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옷을 잘 입어야 하는 이유는 ‘상대와 나에 대한 예의
‘패셔니스타’ 정두언 전 국회의원이 말하는 성공의 첫걸음, 패션

 

2016년 10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정두언(鄭斗彦·60)이라는 이름 석 자는 빈번하게 오르내렸다. 바로 그가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검증을 진행했던 이였기 때문이다. 많은 뉴스들이 그에게서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한마디를 캐고자 열중했다. 그러나 오늘 이 인터뷰에서는 그 정치 얘기를 잠시 치우고, 그의 비밀들 중 좀 색다른 어젠다를 캐보고자 한다. 이 자리는 오로지 국회 패셔니스타 정두언을 만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옷 잘 입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정 전 의원이 말하는 패션의 법칙이란 무엇일까?

 


▲정두언 전 국회의원

 

같은 능력을 지녀도 깔끔하게 개성 있게 차려입은 직원에게 눈길이 더 가는 게 사람이다. 같은 자동차를 팔아도 단정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세일즈맨에게 사고 싶은 게 사람이다. 꼬질꼬질한 약사 가운을 입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한 약국 약사에게 손님은 약을 구매하고 싶지 않다. 즉 패션도 능력과 경쟁력이다.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옷을 못 입는 남자는 사회에서 아주 조금 영향을 끼치거나 아예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의복은 단순히 스타일의 표현을 넘어서 보다 넓은 영역에서 힘을 발휘한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중요한 참고인 역할을 했던 정두언 전 국회의원을 만난 것은 그 복잡한 정치 소용돌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순전히 그의 패션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진짜 매력 발산으로 당신만의 품격을 입다
올해 60세라는 정두언 전 의원은 그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동안과 패션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국회의원 중 최고의 패셔니스타라고 불리는 그다운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를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비단 패션뿐만이 아니다.
“되돌아보면 오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삼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나머지 이삼십 년을 살아선 안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그동안 연기를 하려고 많은 곳을 두드려봤죠. 근데 아직 답이 안 오더라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예술적인 끼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꾸준히 연기에 도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반까지 냈다. 정규 앨범이 무려 4장에 이르고 베스트 앨범에 팝송을 부른 앨범까지 있다. 모두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그런데 뭐 히트곡이 하나도 없으니(웃음). 국회에서 밴드 만들어서 공연도 했어요. 대학 때 같이했던 친구들, 각 분야의 후배들이죠.”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능기부를 위한 카운슬러에까지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카운슬러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나이 들어야 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루한 옷은 NO, 리폼하는 패셔니스타
“내가 패셔니스타라고요? 그런 얘기가 되게 웃겨요. 집에 와서 내 옷장을 보면 패셔니스타 옷장에 옷이 왜 이리 없어 할 거야(웃음). 내가 생각할 때는 옷이 많은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게 잘 입는 것이 패셔니스타라고 봐요.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 몇 가지만 있으면 되지 유행에 안 맞는 옷 수십 가지 있어봐야 소용없어요.”
그래서일까. 정 전 의원은 옛날 옷들을 수선해서 입고 있다. 즐겨 입는 옷 중 가장 아끼는 옷을 묻자 ‘사람들 반응이 좋은 옷을 아낀다’고 말할 정도로 일종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옷을 한 번 사면 대략 7년 정도 입는다고 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외국 국회의원들을 의식하며 입었죠. 이탈리아 등 유럽 국회의원들은 멋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패션 감각이 좀 없습니다. 저는 옷을 볼 때 재질을 봅니다. 모양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질이에요. 재질이 좋은 옷을 입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속옷 색도 맞춰 입는 패션 철학
그저 털털할 것만 같았던 그의 패션 철학도 인터뷰를 계속하니 조금씩 까다로운 부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입는 패션의 중요한 포인트는 ‘깔맞춤’이다. 바로 색깔을 중시하는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다.
“옷을 안 어울리게 입었다 싶으면 하루 종일 찜찜하고 불편합니다. 저는 속옷도 맞춰 입어야 해요. 남에게는 안 보이지만, 일단 나 자신이 그게 맘에 걸리니까요. 예를 들면 브라운 계통을 입었는데 파란 속옷을 입으면 스스로 불편해져요.”
그에게 있어 패션은 직업의식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정치인은 연예인과 같아요. 인기를 얻어야 먹고사니까 패션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는 대학생일 때도 옷을 평범하게 입지 않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공무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총리실에 있을 때는 옷을 특이하게 입는 공무원으로 소개된 적도 있었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의 패션을 평가할 때는 어디에 포인트를 둘까?
“뒤태인 것 같아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뒤태를 보면 그 사람의 감각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외모가 다소 부족한 사람이면 앞모습에서 편견이 생길 수 있지만, 뒤태는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그의 아내는 패션에 민감한 그의 행동을 터치하지 않는다. 서로 존중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가 즐겨 입는 브랜드는 중·상위대 가격인 제일모직. 그는 기성 양복을 입을 때 상의 리폼은 비용이 비싸더라도 손기술이 좋은 전문가한테 맡겨야 한다는 팁을 전했다. 잘못되면 아예 안 입게 되는 게 상의라는 설명이다.

