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축제 부럽지 않은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줄다리기가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멋있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어렸을 적 운동회 단골 메뉴인 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에 가본 사람이 아니면 콧방귀 뀌며 줄다리기를 논할 자격이 없다. 웅장하고 기운찬 줄을 대한다면 가볍게만 바라봤던 마음이 싹 가셔버린다. 이웃 주민의 안녕을 넘어 온 나라의 상생과 화합을 염원하는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충청남도 당진시는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만 날 수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 는 민속문화가 있다. 바로 500년 역사의 ‘기지시줄 다리기민속축제’다. 지난달 6일에서 9일까지 당진 시 송악읍 기지시리 일원에서 한 해의 풍요와 평안 을 기원하고 마을의 화합을 염원하는 축제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지시줄다리기의 시작은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에 큰 해양 재난이 닥쳤는데, 강 하고 센 땅의 기운을 누르고 흐트러진 민심을 하나 로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줄다리기 행사를 시작했다. 또 기지시리의 시장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모 여들고 내포지방 교통 의 요지로 떠오르게 되면서 줄 다리기 또한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자연스럽게 남게 됐다.
기지시줄다리기는 198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 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또한 국내 여섯 개(당진 기 지시, 창녕 영산, 밀양 감내, 의령, 삼척, 남해) 단체 의 줄다리기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3개 국가 의 전통 의례와 놀이가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라는 종목으로 2015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에 등재됐다.
기지시줄다리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줄다리기에 사 용되는 줄이다. 2월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한 달여 간 기지시리 주민 수십 명이 꼬고 이어서 만들어낸 줄은 직경 1m, 암·수 줄 길이 200m, 무게 40톤에 이른다.
▲줄다리기 행사를 끝낸 후 줄의 중심 부분을 잘라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 예로부터 이 줄을 달여 마시면 병이 낫고, ‘아들을 못 낳는 여인이 먹으면 득남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줄다리기 행사를 끝낸 후 줄의 중심 부분을 잘라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 예로부터 이 줄을 달여 마시면 병이 낫고, ‘아들을 못 낳는 여인이 먹으면 득남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줄다리기는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줄을 더 많이 가지고 오는 편이 이기는 놀이다.
“의여차, 의여차” 저절로 나오는 구령 소리와 함께 죽을힘을 다해 오만상을 한껏 찌푸리는 순간 승패가 나버린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주는 줄다리기는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전해 내려온 오랜 민속놀이다.
줄다리기는 상대 팀이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줄을 더 많이 가지고 오는 편이 이기는 놀이다. “의여차, 의여차” 저절로 나오는 구령 소리와 함께 죽을힘을 다해 오만상을 한껏 찌푸리는 순간 승패가 나버린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주는 줄다리기는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전해 내려온 오랜 민속놀이다.
물윗마을이 이겨, 나라가 태평할 것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의 백미는 행사 마지막 날 이다. 마을 주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암· 수 줄 앞에서 줄고사가 행해진다. 이때 전국에서 모 인 수백 명의 인파가 물윗마을[水上]과 물아랫마을 [水下]로 나뉜 두 개의 줄을 들고 행사장으로 이동하 는 줄나가기가 진행된다. 1km 남짓 되는 거리를 이 동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각 줄 머리에 올라 선 두목의 구령에 맞춰 사람들은 “의여차, 의여차!” 소리를 내며 서로의 기운을 모아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동한다.
▲줄의 모습은 암·수 용 두 마리가 머리를 들고 누운 모습과도 같고 남성의 근육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원한 바람이 때마침 불어주어 땀을 잠시 식히긴 했지만 행사장에 도착한 참여자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줄나가기는 지신밟기와 용이 승천하 는 과정을 묘사해 한 해의 풍수를 통해 풍요를 기원 하는 의식이다. 행사장에 도착한 두 개의 줄을 결합 하면 곧바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줄다리기는 물윗마을과 물아랫마을이 겨루는 형식 으로 진행된다. ‘수상(물윗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태 평하고 수하(물아랫마을)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대로 이기고 지는 일보다 모두가 화합하는 데 의의를 둔다. 올해는 수상이(물윗마을이) 박빙의 승 부 끝에 승리했다.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나라의 태 평과 화합을 기대하며 기쁨과 환호 속에 행사를 마 무리했다.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당진시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