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과 함께 누리는 슬기로운 건강생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접어들며 세상과 자신에 너그러워져 이제는 좀 살 만한가 싶으니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겨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50여 년 낡은 몸을 잘 돌보며 살아야지 마음을 달랜다. 주위의 어르신들을 보면 병원행이 일상이다. "나이 들고 몸이 아픈데 돈이 없는 게 가장 서럽다"던 어느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다가 문득,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의 병원비는 사회가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사는 서울의 시민건강 정책이 무엇인지, 서울시가 펼치는 공공의료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누리는 건강한 서울

서울시는 산하에 건강분야를 전담하는 '시민건강국'을 두고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2018년 현재 '새로운 100세 건강시대,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누리는 건강서울'이라는 모토로 건강형평성 제고, 의료비부담 경감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시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이고 경제적인 능력에 관계없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얼마 전, 강남권이 강북지역에 비해 암 발병률이 훨씬 높은데도 5년 생존율이 강북에 비해 높다는 통계를 보았다. 경제력에 따라 수명마저도 달라지는 서글픈 현실에서 서울시의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평등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시립병원의 인프라를 강화하고 각 지역에 보건지소를 확충하여 보건, 의료, 복지, 마을을 연계하는 '건강돌봄하나로 네트워크' 구축을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다. 아울러 2017년 설립된 공공보건의료재단은 공공보건 의료정책의 최일선인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서울시가 운영 중인 13개 시립병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의 나눔 진료 / 사진제공 :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서울시는 권역별, 분야별로 13개 시립병원을 운영한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등 권역별 병원은 종합병원 또는 그에 버금가는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취약 계층을 포함한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분야별로는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서울특별시 용인정신병원, 서울특별시 고양정신병원, 서울특별시 백암정신병원, 서울특별시 축령정신병원을 운영해 민간에서는 담당하기 어려운 의료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7년 10월,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내에 문을 연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삼성발달센터는 발달장애아동 치료의 허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자폐 등 발달장애 아동 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삼성발달센터를 개관한 것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층의 진료비는 2017년 기준 27조 6,533억 원으로 전체의 39.9%를 차지했다. 65세 노인층이 진료비의 약 40%를 쓰는 것은 노년층이 그만큼 많은 질병을 앓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질병을 앓는 노인들을 위해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을 노인성질환 전문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사진 / 사진제공 :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공공의료의 선두주자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의 전신인 '북부노인병원'은 노년취약계층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2006년 6월 개원했다. 그 후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이하 북부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1년 의료기관 인증을 취득한 후 노인성질환과 재활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북부병원을 찾는 환자의 60%가 60대 이상인 노년층임을 감안하면 노인성질환 전문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북부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건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몇몇 입원실에는 작은 정원이 딸려 있고, 병실 한쪽 면이 큰 창문으로 되어 있어 정원 출입이 가능했다. 환자들은 정원에 나가 맑은 공기와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 환경이라면 앓던 병이 금방이라도 나을 것 같았다. 이처럼 환자 친화적인 북부병원이기에 자랑거리도 수두룩하다.

 

 

이보다 더 환자친화적일 수 없다

첫째, 재활의학센터다. 이곳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이 한 팀을 이루어 환자들에게 운동치료, 통증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등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특히 ‘이 달의 재활왕’·‘치료사가 동행하는 중랑 숲길 걷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크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북부병원 재활의학센터 / 사진제공 :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주간재활병동(낮병동) 입원치료'는 환자가 오전에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고 오후에 퇴원하는 제도다. 환자가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 모두 안정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간병비와 병원비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둘째, 호스피스 완화병동의 운영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완화의료팀은 말기 암 환자의 신체적 증상을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사회적·영적 어려움을 돕고 있다. 또 전문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가 24시간 완화의료 보조 활동을 제공하는 완화의료도우미제도는 월 12만 원에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보호자의 시간과 간병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보건, 의료, 복지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301 네트워크'이다. 병원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이루어진 보건의료복지센터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의뢰받은 환자의 집을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병원 이송 및 치료 등의 조치를 취하고, 환자가 퇴원 후에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최약계층을 발굴하고 치료해 사회로 복귀시키겠다는 공공의료 선도 병원으로서 북부병원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병원은 '마을이 되는 병원'을 추구하며 마을 공동체와 하나가 되겠다는 노력으로 건강 밥상 이야기, 건강 강좌, 한방교실 등을 운영하며, 나아가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요양원 방문진료, 나눔진료 등 '찾아가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 마을이 되는 병원 / 사진제공 :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북부병원을 방문하고 이 글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서울 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서울시가 펼치는 다양한 건강 정책들, 열약한 의료 장비에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북부병원 관계자들, 그 분들의 헌신을 보면서 나는 내 노후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서울 시민의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울시. 그 말에 믿음이 가는 것은 북부병원 관계자 한 분 한 분과 서울시 담당자들에게서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는 느낌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