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재단 이경희 대표

불안하고, 갈 곳 없고, 일하고 싶은 사람의 친구 되겠다

 

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가 은퇴 전후 세대인 50세에서 64세까지의 중장년층을 위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6월 설립 당시 “중장년층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지 못하는건 국가적인 손실이다. 50플러스 세대의 준비된 노후와 재개발을 지원하겠다”며 재단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1년 남짓, 50플러스재단은 과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50+인생학교’를 만들었고 ‘50+단체 설립지원 공모사업’을 벌였다. 지역 50플러스 세대의 씨앗모임 등을 지원하는 활동도 했다. 이외에도 50플러스 세대를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50플러스재단 이경희 대표이사다. 불안하고, 갈 곳 없고, 일하고 싶은 중장년의 고충을 나누고 싶다는 이 대표를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50플러스재단- 이경희 대표

 

‘나눔의 가치’ 알게 한 자원봉사 경험

“중앙대학교에서 20년간 교수로 일하다 은퇴를 4년 앞두고 일찍 그만두었어요. 일보다 앞으로 제게 남은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대표는 은퇴 후 더 배우고 나눌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쉬고 싶기도 했다. 우연치 않게 자원봉사 일을 시작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지혜로운학교 U3A ’의 운영에 참여했다.

“보수 없이 순수하게 서로 잘하는 부분을 나누는 곳이었어요.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은 일어를 가르쳤고 독서나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독서반을 운영했어요. 라틴어, 바느질, 영화 함께 보기 등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펼칠 수 있는 장이었어요.”
한 학기에 20개 과목을 운영했고 다른 곳에 없는 과목도 많아 ‘이런 좋은 공간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로운 학교 멤버들은 은행 퇴직자, 외국계 회사 임원 등 직업이 매우 다양했어요. 각자의 재능과 경험치를 사회공헌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참여하고 운영이 된거죠.”
이 대표는 퇴직 후 5년간 자원봉사를 했다. 자원봉사 경험은 50플러스재단 운영에 큰도움이 되고 있다.
“지혜로운 학교 운영을 할 때 ‘누가 자원봉사로 매주 두 시간씩 가르치겠냐’, ‘잘 안될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사회에 참여하기를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런 일도 기획이 좋다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며 유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 이 대표는 2년간 서울시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장학금 주는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서울시가 100세 시대 인생 전환기를 위한 새로운 배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은퇴자를 위한 또 하나의 학교를 만들 계획을 세우면서 그녀는 50플러스재단 대표의 직함을 얻었다.
“50플러스 세대의 특성을 조사했더니 불안하고, 갈 곳 없고, 일하고 싶어 한다는 3가지 특성이 있었어요. 이런 기준으로 보면, 50플러스 캠퍼스와 재단에서 해야 할일은 아주 명백해져요. 50플러스 세대들의 특성을 알고 어떤 식으로 이들을 도울지고민하는 것이죠.”

그러나 고민으로 그치지 않았다. 2016년 6월 설립된 재단은 이제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일들을 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에 건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은퇴자들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찾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꼰대 물 빠지게 만든 ‘50+인생학교’
“50플러스 세대 중 은퇴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연금 등으로 일부 소득이 보장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도 있지만 아직 돈벌이나 생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어요. 이런 다양한 50플러스 세대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게 만만하지는 않았어요.”
재단 일은 주변에서 ‘과부화’라고 느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재단 설립 후 50플러스 캠퍼스 오픈까지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50플러스 캠퍼스는 서울시가 50대 이후 중년층을 위해 만든 교육의 장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생 이모작을 도와주고 있다. 올해 3월 개관한 중부 캠퍼스를 비롯해 4개 자치구 센터 등 여섯 곳의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까지 총 열한 곳의 인프라를 구축해 50플러스 세대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50플러스재단- 이경희 대표

 

