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월든’

- 단순 소박한 삶 -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를 읽고, 내가 언제 잔치 한 번 제대로 해봤나 라고 갸우뚱한 세대. 마흔이면 불혹이라 했거늘, 아직도 미혹인 채로 어쩌다 50+가 된 사람들. 이런 50+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요즈음 여러 매체를 통하여 자연인이라는 단어가 일반화 되었다. 특히 TV에서 아름다운 귀촌이나, 산간 오지에서 오롯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 귀농에 도전하는 다큐 등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귀농학교까지 있는 것을 보면 귀농이란 것이 이 시대 또 하나의 삶의 방향으로 흐름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어느 날 문득, 귀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산업기술사회가 발전하면서 50+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냈다. 그 증거들은 굳이 어떤 자료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 느끼고 있다. 생활은 편리해졌고, 소비재는 풍부해졌다. 모든 것이 너무 풍요로워져서 다이어트를 해야 할 만큼 과도비만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50+는 퇴직과 함께 자식마저 품 안에서 떠나보내고 나니, 문득 이제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앞으로만 달리지 말고, 좀 다른 삶을 설계해 볼  수는 없을까? 길은 정말 이것뿐일까?

 

   

 

지금으로부터 180년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글을 쓰던 소로는 매사추세츠의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자연과 벗하는 나 홀로 생활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2년간을 일기로 기록한 것이 바로 자연, 생태주의 삶의 바이블이 된 <월든>이다. 이 책에서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살면서 경험한 독서, 고독, 죽음, 소리 등의 정신세계부터 식물, 동물, 마을, 호수, 농사 등의 일상생활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에 대한 감성을 독백처럼, 때로는 시처럼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고, 현재 유행처럼 불어오고 있는 귀촌 열풍이 과연 이 시대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본다. 귀촌이 삶의 한 방향이 될 수는 있지만, 단 하나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지금 도시의 삶이 지치고 힘들다고, 시골에서의 삶이 무조건 장밋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깊은 고민 없이 시대적 흐름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꿈꾸는 농촌에 대한 환상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이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에 대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풍부한 물질 속에서도 소박하게.

복잡한 도시 안에서도 단순하게.

빠르게 뛰어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천천히, 느리게.

50+가 꿈꾸는, 바로 그런 삶이다.

 

그러나 소로는 말한다. 옷이 작다고 억지로 품을 잡아 늘리는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철학자가 위대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상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실천에 있는 것이다. 실천에 있어서도 그저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내 몸에 조금씩 스며드는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소로처럼 월든 호숫가에서 살든, 도시 한복판에서 살든,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서나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월든 호숫가에 살던 소로의 실천이 될 것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실천이란 내 몸만 자연으로 돌아가서 집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원하는 단순·소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터를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삶의 인문학을 소로의 <월든>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50+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