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Craft Beer)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수제 맥주를 파는 음식점이 늘어나더니 직접 만들 수 있는 공방까지 생겨났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 수제 맥주! 강신영(65), 김종억(64) 동년기자가 맥주공방 ‘아이홉’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봤다.
1. 물에 맥아추출물 넣고 끓이기
맥주를 만들기에 앞서 강신영, 김종억 두 동년기자의 기분이 매우 들떠 보였다. “맥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자 옛날엔 1만cc도 넘게 먹어봤다며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특히 강신영 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할 때 무알콜 맥주를 사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먹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무알콜 맥주만 판매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무엇일까? 맥주 마니아치곤 상당히 밋밋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국산 맥주였다.
맥주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산 맥주처럼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이 강한 ‘라거’와 비교적 풍미가 강하고 탄산감이 적은 ‘에일’이다. 이번 ‘아이홉’에서 만들 맥주는 에일의 한 종류인 ‘페일 에일’. 오렌지, 자몽, 귤 등 상큼한 향이 특징이다.
20L의 물을 채우기 위해 김종억 씨가 나섰다. 2L짜리 통으로 10번을 옮겨 담아야 한다. 중간에 몇 번 넣었는지 살짝 잊어버리는 위기(?)도 있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강신영 씨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다. 여기에 맥아추출물을 넣어 섞어준 뒤 물을 끓인다. 맥아추출물은 한 통에 약 2만5000원.
2. 홉 넣고 식혀주기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두 동년기자는 수제 맥주 시음에 빠졌다. ‘아이홉’ 대표가 만든 페일 에일과 스타우트(흑맥주)를 마시며 연신 향이 깊다며 한두 잔을 비워냈다. 이미 수제 맥주의 매력에 빠져버린 듯하다. ‘아이홉’은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수제 맥주도 판매하고 있다. 맥주를 만들면서 다른 수제 맥주도 맛볼 수 있으니 다양한 안주거리를 준비해가도 좋겠다. 물이 끓을 때쯤 두 동년기자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언제 홉을 넣을지 결정해야 한다. 맥주 레시피가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홉을 넣고 얼마나 끓이냐에 따라 맥주의 향, 풍미, 쓴맛이 결정되는데 이때 오래 끓일수록 향은 날아가고 쓴맛이 나는 맥주가 된다. 원하는 시간대에 홉을 넣고 난 뒤엔 ‘칠러’를 사용해 물을 식혀준다.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스로 물이 흘러들어갔다가 반대쪽 호스로 나오면서 뜨거운 물을 식혀주는 방법이다. 온도가 20~23℃로 내려갈 때까지 식혀주면 된다. 이때 칠러를 위아래로 흔들어주면 맞닿는 표면적이 넓어져 더 빨리 식힐 수 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100℃가 넘던 물의 온도가 20℃까지 떨어졌다. 이제 발효통에 옮겨 담고 효모를 첨가한 뒤 약 일주일간 숙성시키는 일만 남았다.
3. 효모를 뿌린 맥아즙 숙성하기
발효통에 담기 전 가장 중요한 단계! 바로 효모가 죽지 않도록 발효통과 손을 깨끗하게 소독하는 일이다. 맥주는 균에 의해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소독을 하지 않을 경우 맛이 손상될 수 있다. 발효통에 소독약을 뿌려 깨끗하게 소독했다면 맥아즙을 반복해서 부으며 산소를 공급해준다. 위 작업은 두 사람의 팀워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맥아즙 위에 건조 효모를 뿌려주면 발효를 위한 준비 과정은 끝난다.
두 동년기자는 마음이 급해져 “이제 가져가면 되나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풍미가 제대로 나는 맥주가 되기 위해선 일주일 동안의 발효 과정과 또 한 번 일주일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몹시 아쉬운 표정으로 이주일 뒤 탄생할 수제 맥주를 기다리며 동년기자는 체험을 종료한다.
동년기자 체험 후기
강신영 동년기자 : 맥주의 황금빛! 그 색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기분이 아주 좋아져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꼽는 색이죠.(웃음) 그만큼 전 맥주를 좋아해요. 그래서 오늘의 체험은 유익했고 또 즐거웠어요.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맥주는 시켜봤어도 만들어본 적은 없잖아요. 이렇게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란 걸 알겠어요. 그래도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요.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데 약 5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니 애주가들은 충분히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건 맥주 이론에 관해 설명을 들을 때였어요. 맥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지, 홉을 넣는 시간에 따라 왜 맛이 달라지는지, 효모를 넣는 이유 등 맥주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어요.
재미 ★★★★☆
정보 ★★★★☆
만족도 ★★★★★
김종억 동년기자 : ‘술’ 하면 기절할 뻔했던 순간이 기억나요. 옛날에 진급 심사를 앞두고 상사가 냉면 그릇에 소주랑 맥주를 섞어서 마시라고 줬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며 부추기는 시절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참….(웃음) 오늘 처음으로 수제 맥주를 시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수제 맥주보단 카스, 하이트처럼 운동 끝나고 먹었던 맥주가 제 입맛엔 맞는 것 같아요. 근데 확실히 수제 맥주가 풍미가 깊고 도수도 높더라고요.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할 것 같아요. 끝나고 맥주를 바로 가져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니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기다린 만큼 맛도 더 있겠죠?
재미 ★★★★☆
정보 ★★★★★
만족도 ★★★★★
글 정지은 기자 jungje94@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촬영 협조 아이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