한다는 약간의 긴장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고요. 점프업이 아니었다면 아마 더 오래 걸렸을 텐데, 창업 준비과정을 효율적이고 밀도 높게 추진할 수 있었어요.
Q. 교육과정 중 고도화 컨설팅의 도움을 많이 받으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또 어떤 게 있으신가요?
‘현장실습’이요. 강릉에는 인문교양서를 거래하는 서점이 네 곳 정도 있는데, 그중 <고래책방>에서 실습을 진행했어요. 책방 대표님께서 실무 기회를 많이 주셔서 책방의 1주일 루틴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고요. 저와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콘텐츠로 운영되는 사업 현장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수확이죠. 강릉 내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도 되었고요. 공예가인 아내가 고래책방에 샵인샵(shop in shop) 형태로 굿즈를 납품하며 먼저 협업을 시작했어요. 책방 대표님도 친정처럼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시니, 앞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같이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벌써 지역 네트워크까지 쌓아가고 계시니 책방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우선 과제는 예정대로 한옥 완공을 잘하는 것이고요. 지역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강릉 주민들과 관계를 쌓아가려고 해요. 강릉은 서울과 비교하면 작은 사회라서 입소문이 참 빨라요. 벌써 ‘강릉 학산에 한옥 책방이 지어진다’라는 소문이 퍼졌거든요. (웃음) 제가 할 일은 한번 온 방문객이 또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도록, 멋진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죠. 콘텐츠를 기획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안착하는 프로그램도 생기겠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나가고 싶어요.
Q. 끝으로 도시재생 창업을 준비하는 신중년 세대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5060 세대는 생애주기 상 이전의 삶을 한번 돌아보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거나 찾아보게 되는 시기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우리처럼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은 퍽 잘 어울리는 영역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내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환경, 공간, 지역에서 다른 가치를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해보는 거니까요. 지난 삶의 경험치를 활용하면서,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