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세대에게 남진, 나훈아가 영웅이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조용필, X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요즘은 단연 방탄소년단(BTS)이다.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방탄소년단의 알엠(RM, 김남준)의 연설이 화제였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Love myself)’라는 연작 앨범의 요약과 같았던 7분 연설은 요즘 젊은 세대 내면의 소리를 대변하는 듯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말하라.”라고. ‘타인이 보는 나’를 중시했던 기성세대에게도 메시지가 컸다. 요즘 것들은 ‘내가 원하는 나’에 집중하기 시작한 세대이다. 이미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50%를 차지하는 요즘 것들과 토착민인 기성세대 사이에 다양한 견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일터에서 세대 간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 다섯 가지 대표적 상황을 알아보자.
첫 번째는 ‘회식’ 상황이다.
저녁 6시, 모처럼 팀 회식이다. 김 팀장은 간만에 3차까지 달렸고, 팀원 둘은 필름이 끊겼다. 기성세대는 모처럼 대화하는 자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것들에게 회식은 돈독한 사이가 아닌 이상 선배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불편한 자리다. 특히 갑작스러운 회식 약속은 그들에게 사유지를 침범당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회식은 얼마나 하세요?” 필자는 강의하면서 종종 청중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답은 조직마다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은 예전 같지 않게 많이 변했다고 느낀다. 사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조직과 부서의 문화를 짐작하기 위해서이다. 회식을 자주 한다면 그만큼 요즘 것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요즘 것들의 이기심과 버릇없음을 탓하기 전에 회식의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볼 일이다. 대화나 팀워크가 목적이라면 술로 끝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맛집 탐방이나 스포츠 관람을 하거나 2차로 티타임을 하며 대화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두 번째는 ‘야근’ 상황이다.
금요일인데도 전략팀은 야근이다. 김 상무가 월요일 확대간부회의 때 발표할 자료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업을 담당한 건 최 과장이지만 전 팀장도 함께 남아있다. 다른 팀원들은 눈치를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세대인 김 상무와 전 팀장은 중요한 보고를 앞두고 있으니 야근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감이 몰리는 영업 부서나 데드라인에 쫓기는 기획이나 전략 부서처럼 업무 특성상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게 그들의 논리이다. 하지만 요즘 것들의 견해는 다르다. 미리 챙기고 집중했으면 일과시간에 끝낼 수도 있는 일을 길게 늘려 저녁까지 한다는 것이다. 또 조직 분위기상 선배 직원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못 하는 것도 불만이다. 하지만 퇴근 무렵 직장의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의 여파도 있지만, 세대교체 때문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조직이 PC 셧다운제, 강제퇴근제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꼭 야근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야근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얼마나 일했는가?” 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했는가?”를 따져야 한다.
세 번째는 ‘회의’ 상황이다.
회의 중에 인터넷을 하는 김 대리, 밀린 메일을 처리하는 김 주임, 친구나 동료와 메신저 하는 박 과장. 회의를 주관한 양 이사와 발표자인 유 팀장 외에는 회의에 집중하는 이가 없다. 낯설지 않은 회의 풍경이다. 기성세대인 양 이사와 유 팀장은 팀원들과 업무 상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팀원들의 의견도 구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회의가 지루하다. 또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수평적 풍토가 아니다 보니 듣는 시늉만 하고 딴짓을 하는 것이다. 조직 내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할라치면 단골로 등장하는 과제가 회의이다. 그만큼 회의는 바꾸기 힘든 테마다. 그도 그럴 게 조직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보면 회의라기보다는 보고에 가깝다. 많은 회의가 주관한 사람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그에게 발표하는 자리다. 회의의 목적은 무엇일까? ‘실행’일 것이다. 리더는 실행에 초점을 맞춰 직원들을 동기 부여해야 한다. 과거처럼 발표하고 지적하고 지시받는 회의 진행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모였으면 의견을 내고 결론을 내고 실행까지 연계해야 진짜 회의이다.
네 번째는 ‘지시 및 보고’ 상황이다.
“어쩜 그렇게 딱 시키는 일만 하니?” 김 팀장이 이 대리를 타박한다. 이 대리는 억울하다. 벌써 네 번째 수정이기 때문이다. 매번 이러다 보니 “어차피 또 수정할 텐데, 적당히 하자.”라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악순환이 무한 루프로 반복되는 것이다. 업무를 지시한 기성세대는 알아서 잘해오길 바란다. “그것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이해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것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애매하게 지시하면 업무에 대한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일의 의미와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지시받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추가 질문을 통해 지시자의 의도와 기대 산출물의 이미지를 되도록 구체화해야 한다. 보고도 마찬가지다. 보고를 받는 사람은 다 알아서 해 오길 기대하기보다는 보고서에 담을 핵심 내용을 일러줘야 한다. 또 보고자는 가능하다면 최종보고 전에 중간보고를 통해 의도에 맞게 보고서를 쓴 것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근태(근무태도)’ 상황이다.
영업팀 채 팀장은 최근 1년 만에 공채 신입으로 선발된 지 사원을 맞이하게 됐다. 기쁨도 잠시, 고민이 생겼다. 다섯 명의 선배직원들은 8시 40분이면 출근하는데, 지 사원은 9시 정각이 되어서야 출근하기 때문이다. 두어 번 지나가는 말로 일찍 출근하라고 에둘러서 얘기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지 사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입사 후 처음 며칠은 30분 일찍 출근했다. 하지만 오자마자 업무를 맡기는 선배 때문에 정시에 출근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대신 회사 근처 커피숍에 일찍 가서 책을 보면서 여유 있게 하루를 준비한다. 기성세대가 보자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내가 신입 때는 말이야. 가장 먼저 출근해서 부장님 책상도 닦고 쓰레기도 버리고.” 하면서 말이다. 요즘 것들 입장은 그렇지 않다. “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같은 직원인데.”라며 말이다. 요즘 것들은 일찍 출근했다면 그 시간도 개인의 시간으로 존중받았으면 한다. 기성세대에게 근태가 중요한 것처럼 요즘 것들은 누구든 자신의 삶에 침투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터를 둘러보면 세대 간 생각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공감의 통로가 열릴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눈을 감는다면 갈등의 원인이 될 뿐이다. 기성세대는 요즘 것들에게 어른답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 생각이 과연 옳은가?”
<요즘 것들> 저자, (주)데이비스스톤 대표이사 허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