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을 만들고 어떠한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하였으며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품지 못하고 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제가 화가 났다는 이유로 그렇게 행동한 것입니다.”

2014년 땅콩 제공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며 승무원들을 무릎 꿇리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명 ‘땅콩회항’으로 뭇매를 맞았던 조현아 대한항공 사장이 법원에 제출했던 반성문의 일부다.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언성을 높이며 물컵을 바닥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민은 “제 감정을 관리 못한 큰 잘못”이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현민, 조현아 모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분노조절장애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의 2014년 4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중 50%가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으며, 10% 정도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분노조절장애의 정의

화를 참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폭발해버리는 증상을 분노조절장애라 하며 의학적 용어로는 ‘간헐적 폭발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라 부른다. 간헐성 폭발장애는 물건을 부수거나 타인을 때리는 등 물리적 손상을 주는 행위뿐만 아니라 폭언, 위협적 행동도 이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반복적인 행동폭발이 아래의 두 가지 특징 중 하나에 속할 경우 분노조절장애로 진단한다.

① 재산 손괴나 신체 손상을 동반하지않는 육체 폭력 또는 언어 폭력이 3개월 동안 1주일에 2일 이상 발생할 경우

② 재산 손괴나 신체 손상을 동반하는  감정 폭발이 1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 할 경우

분노조절장애는 공격성 및 감정 폭발의 계기가 되는 심리적 상황이나 스트레스의 정도에 비례하지 않으며, 계획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공격성 및 감정 폭발로 경제적, 법적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장애 진단은 만 6세 이상부터 내릴 수 있으며, 장애 증상이 다른 정신 장애나 일반 의학적 상태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분노조절장애의 원인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세 가지로 나뉜다. 6세 이후 또는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40세 미만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첫째는 환경적 요인이다. 어린 시절 폭발적인 행동과 언어, 신체적 학대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경우다. 어린 나이에 이런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거나 트라우마가 있으면, 감정 조절이 힘들어 질 수 있다. 또한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거나 한꺼번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심할 경우 자신이 화를 내고도 기억을 못할 때가 있다.

둘째는 유전적 요인이다. 정신적인 부분은 유전적 요소가 있어 부모에서 자녀로 전가될 수 있다.

셋째는 뇌의 문제다. 세로토닌의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중요한 화학적 전달자 역할을 하는데, 이 물질이 작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혹은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분노와 충동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배우자를 학대하는 경계성 장애 환자의 뇌를 촬영하면 감정 중추 역할을 하는 전두엽과 대뇌 편도체가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 분노조절장애 대처 방법

분노 조절이 쉽지는 않지만 감정조절훈련을 통해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감정조절훈련은 어린 시절부터 하면 효과적이다.

첫째, 시그널을 찾아라. 분노조절장애자는 자신의 분노가 언제 폭발할지 경험적으로 안다. 따라서 분노가 폭발하는 시그널을 미리 알아두면 대비가 가능하다. 안면홍조나 가슴 두근거림, 필름이 끊기는 것 같은 블랙아웃, 목소리가 떨리는 등의 신체적 변화로 분노 폭발이 시작될 수도 있다. 이런 상태가 되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타임아웃하라. 분노는 대부분 30초 안에 순간적으로 표출된다. 시그널이 올 때는 일부러라도 타임아웃을 해야 한다. 타임아웃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도 길들일 수 있다.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을 피했다면 3분 정도 시간을 갖는다. 짧게는 30초도 가능하다. 분노가 폭발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3분을 넘지 않는다. 잠시 시간을 갖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때 분노하게 만든 상황을 떠올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상황을 곱씹는 것은 오히려 분노를 증폭시킬 수 있다. 시간에는 분노를 죽이는 힘이 있다.

 

분노조절장애 전문치료 방법

정신과에서 할 수 있는 치료법은 무엇이 있을까? 간헐적 폭발성 장애 환자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경련제 및 기분 안정제 같은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에는 항정신병적 약물인 페노티아진 계열 약물, 항우울제, 리튬, 프로프라놀롤, 항경련제 등이 있다. 단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는 때때로 공격성을 더 높일 수도 있으므로 처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법이 효과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부적응의 원인이 되는 생각을 교정하는 인지 치료와 부적응적 행동을 교정함으로써 증상을 없애는 행동 치료를 포함하는 치료다.

 

홍혜걸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