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순례여행지이다. 찾아오는 이유도 종교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 사색, 여행, 트레킹여행 등 다양하며 세계각국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러다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좋은 마음에, 마음을 내려놓고 평안을 찾으려고 간 길에서 또다른 인내를 시험받기도 한다.
순례길을 소개하고 도움을 주기위해 강연회가 많이 열리지만 어디에도 예절과 배려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어떻게 가고, 어디서 자고, 얼마나 걸어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답만 오갈 뿐이다. 진정 내가 순례길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나는 생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얻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라. 미련 없이 떠나라. 다른 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교감하라>이를 실천한다면 중대한 배움을 얻을 것입니다." - 파올로 코엘료
한 번쯤은 가봐야할 인생의 버킷리스트
시니어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 있어서도 산티아고순례길(Camino de Santiago)는 꼭 가봐야할 여행지가 되버렸다. 하지만 순례길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젊은 층은 그저 1990년대 대학생들이 배낭여행 또는 어학연수를 필히 가야할 코스처럼 인식하던 것처럼 지금의 젊은층은 꼭 가야할 장소로 생각하는듯하다. 적은 비용으로 해외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스페인 여행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시니어는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위해 또는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이제야 떠나고 머물 수 있는 장소로 생각한다.
이런 차이가 순례길 위에서 달리 나타난다. 젊은 층은 그저 걷고, 밥을 해먹고, 좋은곳에서 자면서 걷는것만 생각하고 외국인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한다. 그저 편한 한국인들만 만난다. 하지만 시니어세대는 다르다. 젊은층이던 외국인이던 좀더 적극적으로 교감하려고 한다. 서로 같이 밥을 먹고 인사하고 소통하려고 한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도 뭔가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정보도 얻고 순례자들끼리 유대감도 만든다. 그리고 다녀와서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 까미노 블루를 경험하고 말하는 것은 시니어 세대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인 순례길을 풍성하고 멋진 순간으로 만들려면 걷는 것에 비중을 두기보다 소통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순례길에서 지켜야할 예절이 따로 있나?
유독 한국사람들은 국내에서 하던것처럼 행동을 하여 숙소에서 출입금지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순례길은 한국에 있는 곳이 아니라 스페인에 있는 곳이니 그곳의 규칙(Rule)과 예절을 따라야 하는데 고객은 왕이라는 이상한 마인드를 가지고 다닌 듯 하다.
예를 들면, 숙소에 들어서면 숙소 침대는 대부분 2층 침대이고 남녀구분없이 이용하는데 이를 두고 불편해하거나, 여자끼리 자리배치에 달라고 요구하거나, 세면대에서는 빨래를 할 수 없는데도 빨래를 하거나, 침대에서 식사 등 음주행위를 함으로써 관리인에게 질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선량한 다른 순례자들은 더 이상 해당 숙소를 이용할 수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해당 숙소를 비평하는 글을 인터넷 카페 등에 게시함으로써 나쁜 숙소라고 싸잡아 비난한다. 물론 외국인들중에서도 예의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이러니 우리도 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적인 예를 들어 말했지만 순례길에서는 지켜야할 나름에 예의가 있다. 정해져있지 않지만 나름 순례길만에 매너이자 예절이다. 순례자가 머무는 알베르게는 부엌이 있고 요리를 할 수 있는데 식기류가 여유있게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빨리 요리를 마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씻어 놔두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식사가 마치지 않았다고 해서 계속 식기를 점유하고 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한국의 음식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닭백숙을 해먹는 경우이다. 몇 시간 동안 준비할 때 다른 사람들은 배고픔과 사투를 벌이고 있어야 한다.
알베르게 에서의 기상시간은 보통 6시이다. 하지만 이보다 일찍 일어나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다. 더우니까 일찍 나서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들어 있는 다른 순례자들이 깨지 않도록 미리 짐을 챙겨 복도에 두면 좋겠지만 깨어난 순간부터 침대에서 부시럭 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순례길은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다.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곳이다.
순례길은 나와 내 주변을 배려와 용서로부터 시작이다.
코엘료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라!’ 고... 순례길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남녀노소가 찾아오는 길이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생활했던 방식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다. 내가 했던 방식이 맞을때도 있지만 틀릴때도 있는 것이다. 결국 나와 함께걷고 있는 순례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순례길을 걷는 동안 내내 불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내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나는 최상에 기분을 가지겠지만 옆에 친구, 동료, 식구 들은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의외레 순례길에서 싸우고 되돌아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긴 여정을 같이해야 하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를 하지 못해 벌어진 비극이다. 순례길을 가려한다면 배낭은 어떤 것을 사고, 어디서 자고, 얼마나 걸어야할지 계획을 짜기보다, 순례길의 예절은 무언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가려는지 우선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다음에 순례길을 위한 준비를 해도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