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바다로 돌아간다 「에코다잉, 해양장(海洋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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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여든여덟 생신을 앞둔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모신 지 딱 하루 만에 돌아가셨다. 연세는 적지 않았지만, 평소에 특별한 병세가 없었기에 가족 모두가 그저 황망하기만 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당신이 돌아가시면 매장보다는 화장을, 그리고 봉안당보다는 자연장을 해달라고 미리 당부하셨었다. 그리고 오래전에 먼저 돌아가셔서 고향의 교회 묘지에 묻힌 아버지 산소도 개장하고 화장해서 같이 모셔달라고 하셨다. 가족들과 의논한 끝에 부모님을 해양장으로 모시기로 했다. 일단 어머니 유골은 임시로 봉안당에 모셨다가 아버지 산소 개장, 화장을 마친 후에 비 내리는 어느 날 인천 앞바다에서 두 분을 함께 바다로 떠나보내 드렸다.
자연장은 에코다잉(eco-dying)이라고도 한다. 화장한 유골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친환경적인 장례 방법이다. 하지만 수목장, 해양장, 산골장처럼 화장 후 유골을 뿌리거나 흙과 섞어 함께 장사를 지내는 자연장법은 모심과 동시에 자연과 동화된다는 점이 생각과 마음가짐에 따라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 우리 가족이 선택한 해양장은 유골이 가장 깨끗하고 완벽하게 자연과 동화되는 이유로 많은 분이 선호하고 있다. 해양장이란 다양한 장묘 방법 가운데 고인의 유골을 바다에서 장사지내는 전통적인 장법으로, 푸르고 넓은 바다 자체가 “산소”가 되는 전통적이며 친자연적인 장묘 방법이다. 자연으로 스며드는 장사 방법으로 바다를 통해 고인을 모시고,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의미로 인해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해양장의 장점은 여러 가지로, 먼저 바다에서의 성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해양장을 주관하는 장례업체에서 공동 추모 선박을 정기 운항하고 있으며 추석, 설날, 한식날 등 명절에는 추모 선박을 증편 운항하여 해양장으로 모신 후에도 언제든지 성묘할 수 있기에 더 의미 있게 모실 수 있다.
흔히 바다를 “인류의 고향”이라 여기듯,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 의식”으로써 좁은 이 땅에서 한평생 보냈지만 돌아가신 후에는 넓고 푸른 바다에서 맘껏 자유를 누리시라는 바다 장례 문화의 뜻을 가지고 모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해양장은 어느 장례 방식보다 비용적으로 부담이 적다. 별도의 봉안 관리비가 없다. 봉안당, 수목장, 공원묘지는 1년 단위 5만 원가량 시설 관리 명목의 관리비가 있지만 해양장은 별도의 시설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관리비가 따로 생기지 않는다. 또한 당연히 묘소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계절이 바뀌거나 분기마다 산짐승에 의한 묘지 훼손 태풍,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로 묘소가 훼손되었을 때 벌초하고 떼를 다시 입혀야 하는 등의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해양장은 묘소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점차 핵가족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묘지관리도 어려울 뿐더러 고인과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 가족처럼 다음 세대가 단절될 때는 사후관리가 불가능하게 되는 예도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은 더욱 더 큰 장점으로 볼 수 잇다.
이미 주변 국가들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자연장이 보편화되고 있는 데 반해 토지 이용에 대한 여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에서는 봉안당, 수목장, 잔디장도 일정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기에 몇몇의 자연장법에 대해서도 미래에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조건은 정화 능력이 육지의 3배인 바다로의 산골이 최적의 자연 친화적인 장묘 방식이라 하겠다.
*산골 : 유골 따위를 화장하여 그대로 땅에 묻거나 산이나 강, 바다 따위에 뿌리는 일.
우리나라에서 해양장이 가능한 곳은 딱 두 군데이다. 부모님을 모신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와 부산수영만 앞바다가 그곳이다.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어 아직은 많은 분이 해양장으로 가족을 모시는 데는 한계가 있는 형편이다.
해양장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바다에 고인을 모시면 다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바다의 항로를 표시하는 부표 주변에 고인을 모심으로 산소처럼 찾아뵐 수 있다. (바다의 항로를 표시하는 부표는 각각의 번호가 있고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해양장의 절차를 살펴보면 각 가정의 종교의식에 따라 장례 절차가 진행되며 화장한 고인의 유골을 모실 때 주변에 흩날리지 않도록 전용 산골기를 이용하여 모심으로 유골을 더욱 깨끗하게 모시게 된다. 산골 장소로 가는 배 안에서 위령제(제사)를 또한 모실 수 있는 장소와 제기도 준비되어있다.
어머니 일 주기를 앞둔 지난 추석날 아침, 우리 가족들은 함께 인천 연안부두로 향했다. 장례업체에서 마련한 추모 선박에 올라 인천 앞바다로 나섰다. 배에는 많은 성묘객이 각자 흰 국화 한 송이 또는 작은 기념품들을 들고 바닷바람을 맞고 있었다. 십분 남짓의 뱃길에는 갈매기들이 꽃잎처럼 휘날리며 우리를 따라왔다. 멀리 인천대교가 보이는 바다 한가운데에 부모님을 떠나보낸 부표가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배는 부표 주위를 몇 바퀴 돌면서 고인들을 추모할 시간을 줬다.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어릴 적 부모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기억이 났다. 부모님은 지금쯤 아마 멀리 여행 중이실 것이다. 평생 한 번도 못 해 본 해외여행 중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바다는 그곳과 닿아 있을 테니 우리의 인사를 받으시리라.
꼭 명절 성묘가 아니더라도 문득 사는 일에 지쳤을 때 내 부모님을 만나러 바다 한가운데로 오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가며 그리고 닿은 그 바다에서 오래오래 부모님은 나를 위로하실 것이다. 내 부모님은 온 바다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50+시민기자단 김재덕 기자 (hamoone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