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기쁨, 더하는 행복, 이교영 교수가 사는 법
우리나라 의료인의 해외봉사활동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식상할 만도 한 봉사활동이 아직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그들의 헌신 덕분일 것이다.
우연히 MGU(Members for Global Union) 진료단의 해외의료봉사 활동영상을 보면서 가슴 뭉클했다. 지난 2월,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서 11시간 걸리는 아니사칸(Anysakan)의 돈보스코학교에 차려진 임시 진료소에서 봉사단이 진료를 한 8일 동안 수천 명의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병원 진료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의약품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 의료봉사단은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의료봉사단체 MGU의 중심에는 청년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우는 이교영(63세,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가 있다. 나눌수록 행복해진다는 그에게 MGU와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 2017년 2월, 미얀마 아니사칸에서 진행된 21차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한 진료단 (사진제공: MGU)
Q. MGU라는 단체는 일반인들에게 조금 낯선 느낌입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사단법인 MGU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을 국적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설립된 NGO단체입니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활동하고 있죠. 2010년 5월 이전까지는 '말구유나눔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습니다. 그런데 봉사를 가면 외국인들이 우리 단체의 이름을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현지인들이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말구유의 첫 글자를 따서 MGU(Members for Global Union)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현재 김포시에 있는 김포 외국인 주민센터 1층에 무료진료소를 개설하여 매주 일요일 외국인 노동자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일 년에 두 번은 해외의료봉사를 나갑니다. 현지에서는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지역의 환경개선사업이나 위생교육도 함께 하고 있지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봉사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 MGU)
Q. 교수님은 2007년부터 10년 넘게 MGU봉사단을 이끌고 계시는데, 의료봉사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1978년 서울의 용산시장 개천가에 한 가톨릭 수도회가 천막을 짓고 '베들레헴 집'이라는 이름으로 노숙자와 걸인, 부랑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의 간호대 학생들이 그곳으로 봉사를 갔다가, 그곳에 오시는 분들의 몸이 상처투성이에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같은 동아리였던 의대생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서너 명이 합류해 매주 베들레헴 집을 방문하여 노숙자나 걸인들을 치료했는데, 그것이 우리 활동의 시작입니다.
Q. 그동안 봉사하면서 만난 환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A. 2017년 미얀마에 갔을 때 치료한 환자인데요. 심한 화상을 입어 근육과 피부가 수축되어 완전히 구부러진 팔을 펴는 수술을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완치시키기는 어려웠는데요. 2018년 2월 동계봉사 때에 피부이식을 통해 완전히 펼 수 있도록 재수술 했습니다. 피부이식은 성형외과 선생님 두 분이 함께 진행할 만큼 큰 수술이었어요. 두 번에 걸친 수술로 환자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좌)의료진이 수술실 대신 모기장 안에서 수술하고 있다 (우)MGU 홍보대사 인순이 씨 (사진제공: MGU)
Q.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일을 수없이 경험했을 텐데요. 그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입니까?
A. 외국인 환자와의 의사소통문제, 의약품 조달, 해외봉사 시 의약품의 통관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은 예산이 적어 자원봉사자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큰 금액의 경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적자원을 확보하여 다양한 진료과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좌)40년 동안 봉사를 이어온 이교영 교수가 세포를 검사하고 있다 (우)치과 진료에 몰두하고 있는 의료진 (사진제공: MGU)
Q.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사법연수원생이 다시 의대에 진학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봉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경우일 텐데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해주세요.
A.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되려고 했던 사람인데, 자신이 생각하는 삶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우울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리 회원의 권유로 비의료인 자격으로 해외봉사에 참여해 진료접수와 약국 일을 도왔습니다. 먼 길을 달려와 긴 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진료 후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답니다. 게다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진료단의 모습에서 자신도 의사가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보람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의대에 진학했고, 현재 바쁜 와중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진료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좌)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 (우)의료봉사 지역에 쌀을 나누는 진료단 (사진제공: MGU)
Q. 교수님의 개인적인 계획 또는 MGU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A. MGU는 현지 학생들이 의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해외의료봉사에 가면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대개 영어를 잘하는 현지 학생들이 통역을 도와줍니다. 그 학생들 중 일부는 의학을 공부하고 싶어 해요. 학생들이 똑똑한데 돈이 없어서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이 현지의 간호대나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는 인적·재정적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지역 의료인을 양성해 그들과 협업하면 언어적 불편도 해소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게 되겠지요. 또한 의료 인프라가 부재한 나라에서 향후 의료 환경 개선에 큰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나아가 그 나라에 진료소를 개설하여 어려운 사람들이 항상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Q. 인생2막을 꿈꾸는 50+세대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A. 직장 다니랴, 자식 키우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던 50+세대가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번 인터뷰가 MGU를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교영 교수. 그의 바람대로 후원자가 많이 늘어나 계획한 프로젝트들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응원한다. 40년을 한결같이 봉사에 전념해온 MGU와 이교영 교수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www.mgu.or.kr)를 방문해 보시라, 행복과 기쁨으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