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인생은 50부터!!] ‘N잡러’ 양성필 씨_9편
특정 숫자에 집착해 걷기보단, 각자 건강 고려해야
걷기 운동,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아
‘나만의 걷기 지도’ 만들어 걷는 방법 추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21년 7월 ‘정말 매일 1만 보가 필요한가’라는 기사에서 건강을 위해 꼭 하루 1만 보를 걸을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사실 1만 보의 유래는 이렇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자 이에 편승해서 한 시계 제조업체가 ‘만보계’를 생산했다. 만보계에서 1만을 뜻하는 ‘만(万)’ 자가 일본식 한자로 작성했을 때 사람이 걷는 모습과 비슷해 판매촉진을 위해 '1만 보 걷기'를 홍보했을 뿐 특별한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적당한 운동이 될까?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박사팀이 2019년 70대 여성을 대상으로 걸음 수와 건강 상태 간 연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루 4,400보 정도 걷는 사람은 하루 2,700보 이하 걷는 사람보다 조기 사망할 위험이 40% 정도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 5,000보 이상 걷는 사람들이 조기 사망할 위험은 계속 감소했지만 7,500보에서 정점을 찍었다. 즉, 이보다 많은 하루 1만 보까지 걷는다고 해서 건강에 계속 유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1만 보든 2만 보든 특정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다른 자기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걸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집안일 등 생활 걷기를 포함해 하루 7,000∼8,000보 정도면 건강 유지에 충분하다고 한다.
오늘 좀 모자라게 걸어도 괜찮다. 내일이나 모레 좀 더 걸으면 된다. 인생 후반전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걷도록 해보자. 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숫자에 집착하면 걷기의 ‘양’은 늘어날지 몰라도 ‘질’이 나빠진다.
필자는 서울 한강공원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걷기’의 마력(魔力)에 사로잡히게 됐다. 즐거운 걷기를 위해 만보계, 걷기 앱 등의 사용은 2년 전부터 중단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걷기의 좋은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사람마다 걷는 빈도와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히 걷는다면 그 운동 효과는 만점이다. 목과 허리에 있던 사무직 종사자의 고질적 통증이 싹 사라졌다. 신체적 건강 증진과 아울러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굳이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다. 그냥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낮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틈날 때마다 걸으면 된다. 버스 두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걷기 등 다양한 응용이 허용된다. 심지어 걷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몸이 막 근질거린다.
셋째, 둘레길 등 꼭 멀리 나가서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집 근처를 주로 걷는다고 하더라도 나만의 ‘걷기 지도’를 만들어서 즐겁게 걸으면 된다. 코스마다 나만 아는 이름을 붙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가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도시를 벗어나 조금 멀리 나가서 걸으면 된다.
필자는 5년 정도 꾸준히 마포대교~원효대교~한강철교~한강대교~동작대교~반포대교~한남대교~동호대교로 이어지는 서울 한강공원 구간을 걸으면서 나만의 걷기 지도를 완성했다. 그리고 60분 코스, 90분 코스, 120분 코스, 180분 코스 등 걷는 시간에 따라 나만의 맞춤형 코스를 설계해서 이름을 붙였다. 가끔 지인들이 한강공원을 같이 걷자고 찾아오면 먼저 이렇게 질문부터 한다. “얼마나 걸을 거야? 1시간? 2시간?”
걷는 사람 하정우가 말했듯이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이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다. 인생 후반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오늘부터 당장 핑계 따위는 접어두자. 다만, 의욕이 앞서서 며칠 동안 무리하게 걷다가 금방 지치지 말고,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걷기를 실천하자.
내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걷는 사람, 하정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