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1945년-1964년 사이 출생자)의 노령화로 은퇴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50+’만을 가입자로 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가 전세계적으로 번창하고 있다. 이들 웹사이트들은 황혼 데이트상대 소개부터 유언장 작성, 상속 및 유산기부 법률 서비스까지 실버 세대의 광범위한 관심사들을 포용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재 영국에서 성업 중인 gransnet.co.uk 이다. Gransnet의 창업자는 쌍둥이를 키우던 평범한 가정주부 저스틴 로버츠다. 그녀는 당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육아 및 교육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2001년 1월 학부모 전용 웹사이트 Mumsnet을 열었다. ‘부모에 의한, 부모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출산, 육아, 교육 등 에 관한 포괄적 정보를 공유하고, 능동적으로 상호 토론함으로써 활성화된 이 사이트는 출범 10여년 만에 영국 최대 학부모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가입회원(2015년 5월 현재)이 1백50만 명이고, 한 달이면 1천4백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1억3천만 페이지 뷰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을 기반으로 2011년 5월 5일에는 50대 이상 조부모를 위한 정보 공유 사이트인 Gransnet가 탄생했다. 50대 이상만 회원에 가입하는 gransnet의 사회 정치적 영향력에 주목한 영국의 보수 일간지 The Telegraph는 'Grey Power 시대의 개척자’라고 평가했다. 최근 Gransnet는 영국인의 세대별 성생활 실태조사를 통해 '60대 이상 부부의 47%가 sexless 부부'라는 발표를 해서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Gransnet의 편집인 라라 크리스프는 Gransnet 가입자들인 은퇴자들의 성향을 조사한 결과, 영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노인에 대한 오해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으며, 이와 같은 오해는 잘못된 것이라고 영국의 노인신문 Senior Life에 기고했다. 그 기고내용은 아래와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늙은이는 욕망이나 야망, 또는 유머 감각까지 메말라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회적 오해가 있다. 그러나 나이 들고 늙었다고 해서 인간이 갖고 있던 욕망이나 야심, 또는 유머감각 등이 시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이란 누구인가? 70대? 80대? 90대? 천만에! Gransnet 가입자들을 보면 자신의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도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자신보다 10년쯤 더 늙은 사람을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느 누구도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한물간' 뒷방 노인으로서 자신이 취급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사회에는 다음과 같은 노인에 대한 오해가 사실인양 알려져 있다.
1. 노인은 사회에서 무용지물이다?
2차대전 후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현재의 은퇴세대들은 세대 간의 엄청난 격차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온 불운한 세대들이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부모를 봉양하는 의무감이 있었고, 자신의 자녀들을 부양해야만 했던 샌드위치 세대를 살아왔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도 손자들을 무료로 돌봄으로써 영국서 연간 176억 파운드(한화 약 25조 원)의 사회경제적 생산에 공헌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들 은퇴노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공헌도를 인정해야만 한다.
2. 노인은 현대 첨단기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노인들은 온라인 접속을 할 줄 모르거나 하려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임은, Gransnet가 온라인 토론의 장이며 가입자 평균연령은 61세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온라인 접속을 하지 않으려는 노인들도 있겠지만, 그들도 의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
Gransnet 웹사이트는 노인 사용자들이 접근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콘텐츠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가입자 대부분이 Gransnet 외에도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와 함께 인스타그램까지 능숙하게 사용한다.
3. 노인은 외모나 패션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카디건 차림에 싸구려 신발이나 신고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Gransnet 가입자들을 보면 첨단 유행에 민첩하게 따라가는 패션의 노예는 아니지만, 시차를 두고 패션의 흐름에 따라갈 줄 아는 사람들이다. 물론 노인들은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편한 옷을 즐겨 입지만, 몸에 찰싹 붙는 청바지나 표범 무늬 플랫 슈즈를 신지 말라는 법도 없다.
4. 은퇴생활은 편안한 생활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듯 황금방석에 앉아 즐기는 연금 수령자는 그리 많지 않다. 상당수 은퇴자는 집값이 올라 덕을 보기도 하지만, 연금생활자의 상당수는 개인 사정 등으로 연금이 줄어들기도 한다.
은퇴생활이란 인생에서 외로운 계절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일상적으로 해야만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의욕상실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 동안 사귀던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연락이 끊겨 우정마저 소원해진 생활이 시작된다. 소외된 생활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 때문에 부부 금실도 깨지고, 수십 년 함께 살아왔던 결혼생활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은퇴생활이란 멋지면서도 시련이 따르는 시기이다. 그러나 아직 늙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속사정을 모른다. Gransnet는 이 같은 사회적 오해를 극복하고 더욱 편안한 은퇴생활을 하려는 노령인구를 지원하는 웹사이트이다.
Gransnet는 노령인구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며, 매스컴에 노출된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다. 이로 인해 Gransnet.co.uk는 영국서 가장 영향력이 큰 50대 이상의 전용 사이트로 성장했다.
Gransnet의 성공비결은 첫째, 웹사이트의 구성내용이 60세 이상 조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들로 가득 차있다. 예를 들면 50+세대의 패션, 여행, IT기술 교육은 물론 손주선물 고르기, 손주와 대화법 등 조부모 노릇을 연습시키고 있다
둘째, 독서클럽을 통해 교양을 함양시키는 한편 그날 그날의 가장 뜨거운 사회 이슈를 제기하여 가입자들로 하여금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 포럼을 운용함으로써 뜨거운 찬반토론을 통해 참여의 적극성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Gransnet도 기업인 이상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지만, 기업윤리를 엄격히 준수하고 이를 적극 홍보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의 모유수유 대체식품이나 가공식품 등의 광고는 물론 이를 생산하는 Nestle회사 등의 이미지 광고도 받지 않는다. 또한 Gransnet는 정치적 중립성을 엄정히 지킴으로써 영국의 고령 네티즌들로부터 고령 차별 철폐를 위한 가장 정직한 대변자로서 최고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참고자료:
http://www.seniorlifenews.co.uk/overcoming-challenges/common-misconceptions-about-older-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