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북콘서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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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이하 북부캠퍼스) 「북(Book) 콘서트」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한 문학 나눔 선정 도서 중에서 만나고 싶은 저자를 모시고 독자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필자는 시월의 마지막 수요일, 북부캠퍼스 학생회관에서 열렸던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의 저자 서필훈 대표를 초대한 「북콘서트」 참석하여 독자들과의 만남에 함께하였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책 포스터
17년 전 대학원에서 쿠바 여성사를 전공하던 저자는 어느 날 학교 앞 안암동 보헤미안 카페에서 맛본 커피 한 잔에 반해 갑자기 진로를 바꿔 커피의 길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험난한 길이기도 했습니다. 흔히 원두커피라고 불리는 드립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드물던 그 시절, 한국인 최초로 큐그레이더(커피 감별사) 자격을 획득하고 월드 로스터스 컵에서 두 차례 우승합니다. 말 그대로 내로라하는 커피 전문가죠. 그러나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카페 사업과 함께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 국내에 전파하기 위하여 전 세계의 커피 산지를 찾아다니며 질 좋은 원두를 직접 들여와 국내 카페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전공 공부보다 커피 공부를 더 좋아하기 시작했고, 낮에는 안암동 보헤미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밤에는 커피 책을 들추면 생두와 로스팅에 관한 공부를 이어갔고 그러다가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결국은 스페셜티 커피 생두를 찾아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좋은 생두를 찾아 한국에 들여오는 일을 하게 되었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남미 오지에서 직접 커피 농장을 운영하기까지 쉽지 않았던 커피 원두 개척 이야기와 그에 따르는 재미난 일화들이 책 속에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과거 좋은 원두를 찾아 세계 곳곳의 커피 농장을 다니면서 겪었던 인상 깊은 일들과 우리의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여러 단계의 커피 가공 공정을 사진과 함께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기존의 한국 시장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스페셜티 커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이제 막 새로 유행하기 시작한 커피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가 있는데, 미국하고 유럽이 주축이 되어서 만든 기구인데 그 협회에서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었고, 그 기준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것은 수치상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설명하는 정의이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품질이 잘 유지되고, 표현된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부른답니다. 이러한 스페셜티 커피의 원두를 얻기 위하여 1년 중 3분의 1은 세계 곳곳의 커피 산지에 가서 농장들도 많이 방문하고 생산자들도 만나서 또 새로 들여올 커피도 살펴보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여있어 답답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커피 농장들과 거래를 유지하면서 쌓아놓은 신용과 좋은 관계에 있어서 커피 원두를 구매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합니다.
▲ 커피나무의 일생
상태가 좋은 커피나무의 묘목을 농장에 옮겨 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허브 재스민 향기를 풍기는 하얀 커피 꽃이 핍니다. 커피 꽃의 꽃말은 「너의 아픔까지도 사랑해」라고 하고요, 커피 꽃은 길어야 사흘 피는데 그 꽃이 진 자리에서 커피 열매가 맺힙니다. 처음에는 열매는 녹색이었다가 점차 빨갛게 익는다고 합니다. 커피 열매는 씨가 80%이고 씨를 둘러싸고 있는 점액질의 과육이 20%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빨갛게 잘 익은 원두를 일일이 손으로 따서 점액질의 과육과 속껍질을 제거하면 커피 원두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열매의 형태가 흡사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은행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 저자와 독자들과의 대화
커피 한 잔이 나에게 오기까지 그 단계 단계마다 수많은 사람의 노동과 정성, 연구, 노력... 이런 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들어가 있다는 어렴풋한 사실들을 이번 「북 콘서트」를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만약 커피가 공산품이었으면 자신은 이렇게 커피에 몰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다면,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지만 조금 더 의미 있게, 지구 반대편에서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의 마음도 한 번 느끼면서 더 맛있게 커피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 도전의 과정에서 일이 뜻대로 안 돼, 때로는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삶. 자신의 인생을 그 자체로 재미있고 아름답게 여기는 삶,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하며 어떤 경지에 도달하려 어려움을 버티며 노력하는 삶. 커피와 동행하는 저자의 삶이 그와 같지 않을까,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책을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sericol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