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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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KBS2에서 성균관 스캔들이 20부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정은궐의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들 1, 2』을 각색하였다. 엄격한 유학의 배움터이자 금녀의 공간인 성균관에 여자가 입학하여 벌어지는 청춘 4인방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이다.
가랑 이선준, 걸오 문재신, 여림 구용하, 대물 김윤희의 캐릭터가 모두 매력적이고 소론, 노론, 남인으로 당파가 다르지만 협력하여 조선사회의 부조리를 개선하려고 좌충우돌하는 활약이 통쾌하면서 멋있었다. 여자인 김윤희는 동생 김윤식의 이름으로 성균관에 입학하여 여러 위기를 겪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복하여 출사하고 이선준과 결혼한다.
▲ 「성균관 스캔들」 드라마 포스터 (출처: KBS2TV)
꽉 짜여진 성균관 유생 일과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서당(지금의 초등학교), 4부 학당·향교(지금의 중·고등학교), 성균관으로 이어진다. 성균관은 조선시대 최고의 국립교육기관으로 1398년에 설립되어 갑오경장으로 과거제도가 없어지는 1894년까지 명맥을 유지했다.
생원이나 진사 중에서 선발되어 과거시험 공부를 했다. 식사와 기숙사를 제공하고 학업에 드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전액 장학생으로 정원은 200명 내외. 국가에 일이 있을 때 비정규 과거가 실시되지만, 정식 과거는 3년에 1번만 열리고 33명만 합격하는 좁은 문이라서 학업 이외에는 신경을 거의 못 쓰는, 꽉 짜진 생활을 했을 것이다 날이 채 밝기 전인 미명에 북이 1번 울리면 일어났다. 날이 밝아 북이 2번 울리면 의관을 갖추고 정좌하여 독서를 했다. 북이 3번 울리면 식당 앞에 정렬하여 서로 마주 보고 읍한 뒤, 차례로 들어가 동서로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북소리 1번에 유생들이 뜰에 모여 명륜당에 있는 학관들에게 읍을 하고, 강당에 올라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 과목은 사서오경을 기본으로 했고, 경국대전, 근사록, 성리대전, 통감, 좌전, 동국정운 등을 배웠다. 학업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많이 실시됐다. 매일 학관이 지정하는 경서의 대목을 외우는 「학관일강」, 열흘마다 보는 제술시험 「학관순제」, 매달 상순, 중순, 하순에 실시된 논술시험 「윤차」, 예조의 당상관이 매달 성균관에 와서 사서삼경을 돌아가며 암송시킨 「예조월강」, 매년 3월, 9월 의정부, 육조에서 실시하는 제술시험「연고」등이 있었다.
시험 결과를 기록해서 연말에 우수자에게 상을 줬고, 문과 초시에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이런 여건에서 연애하고 친구를 사귀며 풍류를 즐길 여유가 있었을까. 성균관의 책임자는 (지사와 동지사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대사성이 최고 책임자였다. 그 아래에 제주, 악정, 직강, 박사, 학정, 학록, 학유 등의 관직을 두었다. 성균관 유생을 학생 또는 성균관 학생이라 불렀는데, 학생은 기숙사에 반드시 숙박하며 교칙을 엄수해야 한다. 자치활동으로 재회가 있고, 장의·색장 등의 회장과 간부진을 두었다. 장의는 재회를 주재하며 학령을 어긴 유생을 문책하여 출재(퇴학)할 권한을 가졌다. 학생들은 정치에 많은 관심을 보여 문묘종사, 정부의 불교 숭상 등 주요 사건에 대해 상소를 올렸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식사 거부(권당), 기숙사 퇴거(공재), 수업을 거부하고 성균관을 비우는(공관) 등의 시위를 감행했다.
성균관 구조
성균관은 앞쪽의 제사 공간과 뒤쪽의 교육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사 공간으로 대성전, 삼강오륜목, 묘정비, 향관청 등이 있다. 교육 공간으로 명륜당, 동재와 서재, 존경각, 육일각, 진사식당 등이 있다.
▲ 대성전(오른쪽에 삼강목, 왼쪽에 오륜목이 있다)
▲ 묘정비각(안에 묘정비기 있다)
▲ 향관청
제사 공간은 공자 등에게 제사를 드리는 대성전을 중심으로 한다. 대성전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 중국과 한국 유학자들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으로, 문묘의 중심 건물로 여기에서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석전대제」라는 제사를 지낸다. 묘정비는 문묘의 연혁을 기록한 비석이다. 대성전 바로 앞에는 측백나무 2그루가 동쪽, 서쪽에 하나씩 심어져 있다. 동쪽의 나무는 가지가 3개이고, 서쪽의 나무는 가지가 5개이기 때문에 삼강오륜목이라고 부른다. 대성전 앞뜰 동남쪽에 묘정비각이 있고, 그 안에 묘정비가 있다. 향관청은 문묘 제사 때 제관들이 와서 숙식하고, 제사에 쓰이는 향과 축문을 봉안하는 건물이다.
▲ 명륜당 외부
▲ 명륜당 내부
▲ 명륜당 앞 은행나무
▲ 서재(기숙사)
▲ 존경각(도서관)
교육 공간은 대성전 뒤쪽의 강의하는 공간인 명륜당을 중심으로 한다. 그 앞쪽에 있는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도서관인 존경각, 활 및 화살을 보관한 육일각, 부속건물인 진사식당 등이 있다.
▲ 육일각
▲ 진사식당
대학의 역할과 책임
성균관은 조선 국가체제를 유지할 관리를 양성하는 역할을 했다.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은 양반 중 적자만 가능했다. 여자나 서자, 평민이나 천민에게는 굳게 닫혀 있었다. 또 성균관은 전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교육기관으로 유학 이외의 다른 학문을 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들』은 여자가 관리가 될 길을 제도적으로 막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김윤희처럼 능력을 발휘할 여자가 많다고 주장한다. 성균관 유생은 신분제 사회에 따른 기회 불공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분제 사회를 개혁할 의도가 없었는지 능력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득권에 유지하는 것에 집착했다는 비판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균관 근처에 반촌이 있었고 거기에 사는 사람은 반인이라고 불렀다. 정명섭의 추리소설 『성균관 불량유생전』은 반인들이 양반만 과거를 통해 출세하는 제도에 대해 대항하는 것을 그렸다.
신분에 따라 능력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데 신분에 의해 능력 발휘가 제한되면 인재풀이 빈약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인재풀이 좁아지면 국력이 약해질 확률이 커진다. 시대변화에 맞는 제도와 지식이 필요하다. 성균관은 체제 유지에 충실했지만, 신분에서 능력으로 변화하는 시대변화에 따른 혁신책임을 회피했다. 성균관의 사례를 통해 대학이 국가에 대해 가지는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본다.
50+시민기자단 최원국 기자 (hev5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