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창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비록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마지막 단계를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은 1.5t급 위성을 700km 고도의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능력을 세계에 입증했다.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 문턱에 도달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각국이 항공우주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도 관련 역량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전투기를 비롯한 유·무인 항공기 엔진 독자개발을 성공시키는 등 여러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해 2030년 항공 분야 7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항공우주 역량의 현주소와 향후 계획을 정리했다.
글. 한국경제신문 성수영 기자

한국 우주 개발 현주소

한국의 항공우주 역량은 세계 10위권 내로 평가된다. 우주 개발 역사는 짧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기존 우주 강국들을 맹추격해왔다는 평가다. 한국보다 우주 개발에 확실히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정도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우주 발사체 기술 수준은 미국(100점) 대비 약 60점이었다. 기술격차는 17년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누리호의 발사가 상당 부분 성공한 점이 반영되면 기술 격차는 상당히 좁혀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분야별로 보면 위성 제작은 이미 선진국에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해상도 30㎝급인 세계 최고 수준의 지구관측위성(아리랑 7호)를 개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핵심 기술의 국산화 비율도 높다. 다만 우주 탐사 분야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미국·일본·유럽·러시아 등 16개국이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빠져 있고, 미국이 2024년 목표로 추진 중인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에도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은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연간 6000억 원대다. 2018년 기준 미국(409억 달러)와 중국(58억3300만 달러)은 물론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하다. 한국의 항공우주 관련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항공우주연구원 직원 수는 1000여명. 미국 항공우주국(NASA·1만8000여명)은 물론 독일 8400명, 프랑스 2400여명, 일본 1500여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文 “2030년대 초반까지 7대 강국 도약”

정부는 2030년대 초반까지 항공·우주분야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2026년까지 방위력개선비 국내지출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하고, 부품 국산화 지원도 지금보다 4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초일류 ‘게임 체인저’ 기술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기계 6위, 자동차 4위, 반도체 1위로 항공산업이 발전할 기반산업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기반산업과의 연관이 높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자체 개발 성과를 넘어 항공기의 심장인 독자엔진 개발에도 과감히 도전하겠다”며 “2030년대 초까지 전투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무인 항공기 엔진의 독자개발을 이뤄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위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협력업체까지 55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다”며 “4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유인·무인 무기체계의 복합화와 플랫폼화는 방위산업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한국산 우선구매, 지역 밀착형 방산혁신 클러스터 조성 등 산업 경쟁력 강화와 방산업계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청사진 담은 ‘우주산업 육성 전략’

정부가 11월 15일 발표한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에는 좀 더 세부적인 계획이 담겨 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주재하고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과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KPS) 개발 사업 추진 계획, 국가우주위원회 운영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우주위원회는 국내 우주개발 최고 심의기구다. 이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경제·안보·산업·외교 등에서 우주 정책 총괄·조정 필요성이 커져감에 따라 총리 소속으로 격상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10년간 공공 위성 170여 기를 개발하고, 국산 로켓(발사체)을 40차례 발사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우주 분야 특성상 해외 기술 도입이 어렵고 긴 호흡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한 만큼 공공 개발로 민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로켓, 위성 분야 연구개발에는 기업을 참여시키고 기업 전용 로켓 발사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발사장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구축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기술료 감면과 함께 정부와 기업 간 계약 이행이 늦어질 경우 부과하는 예산을 경감하는 등 기업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 강국들도 우주산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정부차원의 지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대학에는 미래우주 교육센터를 지정해 기초·실무 교육에서 채용 연계를 지원하고, 우주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세계 우주 산업의 93.6%를 차지하는 통신 위성, 지구관측 위성 등도 개발한다. 6세대(6G) 군집 위성을 통해서는 자율운항선박, 도심항공교통(UAM), 통신서비스 등에 대한 실증을 추진하고, 위성 영상을 보정 및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개발에도 나선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치·항법·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인 KPS도 개발키로 했다. KPS를 사용하면 국방, 통신, 교통 등에서 센티미터(cm)급 초정밀 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내 우주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으로 내년부터 2035년까지 14년간 총사업비 3조7235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KPS 프로젝트를 통해 위성, 지상, 사용자 시스템 분야 산업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