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카이브는 50+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온갖 정보를 정리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16년부터 매해 서울50+해외통신원을 선발해 해외 각국의 50+세대 관련 정책 동향을 수집하고 전파해왔습니다. 통신원이 작성한 원고를 모아 매년 '50+해외동향리포트'라는 제목의 책도 펴내고 있습니다. 기획 아카이브는 지금까지 발간된 두 권의 '50+해외동향리포트'에 실린 원고를 국가별로 분류해 소개하는 글을 연속 게재합니다. 독자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선별하고 접근하도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독일 차례입니다.
독일
13편의 원고가 모두 '50+해외동향리포트 2018'에 게재되었습니다. 독일 관련 원고를 주제별로 분류하면 크게 교육과 일자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독일 사례에서는 무엇보다 50+세대를 비롯한 고령층을 위한 평생 교육 제도가 잘 구비된 점이 눈에 띕니다. 세대를 구분해 고령층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보다는, 일반 대학 교육을 개방해 고령층이 젊은 학생과 어울려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위한 독일의 일자리 정책으로는 '퍼스펙티브 50 플러스(Perspektive 50 Plus)'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영국의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지점인데요,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 등이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면서 효율적인 정책 실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평생 배운다
독일은 성인 교육, 평생 교육의 틀 안에서 50+세대를 비롯한 고령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교육이 단순히 오락이나 휴식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970년대 이후부터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했고, 8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니어 교육이 체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70년대에 이루어진 교육 기회 균등 분배에 대한 문제 제기와 논의 덕분에 80년대에는 노인 교육이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고 다양화되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독일 대학교가 일반 강의를 시니어 세대에 개방한 것으로, 이는 이후 독일 노인 교육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학은 정기적으로 노인들을 위한 청강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80년대부터 대부분 독일 대학의 정규 학과는 시민이 청강생이나 정규 학생으로 교육을 받도록 문을 개방했습니다. 고령층도 예외는 아닙니다. 고령층 청강생은 젊은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지만, 학위는 수여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이나 학점에 대한 부담은 없습니다. 노인대학과 같은 명칭으로 불리는 노년층 대상 정규 교육 과정에 입학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는 대학 운영 방침에 따라 학위를 수여하기도 합니다.
50+해외동향리포트에서는 함부르크 대학교의 청강제도인 콘탁트스튜디움(Kontaktstudium)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18세 이상이면 연령과 성별에 구분 없이 누구나 함부르크 대학교의 강의와 세미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참여자 중 65세 이상이 85%에 달할 정도로 고령층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역사, 예술사, 언어, 문학, 미디어, 신학, 철학 등이 선호 과목이라고 합니다. 젊은 학생들은 고령층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는 없을까요. 리포트에서는 콘탁트스튜디움 프로그램 참여자, 함부르크 대학교 강사와 학생의 인터뷰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과 중국문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Constantin Abel 씨 역시 콘탁트스튜디움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3학년이고 5학기째에 접어들었는데 중국문화학 전공과목 뿐만 아니라 경제학과 수업을 들을 때도 매시간 시니어 청강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Constantin Abel 씨 역시 시니어 게스트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을,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중략)...Constantin Abel 씨는 대개 나이가 들면 생각이 굳어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수업에 참여하는 청강생들은 대체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데 열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 관련 글: 평생 교육 실현을 위한 독일의 대학 개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독일의 성인 교육 기관인 시민학교(Volkshochschule)도 50+세대를 위한 주요 교육 서비스 제공 통로입니다. 시민학교 자체는 특정 세대를 위한 교육 기관이 아니지만, 5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4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토론, 정보 제공, 레저·여행, 건강·운동, IT 등 다양한 주제 아래 진행되는 질 높은 교육에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동향리포트에서는 독일의 직업 교육 현황도 소개했습니다. 독일 50+세대의 경우도 재취업을 위한 직업 재훈련 과정에 관심이 많은데, 기업, 비영리단체, 지역 대학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훈련 과정이 존재합니다. 리포트에서는 함부르크 시민 대학(Hamburg Volkshochschule)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 관련 글: 공부하는 독일의 50+와 시민학교 / 독일 평생 직업 훈련 교육 사례
지역 맞춤형 고용 정책
독일의 정년은 현재 법적으로 만 65.3세이며, 실제 평균 은퇴 시기는 2010년 기준 62.4세입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늦은 나이까지 현역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4년 기준 55~64세 고용률은 66%로 유럽 연합 평균(52%)을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정년 연장과 함께 건강한 경제 상황, 고령층의 높은 교육 수준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은퇴 이후 시기인 65세 이상 독일인의 수입도 유럽에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 역시 늘어나는 고령 인구와 연금 수령액 등에 대비해 다양한 고용 정책과 직업 훈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글: 독일 50+의 일자리 / 독일과 유럽의 50+ 고용 지원 현황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독일 정부의 '퍼스펙티브 50플러스(Perspektive 50 plus)' 프로젝트는 50세 이상 장기 실업인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고용 시장에 진입하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퍼스펙티브 50플러스는 큰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는데, 몇 가지 점에서 기존의 정책과 차별화를 꾀했기 때문입니다.