캠퍼스 내에는 ‘50+인생학교’도 있다. 50플러스 서부 캠퍼스에서 시작해 2기 수료생까지 배출 했으며, 올해는 중부 캠퍼스에도 개설됐다. ‘50+인생학교’ 프로그램은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학습·체험·관계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만큼,강의 중심이 아닌 참여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네트워킹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수강생 중 ‘꼰대’ 물이 빠진 한대기업 퇴직자는 다른 회사 국내 조직 총괄로 영입됐고, 무기력함에 빠져 있던 현직 교감은 에너지를 얻어 공모 교장에 도전했고, 국책은행 전직 지점장이었던 수강생은 서울 구석구석을 정원으로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시작했다. 인생학교 1, 2기 수료생들은 자체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탱고, 정리정돈, 조경, 희곡읽기 등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토목회사 대표가 이끄는 탱고모임은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춤바람이라고 표현 했지만 어느 자리에 가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희곡읽기 모임은 함께 연극을 보고 토론하거나 연극인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한다.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뭉쳐서 그런지 모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50플러스 세대들이 재취업을 하든, 새로운 일을 하든, 여가를 즐기든, 무엇을 하든 함께 할 동무를 만들고 야성을 살릴 수 있도록 이들을 불러 모아 열정을 건드려줄 것입니다.”

 

돈이 아닌 ‘보람’ 찾는 50플러스 세대

최근 재단은 <앙코르커리어 핸드북>을 발행했다. 미국에서 중장년층의 인생 2막을 돕기 위해 설립된 앙코르닷오르그라는 비영리 단체의 부대표 마르씨 알보허의 저서를 번역 발간한 책이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의문에 대한 답을 얻고 인생 2막의 비전과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는 자기계발 서적이다.

공익활동을 하는 50플러스 단체에 최대 1000만원 활동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50플러스 세대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나 비영리 민간단체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들이 지역의 공공자원 을 연계해서 공익활동을 펼치거나 50플러스 세대의 생애 설계를 돕는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활동비 지원과 멘토링 등을제공한다. 모두 50플러스 세대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치는 좋은 사례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마련한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단체들의 주요 제안에는 기초생활 수급자를 대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수납장 제작 보급 사업, 학교 및 유아원과 연계한 마을 이야기꾼 양성 등과 같은,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공익사업 아이디어 등이 올라왔다.

 

일자리 및 창직과 관련한 지원도 있다. 여러 공공 및 민간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를 기반으로 50플러스 세대에게 맞는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50플러스 세대에 적합한 일자리와 수요 모델을 발굴해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창직을 통한 창업이나 단체를 설립할 때는 공유 사무실을 제공하거나 인큐베이팅, 멘토링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중부 캠퍼 스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50+창업경진대회를 연다. 빈곤, 고령화, 청년실업, 환경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면 서도 이윤을 창출하는 창업활동을 지원하며, 선발된 팀에는 전문가의 창업교육과 창업자금 지원, 공유 사무실 1년 이용료 50% 감면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50플러스 세대에게 돈은 전부가 아니잖아요. 내가 사회나 관계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야 살아온 보람을 느끼고 즐겁습니다. 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 세대가 활기차고 의미 있는 인생 후반전을 보내면서 사회에 건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이들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행복 느낄 수 있도록 ‘혜택’ 줄 것

이 대표는 다른 선진국 중장년층에 비해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환경이 열악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외국에 비해 사회보장제도 수준이 낮아요. 노년층이 기본적인 연금만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 하기 힘들잖아요. 반면 교육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인적자원을 제대로 쓴다면 또 다른 사회적인 동력이 될 수 있는데, 그동안 관련 정책이 너무 없었어요. 그것이 안타까워요.”

이 대표는 자녀들의 혼인비용이나 준비 없는 창업 등으로 은퇴 후 10년 혹은 20년 후가 되면 현재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질수 있다며 우려했다. 50플러스 세대가 현재의 자원을 잘 유지 하면서 살 수 있는 돈에 대한 가치 전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초기엔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이 많았어요. 그래서 해외 또는 국내의 유사 사례들을 펼쳐놓고 공부했습니다. 캠퍼스나 재단 내에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그들의 아이디어로 좋은 성과를 얻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50플러스 세대들에게 제2의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라고 말한다.

“50플러스 캠퍼스에 와서 내 인생이 훨씬 행복해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캠퍼스를 어떻게 차별화 시키고 운영할 것인가가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직접 그혜택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를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이학명 기자 mrm97@etoday.co.kr
사진 박규민 parkkyu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