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런데 하물며 늙고 나이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노년기는 대개 65세에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이때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패배감, 과거에 대한 후회를 가지게 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자의 심리상태를 무심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글. 김준영
배우자가 우울증에 걸렸다면?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평범한 회사원인 미키오와 만화가 하루코 부부. 그들의 조용한 일상에 벼락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남편인 미키오에게 알 수 없는 무력감과 통증이 찾아오고 결국 우울증 판정을 받게 된다. 하루코는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일을 그만 둔 후 남편은 자신이 쓸모없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모든 게 자신 탓이라는 자책감에 사로잡히지만, 아내의 따뜻한 배려에 힘을 내고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결국 사랑의 힘으로 마음의 병을 이겨낸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만약 당신의 배우자가 우울증에 걸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현대사회에 우울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누구에게나 감기처럼 찾아올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뇌는 60대가 되면 점차 가시적으로 위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노화가 되면 신경세포가 감소하고 조직학적, 분자생물학적 변화도 나타나게 된다. 뇌뿐만이 아니라 노년기에는 신체적, 신경적, 감각적인 변화가 잇따른다.
이때 배우자를 잘 보살피지 못한다면, 큰 후회가 남을지도 모른다. 평생을 함께한 내 반려자를 지키는 일은 언제 어느 때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특히 노년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은퇴 후에 일어나는 변화
“내 꿈은 평생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간의 기대 수명이 백세 이상이 되면서 65세 정년도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물론,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싶은 게 현실이지만 바로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우리 사회 은퇴자의 경우 은퇴를 한 다음, 자존감이 떨어지고 더 소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식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기회를 쉽게 찾기가 어렵다. 말동무도 없는데다가 경제적인 부분까지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 자존감은 끝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이 자꾸 아프고 죽기까지 한다.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난 상실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연약해지며 자신도 그렇게 될 거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건강염려증까지 생겨날 수 있다.
노년기에는 의존성, 내향성, 수동성, 경직성, 이기주의, 순응주의, 독단적 태도의 양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신체적, 경제적 능력이 저하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성향이 커지는 것이다. 또 활동량은 감소하면서 행동반응도 자신의 내부로 향한다. 고집은 세지는 것에 반해 융통성은 없어져서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만 일을 처리하려 들기도 한다. 자기 물건에 애착이 많아지고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성취욕이나 희망이 사라진다.
노인 우울증, 어떻게 극복할까
노인 우울증은 크게 생물학적 요인,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년기에는 전체 수면 시간이 감소하고 중간에 자주 깨며 렘 잠복기 등이 나타난다. 일산백병원 정신의학과 김현 교수는 “뇌영상의 연구결과, 뇌실의 확장, 허혈성 뇌변화 등이 노인 우울증에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건강한 노인보다 질병이 있는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나고 내과적 질환이 있으면 발병률이 높고 더 만성화 된다. 이 밖에도 의존심, 불안감, 회피적 성향, 부정적 평가, 비관적 태도, 절망 등의 심리학적 원인으로도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첫째,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힘이 없다고 해서 운동을 등한시하면 몸이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운동은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햇살과 좋은 공기를 맞으며 시각 청각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어 다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햇빛은 우울증 예방에 좋은 효과가 있다.
둘째, 뻔한 이야기 같지만 건강한 식가를 해야 한다. 편식 없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규칙적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소식을 즐긴다. 단백질, 탄수화물, 그리고 지방이 포함된 음식을 적절하게 먹어야 건강이 유지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천천히 잘 씹어 먹도록 한다.
만약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나와 내 배우자가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