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사망 재산, 신분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있다. 그러나 유언은유언 능력 있는 유언자가법적 유언 사항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갈등 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형제간 화목하라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화장하지 마라등의 유지(遺志) 도의적인 의무일 ,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 유증(유언 증여)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하나다.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 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 의한유언대용신탁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 엄격히 심사해 임명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 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 질병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없는 경우, 유언자가 2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 받지 않겠다 건강할 본인이 미리 써두는존엄사 유언장 법정 명칭 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법적인 유언 사항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Q&A 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1.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 유언이 불가능하다. ,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 서에심심 회복의 상태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있다(민법 1063).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2.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유산을 넘겨주겠다 식으로효도계약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 달에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3.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상속인에게 귀속된다.

 

4.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된다

 

5.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6가지 재산조회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 정도 걸린다.

 

6.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녹음을 유언자 사망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된다(민법 1091).

 

 

웰다잉 연극단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회’의 커뮤니티 ‘웰다잉 연극단’. 단원 모두 웰다잉 강사 자격을 갖춘 이들로 2009년 3월 창단해 올해로 10년째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 중이다.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 ‘행복한 죽음’, ‘소풍가는 날’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일으키며 더욱 쉽게 죽음의 의미와 준비 방법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최근 공연작인 ‘아름다운 여행’(장 두이 작·연출)은 존엄사 유언장과 사전장례의향서, 버킷리스트를 준비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투병 중에도 항암치료를 견디며 무대에 최명환 단장은 “100회 연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미 초과 달성했다”며 “웰다잉 연극단 10년사를 엮어 책으로 남기는 것이 새로운 버킷리스트다”라고 말했다.

김희숙 부단장은단원 모두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둔 라며웰다잉 전문가들이지만, 죽음을 주제로 연극을 한다는 쉬운 일은 아니다. 강의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내용을 해시키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웰다잉 연극단 총무를 맡은 홍재응 씨는 “연극을 통해 관객은 자기 마음속 이야기와 마주한다. 특히 언젠가 떠나리라 인정하면서도 멀리만 느꼈던 죽음의 문제와 직면하며 실천을 미루거나 망설였던 일들을 상기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통해 연극의 효과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여행에서 저승사자 역의 성희 씨는웰빙과 웰다잉은 하나이지,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나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선택할 기회를 주는 . ,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삶을 어떻게 것이냐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연극의 주인공인 노인 역의 유한권 는 “죽어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간접적 으로 죽음을 체득하게 됐다. 그러면서 죽음은 새로운 삶을 위한 과정임을 깨달았다”며 관객뿐 아니라 연극 단원으로서 느낀 소회를 들려줬다.

단원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웰다잉을 위해 웰빙하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웰다잉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그들의 웰빙 무대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진 제공 각당복지재단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