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지금이 딱 좋아! 60세 내 모습 기다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이승연은 꽃 선물도 싫어하고 이벤트도 싫어해서 남편과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했다. 결혼한 지 9년째인데 매일매일 연애하는 것같이 짜릿하고 즐겁단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억만금을 줘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이승연은 행복하다. 나이 50에 해탈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그녀와의 털털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승연
이승연이 벌써 50세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보통 스타들이 나이를 먹어서 미모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자기합리화나 자기최면을 걸듯이 “지금이 좋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을 많이 봐왔지만 오늘 만난 이승연의 표정은 정말임을 딱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술 더 떠 60이 기다려지고 늙어진 자신을 보는 날을 꿈꾼다니 의외였다. 잘 나이 들고 싶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본인의 얼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용감한 발언을 한다. 남들이 들으면 돌팔매를 맞고도 남을 망언이라고 오해받기 쉽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미녀 스타인데 그런 망언을 하다니?
“피겨 스타 김연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얼굴”이라는 이승연의 평가를 듣고 난 후에 비로소 이해가 갔다. 분명 김연아와 이승연은 다른 스타일의 미모다. 눈이 크고 쌍꺼풀이 진한 서구적인 얼굴의 이승연은 자신과 반대의 이미지인 한국적 눈매를 지닌 김연아의 얼굴이 부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나와 다른 스타일의 미모에 대한 부러움일까? 여느 보통 여자들이 하는 그런 시샘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승연의 성격에는 아마 김연아 같은 얼굴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이승연
털털하고 쿨한 여자
실제 김연아는 성격을 묻는 질문에 “단순무식하고 쿨하다. 혈액형이 O형인데 전형적인 O형 성격에 딱 맞는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승연도 O형이고 털털하기로는 김연아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다. 그녀는 매니큐어도 안 칠하고 평소에는 귀찮아서 화장도 안 하고 거리를 활보할 정도로 털털하다. 남편이 선물을 사서 줄 때도 예쁜 포장지에 싸서 주는 것보다 흰 종이나 광목천으로 둘둘 말아서 주는 걸 더 좋아한다. 꽃 선물도 싫어하고 이벤트도 싫어해서 남편과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했다. 한량 이봉규의 난데없는 해석이지만 그녀가 김연아의 얼굴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성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승연의 가족사랑은 유별나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은 아이를 낳은 것이고 두 번째로 잘한 일은 남편과 결혼한 것이란다.
그녀는 한 방송(TV조선 <엄마가 뭐길래>)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길러준 엄마가 사시사철 학교를 데려다줬다. 혼자 학교를 못 갔다”라며 “내가 세 살 때 언니가 선천성 탈구라는 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충격을 받은 부모님이 날씨가 안 좋으면 날 학교에 안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에 혼자 있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가지 말라고 선물을 많이 줬다. 그런데 친구들은 장난감만 받고 금방 가버렸다. 너무 외로웠다. 그 상태로 쭉 자라오다가 애늙은이처럼 컸다”라며 “그 보상심리가 있는 거 같다. 내 딸은 나처럼 자라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나한테 부족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 채워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이승연은 자녀교육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한다.
“사랑만 해주면 애는 저절로 알아서 크는 것”이라는 그녀의 철학이 멋지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저절로 큰다는 생각을 안 하고 억지로 아이들을 훈련시키면서 키워내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녀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경험 때문일까? 나이 50에 해탈한 느낌이란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술자리 때문에 늦어도 잔소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룸살롱에 간다면 제일 예쁜 아가씨를 옆에 앉히라고 주문한다니 놀랍다.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있어서 더욱 쿨하게 이해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뉴스에도 불구하고 이승연을 믿어준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존 킴이라는 이름보다 ‘이승연의 남편’으로 불리며 사는 남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연애시절 자동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6~7시간 대화해도 시간가는 줄 몰랐을 정도로 코드가 잘 맞는다. 사귄 지 두 달이 넘어서야 첫 키스를 했을 정도로 그녀의 감정을 아껴준 남편에게 감사해한다.