 

멋을 낸다는 것은 삶의 촉매
“스스로 약간 흥분되지 않나요? 멋을 낸다는 건 삶의 촉매라고나 할까요.”
옷 잘 입는 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정 전 의원은 그렇게 불리는 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경멸받게 되는 ‘허영’과는 결이 다른 대답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일파티에서 ‘생일 축하합니다’를 즐기면서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다 어색하게 부르죠. 그런데 그런 조그마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옷 입는 행위도 나를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작은 흥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앞서 얘기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는 삶의 특별한 순간에 집착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가 수집한 패션도 그러한 성향을 따르고 있다. 말하자면 보편적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거의 곤색 양복이나 쥐색 양복을 입죠. 백화점에 가도 거의 그래요. 저도 옷장 안에 양복이 제일 많습니다. 그런 일반적인 양복들이죠. 그렇지만 곤색 양복을 핏하게 입으면 옷매무새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정두언 전 국회의원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스타일링
정전 의원이 패션의 마무리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넥타이다.
“전 넥타이가 좀 많은 편입니다. 정작 타이 매는 것은 싫어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이 하나로 유행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넓은 타이는 요즘은 촌스럽죠. 어떻게 사람 눈썰미가 그렇게 바뀌는지 신기하기도 해요.”
그가 또 하나 중시하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양말이다.
“양말을 잘 챙겨 신는 사람은 틀림없이 멋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말까지는 신경을 잘 안 쓰니까요. 옷, 신발, 양말이 함께 코디가 돼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양말이 되게 어렵습니다. 맞추기가 쉽지 않거든요. 요새는 양말 가게들이 많이 생겨서 색도 다양해졌는데 옛날에는 검은색, 회색, 베이지색이 대부분이었죠.”
뒤태, 넥타이, 양말을 중시하는 그의 패션에 대한 관점을 보니 ‘작은 부분,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잘 챙기는’ 성향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러한 꼼꼼함이 양복을 리폼해서 7년을 입는 그에게 패셔니스타라는 별칭을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옷에 대한 그의 세심함은 패션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음이 분명할 것이다.
“멋있게 입고 나가면 ‘이 사람이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구나’라고 상대가 생각하게 됩니다.”
관심이 곧 예의로 발전해가는 순간이다.

 

무슨 일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정 전 의원과 얘기하다 보니 다채로운 취향과 세심한 욕구들이 보인다. 인간 정두언이 정치인이 안 됐다면 어떤 사람이 됐을지 문득 궁금해졌다.“난 피디가 됐을 것 같아요. 그때는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연예인은 부모님들이 결사반대했고. 난 무슨 일이든 재미가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학문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박사논문도 좀 재밌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딱딱하게 쓰는지 이해가 안 가요. 장정도 새까맣게 만들어서 내고. 좀 컬러풀하게 하면 안 되나?”
마지막으로 그에게 요즘 가장 사고 싶은 옷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역시 허심탄회한 대답이 정두언다웠다. 
“매장에 걸려 있는 옷이지. 왜 걸어놨겠어요? 파는 사람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걸었겠죠.”
패션이 삶의 촉매라는 정 전 의원의 말처럼,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상승할 수 있다. 지루한 옷은 벗어던지고 타인에게 호감을 줄 수 있고 스스로의 자존감은 높일 수 있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매력을 은은한 향기처럼 풍기게 만들 열쇠일 것이다.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박규민 parkkyu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