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의 조건 Part 5]

 父子에서 師弟로 그리고 同僚로 - 치과의사 유영규·준상 부자

 

 

▲부자에서 사제로 그리고 동료가 된 치과의사 유영규(우) 유준상(좌) 부자

 

 

어떤 의사들은 좋은 의료기관의 조건으로 ‘의사가 두 명 이상 근무하는 병원’을 꼽는다. 의료기술은 수시로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서로 상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가족이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다면 어떨까? 환자를 치료하는 일을 가업으로 선택한 곳이 있다면. 그런 가족을 찾아 만난 이가 치과의사인 유영규(劉永奎·77), 유준상(劉準相·41) 부자(父子)다.

 

 

이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서울럭스 치과의원. 이곳에서 만난 아들 유준상 원장이 이야기하는 가업 탄생의 비밀은 다소 의외였다.

 

“물론 아버지가 권하기도 하셨지만, 스스로 치과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의료선교 때문이었어요. 아버지가 의사로서 봉사활동이나 선교활동을 다니시는 모습을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신앙생활을 하는 데 큰 보람이 되고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입학한 곳이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이다. 그곳에 아버지 유영규 이사장이 교수로 있었으니, 아무래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 이사장은 연세대 치대에서 학장과 병원장을 모두 지냈고, 대한치과교정학회 회장도 역임한 교정학계의 거목 중 한 명이다.

 

“사실 좀 불편한 점도 있긴 했죠. 하지만 동기들이 배려해 준 덕분에 다른 학생들과 같이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자(父子)지간도 모자라 사제(師弟)지간이라니. 각별한 점이 정말 없었을까? 이에 대해 유영규 이사장은 특별한 것 없었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내니 마음이 편안한 것 말고는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교정과 교수였고, 아들은 보철 전공을 했으니 학문적으로도 거리가 먼 상태였으니까요. 그래도 아침에 함께 하니 출근길이 외롭지 않아 좋았습니다.(웃음)”

 

아버지를 따라 같은 전공을 선택할 법도 한데, 치의학 안에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고 했다.

 

“의료선교나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 교정과 출신 아버지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으셨다고 해요. 교정과는 일반진료와 거리가 있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선교활동을 위해 자리를 쉽게 비우려면 개원을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였고, 개원을 위해서라도 일반 진료에서 가장 비중이 큰 보철을 전공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유 이사장이 연세대 치대에서 정년퇴임을 할 때까지 아들 유준상 원장은 개원가에서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 함께 치과를 열게 됐다. 이번엔 사제지간이 동료로 바뀐 것이다. 유 이사장은 함께 진료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호간의 존중이라고 했다.

 

 

▲부자에서 사제로 그리고 동료가 된 치과의사 유영규(좌) 유준상(우) 부자

 

 

“아무래도 전문분야가 다르고,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해 온 사이이기 때문에 아들이나 제자가 아닌 동료로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에서 오래 머물렀던 저에 비해 아들은 개원가에서 경험을 쌓았으니 되레 저보다 나은 부분도 많고요. 때문에 경영의 대부분은 맡겨놓고 제가 의지하고 있습니다. 노후에 아들과 같은 직장에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아들인 유준상 원장은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했다.

 

“치과계에서 존경받는 분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어려울 때,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상의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은 치과를 운영하는 데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앞으로 유씨 가문의 가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부자 모두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단 똑같은 단서를 달았다. 유 원장의 쌍둥이 자매 중 하나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부자 모두 치과의사를 추천하고픈 직업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손주들이 만약 치과의사가 된다면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치과의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 말고 특별한 바람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