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모인 지는 딱 1년. 봄바람 불던 2017년 3월 어느 날. SNS로 ‘외롭다, 외롭다’를 외치다 처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였다. 1년도 안 돼 기막힌(?) 사고를 쳤다. 또 어떤 일을 벌여볼까 머리를 맞대기 위해 매달 얼굴을 마주한다. 아! 그 이름도 곱디곱다. 이름하야 ‘미미클럽’! 이름 때문에 예쁜 언니 모임인 줄 알았더니 중년 신사의 웃음소리도 함께 넘쳐난다. 사회의 리더로서 멋지고 섹시하게 삶의 방향을 제시할 줄 아는 미미클럽!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드디어 만나봤다.
능력 있는 작가군단(?)이 할 수 있는 일
이들 만남의 시작은 인터넷 공간이었다. 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소는 페이스북(facebook.com). 서로의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고, 댓글로 응수하면서 가까운 친구가 되어갔다.
홍익희 작가가 그럴듯해 보여도 골방에서 책 쓰고… 사실 심심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급 작가도 있겠지만 수준 낮은 작가는 일종의 배출처럼 외로움을 표현하려고 해요. 제가 어떤 무리에 속하겠어요.(웃음) 어느날 페이스북에 ‘외롭다’ 표현했는데 김성회 박사가 반응을 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온라인 친구가 오프
라인 친구가 된 것이죠. 그리고 만나서 이것저것 얘기하는 와중에 책 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온라인 친구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다들 책 몇 권 낸 저자들이었다. 다들 어디서 한가락(?)하는 프로들이 제대로 모인 것. 혼자서 한 권의 책을 쓰려면 힘들겠지만 모두 모여 쓰면 좀 빨리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3개월 만에 책이 떡하니 나왔다. 작년 12월 중순 11명의 회원 전원이 저자로 참여해 ‘프리워커로 사는 법’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재미와 의미를 좇는 지식 노동자들의 노련하면서도 산뜻한 출발이었다.
손관승 ‘프리랜서’이기는 한데 그건 너무 흔해 보였어요. 조관일 박사님이 프리랜서와는 약간 개념의 차이도 있으니 ‘프리워커’로 정하자고 했습니다. ‘자유로운 지식 노동자’라는 의미도 담으면서요. 저희들 중에는 프리랜서도 있고 직장생활자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을 통해 일과 관계된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것을 알고 있다기보다 동료 입장에서 기술했습니다. 글도 3인칭이 아닌 ‘나’, 즉 1인칭으로 썼고요.
책 출간에 맞춰 북콘서트도 열었다. 중견 혹은 시니어 언론인을 비롯해, 강연 전문 회사와 출판사 등 각계각층에서 온 사람들이 자리를 꽉 채우며 관심을 보였다.
손관승 혼자 혹은 둘이서 하는 북콘서트는 꽤 있지만 저자가 11명이나 되는 북콘서트는 흔치 않을 겁니다. 사람도 많이 모이고 아주 즐거웠습니다. 책이 나오고 나서 강연 의뢰가 계속 들어왔어요. 휴넷(hunet.co.kr)의 동영상 강의는 이미 촬영을 끝냈습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서 3월 학기부터 강의도 시작합니다. 제 2인생을 꿈꾸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주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 좋습니다.
놀고 즐기다 우리가 할 일을 찾는다
책을 발간한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세운 계획은 없다. 우선 책이 손에 쥐어졌고, 북콘서트로 사람들에게 미미클럽의 존재를 알렸으며 동영상 강의와 강연이 생겨났다. 미미클럽은 어떤 지향점을 두거나 포부를 밝히면서 새로운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만나서 놀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다 구미가 당기면 추진한다.
김민주 현재 우리나라에 이런 소모임이 꽤 많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거나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모임, 주제 있는 모임 아님 없는 모임 등 다양하죠. 끼리끼리 알고 지내자거나 로비 또는 이익을 추구하며 만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식을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각자 알고 있는 것들이 다르니까 서로 모르는 부분을 메꾸자는 의미죠. 노는 목적도 있고 사회봉사도 하죠. 이 많은 모임의 진짜 중요한 역할은 사회를 개선하는데 있다고 봐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적극적으로 사회를 바꾸려 노력한다면 보다 나은 세상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재미로 소멸되지 않고 쌓이는 프로들의 모임
솔직히 만나서 이들이 하는 일은 별다른 것이 없다. 오자마자 수다를 한참 떨다가 밥 때가 되면 식사를 시킨다. 또 한참을 대화하다가 “우리는 프로니까”라는 한마디 때문에 각자 얼굴에 의미심장함이 묻어난다. 책 발간에 앞서 원고 마감일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손가락이 컴퓨터 앞을 향하지 않을 때 누군가 말했다. “우리는 프로”라고 말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모였으니 두말할 것 없이 자타공인 프로 모임. 서로를 향해 프로의식을 고취시키며 적절한 원고 압박(?)을 한 결과 11명의 저자 모두가 한 달 만에 원고를 다 썼다. 역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진정한 리더로서 행동하기를 미미클럽은 원한다. 인터뷰 말미에 미미클럽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아냐며 누군가가 기자에게 질문했다. 미남, 미녀 모임이라는 대답에 대책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글의 유쾌한 모임은 계속될까? 각자 위치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김수현 player0806@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