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커리어(Encore Career)’는 인생후반 지속적 수입(Paycheck)뿐만 아니라 개인적 의미와 성취(Passion), 사회적 영향과 가치(Purpose) 등 이 세 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일자리를 의미합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전 세계 50플러스 세대들의 인생 후반기 제2커리어 전략이자, 서울시 50플러스 일자리 정책의 방향이자 전략이기도 하죠. ‘앙코르커리어’ 개념과 모델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지만,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그럼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까요?
'앙코르커리어'의 실체
먼저 ‘앙코르커리어’는 1997년 미국에서 Encore.org(앙코르닷오르그,舊시빅벤처스)라는 사회혁신 기관을 설립한 마크프리드먼(Marc Freedman)이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주창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사회공헌 일자리’라는 개념이 있지만 ‘앙코르커리어’의 포괄적 내용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소 낯설지만 ‘앙코르커리어’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앙코르커리어’는 체계적인 이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50플러스의 특성을 반영한 어떤 ‘일’의 모델과 거대한 흐름에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시도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형적 틀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도 계속 진화 발전하는 개념인 셈이죠. 그리고, 이제 이 새로운 개념은 당장 고소득, 고연봉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인생후반부 적정 소득과 함께 자아성취, 사회공익에 도움이 되는 꽤 유용한 일자리 대안으로 점점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왜 지금 ‘앙코르커리어’인가?
왜, 지금 우리사회에서 ‘앙코르커리어’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50플러스의 일자리 문제에 현실적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재취업할 곳도 마땅찮고, 막상 재취업을 하더라도 대다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자본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창업은 말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평균퇴직 연령이 가장 빠른 사회입니다(서울시평균 52.6세) 백세시대라는데, 빠른 퇴직 후 몇 십년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보다 다양한 옵션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50플러스 당사자들의 욕구와 인식을 조사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인생후반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비단 ‘연봉’만이 아니라, ‘흥미, 사회적기여, 일과 삶의 조화’ 도 매우 주요한 가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앙코르커리어’는 사회적으로도, 50플러스 당사자들에게도 꽤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앙코르커리어’의 특징
필자가 앙코르커리어 운동을 처음 시작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그 어떤 참고할 만한 사례, 선행연구가 없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거쳐 크고 작은 도전과 실험, 성공과 실패의 교훈이 밑거름이 되어 새로운 담론의 싹을 키우고, 또 공공 정책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여전히 앙코르커리어에 관한 그 어떤 논의도 명확한 답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퇴직환경은 미국, 유럽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주창하고 있는 ‘앙코르커리어’ 개념과 전략을 그대로 이식하기도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전제로, 지금까지 앙코르커리어에 관한 논의와 저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한국형 앙코르커리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제3섹터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떠오른 것처럼,
50플러스의 앙코르커리어도 주로 NPO, 사회적경제 등 제3섹터에서의 재취업, 창업, 창직이 많습니다.
■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유연한 일자리입니다. 한 가지 일에 올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몇 개의 ‘일거리’를 갖고, 각 분야마다 역할비중과 근무형태를 다르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 앙코르커리어 경로는 모두 ‘개별적’이며, 동시에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상대적’ 개념으로 작동합니다.
한 두가지 정형화된 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소소한 취미, 프로젝트, 커뮤니티, 자원봉사 등 출발점의 내용과 형식은 모두 달랐습니다.
■ 같은 취미, 지향점, 비전을 가진 동료들과 공동창업 형태가 많고, 상대적으로 초기자본이 덜 들어가는 지식기반 창업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또, 기존 경력을 살린 창업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의 창업도 꽤 많았습니다.
■ 정부나 지자체 정책과 연결, 기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 다양한 파트너십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 기존 일자리 알선 방식은 지양, 당사자들의 경험과 역량에 기초한 ‘당사자 운동’으로 풀어나가기를 권장합니다.
‘앙코르커리어’ 담론의 확산
서울시의 50플러스 정책이 본격화된 최근 2~3년사이 ‘앙코르커리어’ 담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3섹터에서의 인턴십 프로그램인 ‘50플러스 앙코르펠로우십’, 서울시 보람일자리 경험 기반의창업과 재취업, 민간기업 사회공헌 자금을 활용한 모델 (예:한화생명 시니어인턴십, 현대자동차 굿잡5060),서울시의 다양한 정책과 연결(예:한지붕세대공감, 도시민박창업), 50플러스캠퍼스 동문들의 협동창업(예:루덴스키친), 지역과 국제개발로 일자리 확장(예:캄보디아글로벌센터), 세대간 결합(예:한국어튜터, 세대융합캠퍼스, 특성화고등학교 취업지원관), 지역문제 해결(예: 남성돌봄, 우리동네맥가이버) 등 그 내용과 형식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죠.
그러나, 지속가능한 ‘일모델’로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나이듦’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일해 보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확대되고, 50플러스 스스로 건강한 ‘세대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또 ‘앙코르커리어’ 운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50플러스세대 통합 DB구축, 온·오프 플랫폼, 수요와 공급의 효율적 매칭 등 전문적 시스템도 개발되어야 합니다. 앙코르커리어는 다양한 정책, 파트너십에 기초한 창직 모델이 많기 때문에 좋은 자원을 어떻게 잘 조직해서 효과적 성과로 연결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앙코르커리어’와 마주한 당신에게 드리는 질문
필자는 선의와 의욕을 가지고 앙코르커리어를 실천했던 사람들이 1년이 채 안되서 중단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습니다. 대다수는 능력과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소통’과 ‘공감’의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섹터, 낯선 조직문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기란 그 누구도 쉽지 않습니다. 50플러스 스스로 열린 자세, 공감 능력, 직무 스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앙코르커리어를 단순히 ‘커리어전환’으로 접근하면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없습니다. 길어진 생애주기,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50이후의 삶에서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가? 등의 근본적 질문과 진지하게 마주해야 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마지막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앙코르커리어는 ‘일’ 이상을 의미하며, 이것은 50플러스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자 생애전환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 물음입니다. 답은 모두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관장 남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