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이기기 위한 5가지 방법
정류장 앞에서 무심코 오래 기다리는 것과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는 것 중 무엇이 우리 건강에 해로울까. 과자보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게 훨씬 나쁘다. 음식은 겉으로 볼 땐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지만 실제론 입에서 항문으로 연결된 튜브 모양의 소화관을 거쳤다 바깥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 쉴 때 들이마시는 공기는 폐포에서 혈액에 섞여 바로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공기가 음식보다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가 걱정스럽다. 근본적인 대책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중국 등 국가간의 긴밀한 협조다. 그러나 당장 속 시원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뿌옇게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 쓰나미에서 현실적으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 1%라도 도움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봤다.
식물을 활용하자
2016년 저명한 학술잡지 <ESPR(환경과학 오염연구)>에 베이징대학의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실렸다. 베이징 시내 가로수 25종에 대해 미세먼지 제거 능력을 평가한 것이다. 알다시피 식물은 잎의 기공을 통한 호흡작용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미세먼지를 가장 강력하게 없앤 나무는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넓은잎삼나무로 밝혀졌다. 나무 한 그루당 2.5㎛ 이하 초미세먼지를 484mg이나 없앴다. 가령 ㎥ 당 50㎛의 대기오염이라면 넓은잎삼나무 한 그루만으로 가로×세로×높이 각각 27㎥ 공간의 공기를 세계보건기구 기준인 25㎛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효과가 적은 나무는 은행나무였다. 한 그루당 14mg밖에 없애지 못했다. 넓은 잎삼나무와 35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두 번째로 효과가 적은 나무는 버짐나무의 17mg이었다. 우리나라 가로수에서 흔히 보는 은행나무와 버즘나무가 미세먼지에 관한 한 낙제점이란 소리다.
실내 식물은 어떨까. 농촌진흥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공개했다. 가장 탁월한 식물은 뱅갈고무나무와 산호수다. 각각 초미세먼지를 70%와 67%나 줄였다. 연구를 주관한 농촌진흥청 김광진 농업연구관은 “식물의 잎 뒷면에 위치한 기공은 지름 20㎛으로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흡수해 제거할 수 있다”며 “잎을 자주 닦아주면 미세먼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타민 B가 도움된다
2017년 4월 발표된 따끈따끈한 연구결과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환경보건학 연구진이 <사이언티픽 리포트>란 잡지에 발표했다. 10명의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4주동안 비타민 B 영양제를 주고 비슷한 모양의 위약을 준 그룹과 미세먼지에 2시간 동안 노출시킨 후 비교했다. 심전도와 피 검사도 했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혈액 중 백혈구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유해물질로 인체에 작용해 염증반응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 비타민 B 투여군은 비투여군에 비해 심장박동수는 150% 감소했고 백혈구 숫자도 139% 감소했다. 이 연구는 잘 짜인 대규모 임상연구가 아니다. 1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파일럿 연구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방어 효과를 심장박동수와 백혈구 숫자로만 단순 비교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비타민 B는 약이 아닌 식품이다.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종합비타민제안에 다량 들어 있다. 게다가 한 알에 수백원에 지나지 않아 값도 싸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면 나의 건강을 위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일 알약으로 삼켜야 하는 영양제가 싫다면 돼지고기를 추천한다. 놀랍게도 돼지고기는 우리 주위에 있는 식품 중 단위 그램당 비타민 B가 가장 많은 식품이다. 소고기보다 10배나 많다. 중요한 것은 돼지고기의 살코기 부분에 많다는 것이다. 비계 등 기름 부위가 아니다. 따라서 항간에 알려진, 돼지고기가 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좋다는 소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돼지고기의 비계가 아니다. 살코기 위주로 먹도록 하자.
코로 숨 쉬어야 한다
초미세먼지는 워낙 작아 폐포까지 내려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래도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면 확실히 많이 걸러진다. 프랑스 국립직업병연구소에서 1993년 발표한 자료를 보자. 미세먼지가 폐 등 흉강에 침투한 양과 폐포까지 내려가 쌓인 양을 운동 강도와 호흡 방식에 따라 비교했다. 동일한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할 경우 코로 숨 쉴 때보다 입으로 숨 쉴 때 서너 배 이상 많은 미세먼지가 폐포까지 내려가 쌓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 숨 쉰다. 그러나 입으로 숨 쉴 때가 있다. 바로 운동할 때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운동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실제 마라톤 등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5배나 많은 호흡을 한다. 미세먼지를 자신의 폐포 안으로 꽉꽉 채워 넣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면 모든 학교와 단체는 야외활동과 운동을 강제로 중단해야 한다. 마라톤대회도 마찬가지다. 운동이 필요한 사람은 가급적 실내에서 하도록 하자.
외출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자
마스크는 식약처에서 인증한 KF 지수가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80과 94, 99 세가지가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효과가 좋지만 숨쉬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면 99를 권한다. 그러나 천식 등 호흡기 지병이 있거나 노인 등 호흡 능력이 약한 사람들은 80을 추천한다.
착용 방법도 중요하다. 위아래가 바뀌면 안된다. 탄력밴드가 있어 조일 수 있는 부위가 코로 와야 한다. 사방이 잘 밀착되어 공기가 새지 않도록 귀 쪽에서 고리를 걸어충분히 조여야 한다.
미세먼지 제거용 마스크는 매우 민감하다. 정전기 섬유를 필터로 사용하므로 세탁이나 구부리거나 만지는 동작에 쉽게 손상된다.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을 물어봤는데 어떤 업체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자신이 없다는 소리다. 때가 묻어도 세탁하면 안 된다. 구부리지 말고 원래 모양 그대로 사용하는 게 좋다.
물과 친하게 지내자
먼지의 상극은 물이다. 인체는 하루 500~800cc의 물을 숨 쉬는 공기를 통해 배출한다. 소변으로 배출되는 양이 1500cc 정도임을 감안할 때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즉 날숨으로 내뱉는 공기 속에 포함된 수분이 기관지 점막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해준다. 가습기를 가동하면 실내가 너무 눅눅해진다. 진드기가 창궐해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내 몸이 내 호흡기에 대해 스스로 가습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자는 의미다.
외출 후 생리식염수로 콧속에 쌓인 먼지를 씻어주는 것도 좋다. 약국 등에서 산 생리식염수를 손바닥에 담아 코로 들이마신 뒤 입으로 내뱉는 동작을 서너 차례 반복하는 것이다. 생리식염수는 0.9% 소금물이므로 체액과 농도가 같아 콧속 점막을 전혀 자극하지 않는다. 수영장에서 물에 빠졌을 때처럼 코가 찡긋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홍혜걸(洪慧杰) 의학전문기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비온뒤 칼럼은, 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설립한 의학전문매체이자 미디어 의학채널 비온뒤(aftertherain.kr)와 협약 하에 다양한 분야의 엄선된 의료인들의 건강 칼럼을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