“B형 남자는 O형 여자에게 절대 못 이긴다”고 자랑하는 그녀의 속뜻은 아마 남편이 자기를 더 사랑한다는 진단일 것 같다. 그렇다면 남편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이승연과의 결혼일 것이다. 이승연은 두 번째로 잘한 일이지만. “행복을 찾아준 남편은 항상 고마운 존재”라며 “결혼할 때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뿌듯해한다. 그러면서 “입에 찬 소리 해서 행복이 날아갈까 겁이 난다”고 엄살까지 부린다. 그녀의 부모님이 이혼해서 그런지 어떤 시련이 올지라도 남편과 절대 이혼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승연
가족의 사랑이 절대적 힘
두 살 연하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남편은 보기만 해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남편 존 킴(한국명 김문철)은 의류 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미국 시민권자다. 두 사람은 2005년에 다른 사람 결혼식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는데, 이승연이 남편에 대해서도 잘 아는 지인에게 툭 던진 말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맺게 해줬다.
“저 사람, 여자 친구 많겠다. 혼자 놔두면 못 믿을 것 같은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근데 저런 사람이 진국일 거야.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일 거야!”라고 평가한 것을 나중에 남편에게 얘기했다는 것.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만난 남편은 이승연에게 “어떻게 나를 그렇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냐?”면서 감탄했고, 그게 인연이 되어 사귀게 됐다.
결혼한 지 9년째인 두 사람은 매일매일 연애하는 것같이 짜릿하고 즐겁단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억만금을 줘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이승연은 결혼 잘했다.수줍어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 싫어하고 방콕을 즐기는 이승연에게 남편과의 행복은 절대적 가치일 것이다. “그렇게 수줍음이 많은데 어떻게 수영복 심사를 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친구 따라 미용실에 갔는데 원장이 대회에 나가면 미스코리아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적극 권유했다. 그때 마침 승무원 생활을 3년쯤 하던 권태기여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술회한다.
인생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때부터 톱스타 이승연의 삶이 시작됐고 50세가 되기까지 숱한 화제도 예기치 않게 일어났다. 각종 뉴스에 오르내리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견뎌냈다.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마다 긍정의 DNA를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해한다.
“말 한마디의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몇 년 전에 비로소 깨달았다”면서 “이제 빚을 갚고 싶다. 긍정의 말 한마디를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전하면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든 각종 인연을 맺었던 주변 사람들에게든 누구에게라도 보답하겠다는 의지에 날이 서 있다. 분에 넘치는 팬들의 사랑도 받았고 그 관심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그만큼 패대기 처지면서 수렁으로 밀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나이 50이 돼서야 해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해졌다. 남편의 사랑이 절대적인 힘이 돼주었고 가족들과 주변의 격려 덕분이지만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으로 잘 이겨낸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나 자신을 믿어준 스스로에게도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달아오른다.
▲이봉규와이승연
자기 삶의 가치가 중요해
보답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방송도 중요한 방법일 수 있겠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사람이기에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로 영향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승연은 타고난 방송인 자질이 있기에 안성맞춤. 또한 패셔니스타의 자질을 잘 활용해서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승연은 패셔니스타의 원조다. 드라마마다 걸치고 나오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크게 유행시키기는 완판녀의 원조 격이다. 뛰어난 패션 감각 덕에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재능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어떻든 이승연의 삶이 남달랐던 만큼 앞으로는 더 의미 있는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간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내 방식의 가치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 남의 평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승연에 대한 남들의 평가도 이제부터일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본인의 삶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주당 이봉규이기에 술 한 잔도 못하는 이승연과의 인터뷰는 약간 아쉬웠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 이상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이승연과의 데이트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글 이봉규 시사평론가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