퍼스펙티브 50+가 여타의 고령자 고용 정책과 차별되는 점은 국가 차원에서 모든 대상자에게 일괄된 혜택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방주에서 각 지역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시행한 것이다...(중략)...연방 정부는 실질적인 운용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각 지역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방 기업 또는 고용 관련 지자체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의견을 유연하게 수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국적인 중고령자 장기 실업 해소와 고용 촉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퍼스펙티브 50플러스를 통해 지역의 교육기관, 직업 훈련 기관, 노동 단체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 기관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류한 점이 가장 주요한 프로젝트 성공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프로젝트 시행 주체들은 해당 지역 노동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신속하고 적절하게 세부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령층 고용을 위해서는 구직자와 고용주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중재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를 고려해 퍼스펙티브 50플러스 프로젝트에서는 상담사의 역할을 중시했습니다. 상담 서비스 역시 지역의 영리 및 비영리 서비스 공급자와 계약을 체결해 아웃소싱의 형태로 시행했습니다. 물론 아웃소싱 방식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지만, 퍼스펙티브 50플러스 프로젝트에서는 아웃소싱 방식을 통해 안정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지역에 효과적으로 50+세대 실업자 고용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 관련 글: 50 플러스 고용 지원 프로젝트 성공 사례: 퍼스펙티브 50 플러스
퍼스펙티브 50플러스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두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파생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임펄스 50플러스(Implus 50 plus) 프로젝트입니다.
퍼스펙티브 50 플러스가 진행되는 동안 다수의 참가자들에게서 건강 문제, 언어 장애, 문맹, 정신 장애, 중독 등 취업에 장애가 되는 문제점이 관찰되었다. 그 결과, 2010년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문제로 인해 취업 기회에서 멀어지고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인 50플러스 세대를 대상으로 한 퍼스펙티브 50 플러스의 하위 프로젝트인 임펄스 50플러스가 시행되었다.
임펄스 50플러스는 2년 이상 장기 실업 상태에 있는 50+세대의 심리 치료와 사회화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즉, 고용 서비스와 복지 서비스가 결합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 실업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50+세대에게 새로운 사회생활의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이 취업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회복해 고용까지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높은 전문성을 지닌 스태프 확보 및 관리, 상담 시행 주체 사이의 정기적 정보 교환, 사례 연구 등의 노력이 뒤따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 관련 글: 50 플러스 고용 촉진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임펄스 50 플러스
이밖에도 해외동향리포트에서는 50+세대의 고용 및 일자리와 관련해 독일의 주요 고용 정책 실행 기관인 잡센터(Job Center)의 활동, 50+세대의 창업을 돕기 위해 컨설팅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 그륀더 50+(Gründer 50+)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 관련 글: 독일 고용 서비스 공급 방식과 지역 고용 센터 사례: 함부르크 고용 센터 / 다시 시작하는 50+ 스타트업의 동반자, Gründer 50+
연구하고 목소리를 내고
여느 유럽 국가들처럼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역사가 오래된 만큼, 독일에서는 교육과 일자리 분야 외에도 50+세대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많습니다. 우선 50+세대, 고령 세대를 주제로 한 연구가 한국과 비교해 좀 더 심도 있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연방노인문제연구소(Deutsches Zentrum für Altersfragen)는 고령화 관련 조사와 연구, 정책 컨설팅, 정보 제공 활동을 펼치는 연구 기관입니다.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을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로 고령화와 관련된 여러 이슈를 다룹니다. 이미 1974년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연구소는 독일 정부가 발간하는 노년보고서(Der Altenbericht)의 작성을 담당하는 명예전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1993년 첫 보고서를 발간했고, 2016년 일곱 번째 보고서를 냈습니다. 고령화, 노년 세대와 관련된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보고서의 목적입니다.
7번째 노년보고서의 주제는 '공동체 내에서의 돌봄과 책임(Sorge und Mitverantwortung in der Kommune)'으로 지역사회와 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더 나은 노년의 삶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다뤘다. 나이가 들수록 집과 사는 동네 위주로 행동반경이 좁아져 지역사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돌봄, 주택, 의료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특히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의료 돌봄센터'를 세우고, 도시와 떨어진 시골 지역에서도 주민들과 가까운 곳에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동향리포트에서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종단 연구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종단 연구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일단의 사람들에게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동일한 질문을 되풀이함으로써 집단 성향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조사 방법(행정학사전, 2009)"을 의미합니다. 긴 시간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를 놓고, 교육이 은퇴 시기에 미치는 영향, 소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다양한 변수 사이의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정책 수립 과정에 꼭 필요한 요긴한 정보를 쌓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독일의 고령층은 스스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독일 사회민주당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SPD 60+ 연구회(Die Arbeitsgemeinschaft SPD 60 plus)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60세 이상 당원은 자동으로 회원이 되고, 비회원과 60세 이하인 사람도 자유롭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국 조직으로 회원 수가 25만 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연구회는 고령층의 입장과 제안 등을 당내의 정책 토론 과정에서 전달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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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 시민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봉사활동, 기업 연계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도록 지원하는 기관인 시니어사무소(Seniorenbüros), 전문지식을 갖춘 은퇴자를 국제 개발 사업 등 국내·외 활동 기회와 연결하는 기관인 시니어 전문가 서비스(Senior Experten Service) 사례도 소개되었습니다. 2016년 기준 사업에 참여한 은퇴자의 수가 12,000명을 넘었고, 이들이 한 해 동안 참여한 프로젝트가 5,600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은퇴자들은 농업, 자동차 공업, 교육, 경제,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활용해 또 다른 삶을 개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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