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문화읽기
[도서]
근대 광고를 통해 본 조선인의 꿈과 욕망 <모던 씨크 명랑> 김명환 저 · 문학동네
1984년 조선일보 공채 21기로 입사해 30여 년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환 조선일보 사료연구실장의 신간이다. 저자는 1920년부터 1940년까지 발행된 신문 6000부의 광고면을 찾아가며 신문광고에 담긴 근대 조선인의 삶과 사회상을 짚어냈다. 책에는 축음기, 화학조미료, 자동차, 향수, 누드 사진집 등 190여 점의 광고 원본 이미지가 담겨 있다. 광고 이미지와 함께 저자의 해석, 일부 관련 기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신문이나 사람이나 하반신이 더 솔직한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는 점잖고 똑 부러지는 기사가 아닌 과감하고 유쾌한 광고들을 통해 80~90년 전 우리 삶의 민낯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1장 ‘놀나지 마시라, 모던한 이 맛’에는 껌, 화학조미료, 토마토케첩, 분유 등 당시의 식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광고가 등장한다. 2장 ‘환락의 경성 근대의 에로티시즘’에는 나체 사진집, 섹스 이론서, 콘돔, 마네킹 걸 등 성(性)에 관한 광고가 나오는데 재치 있는 카피가 흥미롭다. 3부 ‘명랑하다! 오리지나루 팻숀과 발명품’에서는 당시 유행하는 의류와 실생활품을 엿볼 수 있고, 4부 ‘고통의 세상 만병통치약의 꿈’에서는 성병약, 아편 해독제, 아들 낳는 약 등 현대에는 보기 어려운 약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5부 ‘흰옷 입은 민족의 슬프고 기발한 시, 모던 광고 파노라마’에서도 이순신 CM송, 고객편지 인증샷, 왕족 마케팅 등 그 시절의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광고들을 보여준다. ‘포마드 바르면 종일 명랑’, ‘두발은 언제나 뺀질하게’, ‘이 영화 명랑한데 좀 에로틱해요’ 등 유쾌하면서도 적나라한 카피가 인상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헬렌 러셀 저 · 마로니에북스
영국 토박이였던 저자가 남편을 따라 덴마크로 이주하면서 겪은 경험담과 깨달음을 담았다. 그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더불어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제시한다. 음식, 교육, 생활, 복지, 세금 등 다양한 주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 후지타 다카노리 저 · 청림출판
일본에서 빈곤노인을 뜻하는 신조어인 ‘하류노인’을 주제로 그 실태와 해결방안 등에 대해 다룬 책이다. 저자는 누구나 하류노인으로 전락할수 있다고 경고하며, 하류노인 양산을 방지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과 개인의 대책이 시급한때라고 설명한다.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 유철상 저 · 상상출판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소개하는 사찰 여행지 정보가 담겨 있다. 15년간 저자가 직접 다녀온 55곳의 사찰을 휴식, 마음, 수행, 여행, 힐링등의 테마로 나누어 기본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이나 절에 대한 역사적 사건 등을 아울러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빠와 딸의 꿈같은 여행 이야기 <댄싱 위드 파파> 이규선, 이슬기 저 · 성안당
7년에 걸쳐 200여 일 동안 15개 나라, 111개 도시를 여행한 부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빠와 딸은 낯선 여행지에서 동고동락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소소하고 꾸밈없는 그들의 여행기 속에는 진한 가족의 사랑이 담겨 있다.
[Interview]
<댄싱 위드 파파>의 저자 아빠 이규선 · 딸 이슬기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
아빠 딸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아빠, 배낭여행 가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무심히 “인도가 좋다던데”라고 했는데, 옆에서 들은 아내가 “인도 위험하지 않을까? 당신도 같이 갔다 오지”라고 해서 둘의 여행이 시작됐다. 단지 딸의 보호자로 다녀오자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여행을 하며 힘들었던 점
아빠 딸이 “이거는 이렇게 해라, 이거는 하지 마라”라는 등 잔소리로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놀라움과 함께 섧기도 했다. 그때만큼 한국에 있는 아내가 보고픈 적은 없었다. 처음엔 여행 끝나고 집에 가서 복수(?)를 단단히 하리라 하고 그냥 참았는데 나중에는 방어 차원에서 가끔 대들기도 했다.
딸 친구와 함께 간다고 착각(?)하고 비행기표 구입 30분, 배낭 꾸리기 한 시간, 그리고 여행 책 한 권을 사서 가방에 넣고는 여행 준비를 끝냈다. 초반에는 하루에 열 번, 아니 그 이상을 싸웠다. 한 번은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우는 사태도 벌어졌지만, 믿을 사람은 그 넓은 곳에 아빠와 나뿐이었다. 긴급한 상황에 서로 의지하느라 자연스럽게 동지애로 똘똘 뭉쳐졌다. 싸우는 건 어쩔 수 없다. 싸우면서 친해졌다.
여행을 하며 서로에게서 발견한 점
아빠 딸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집 밖에서 본 딸의 모습은 거의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다. 얘가 언제 이렇게 커 버렸지, 이런 면도 있었구나, 저런 강단도 있었네, 나의 유전자에 저런 면도 있다니 무척 신기하기도 했다. 훌쩍 커 버린 모습에 대견하면서도 언제까지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다.
딸 내가 아는 아빠는 ‘아빠와 가장’이라는 책임의 가방을 메고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아빠는 내게 ‘이규선’이라는 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이규선’은 꿈과 희망, 열정으로 가득 찬 멋진 남자이자, 내가 아끼는 한 사람이다.
다시 여행하고 싶은 곳
아빠 인도다. 처음은 늘 아쉬움과 그리움이 배가된다. 그땐 너무 몰랐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다시 간다면, 보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다. 피하지 않고 정말 즐기고 싶다. 물론 그때도 딸이 옆에 있다면 좋겠다. 더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치고, 슬기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딸/아빠와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아빠 시간은 흐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무조건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분신인 자식과의 여행은 부모를 행복한 추억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과 친해질 기회다. 가능하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곳으로 떠나자. 우리에겐 인도의 열차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 산장이 그런 곳이었다.
부녀가 함께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아빠 첫 번째 책은 딸아이의 생일에 맞춰서 냈는데, 두 번째는 나의 생일이 있는 올해 6월에 나올 예정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슬기의 “아빠 여행 같이 갈래?”라는 말이 떨어지면 “내 새끼에게 여행이 필요한 무언가가 생겼구나”라고 단박 눈치채고 “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딸 6월에는 엄마와 배낭여행을 떠난다. 가능하다면 그다음 여행은 엄마·아빠와 함께 떠나고 싶다. 두 분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고 싶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