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OPAL)세대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을 말한다. 오팔은 ‘58년 개띠’와도 같은 발음으로 우리말처럼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다.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거친 세대들이 은퇴 후 여유로운 경제력과 시간으로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자, 기업에서 이들을 주목하며 사용한 것이다.
오팔세대는 새로운 소비층을 넘어 ‘뉴 실버’나 ‘액티브시니어’ 그리고 ‘5060세대’를 대신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 이유는 은퇴 후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오팔 보석처럼 다양한 특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러 유색을 지닌 보석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인색 2막을 준비하는 오팔세대는 우리 주변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조금 힘들지만, 올해 논문만 끝내면 됩니다.”
▲ 새로운 학업에 열중하는 K씨. ⓒ 50+시민기자단 홍현기 기자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는 K씨(58,여)는 오늘도 전공 서적과 씨름 중이다. 정년퇴직 후 등산에 빠진 남편과 대기업에 취직하여 독립한 아들 덕에 한가함을 즐길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교사로 나의 본분에 충실했어요. 그 보상으로 퇴직 후 세계여행을 계획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목표 순서가 바뀌었어요.
새로 시작한 공부를 통해 인생 2막은 전문가로 살아보려 합니다.”
K씨는 2년 전 30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주변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을 놓는다고 아까워했지만, 나이 50이 넘어서며 조금이라도 빨리 평소의 꿈을 이루고자 명예퇴직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오랜 꿈은 퇴직하자마자 180일의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 것과 심리전문가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2년 전 여행 대신 학업을 선택하며 순서를 바꿨다. 현재 대학원 공부와 지역 기관에서 파트 타임으로 청소년 상담사 업무를 병행하는 K씨는, 자신의 인생 2막을 이야기하며 희망의 미소를 짓는다.
“공부가 끝나면 청소년 심리 상담 전문가로 활동해 볼 예정이에요.
경제활동보다는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내 시간을 즐길 예정입니다.
물론 이루지 못한 180일의 세계 일주는 반드시 할 예정입니다.”
“철인 삼종 대회에 접수했습니다.”
▲ 철인 삼종 대회 참가를 위해 사이클을 연습 중인 L씨. ⓒ 50+시민기자단 홍현기 기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업을 정리했지만, 솔직히 후련하기도 하더라고요.
다행히 약간의 여유가 있어 노후 생활에 지장 없는 한도에서 인생 2막을 열어 보려 합니다.”
지난 1월, 20여 년간 운영하던 개인 사업 정리를 시작한 L씨(56,남)의 마음이 매우 분주하다. 며칠 전 10월에 포항에서 개최되는 철인 삼종 경기에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동네 시계 수리점에서 철인 삼종 경기 포스터와 시상식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사장님이 풀코스를 완주하고 결승점에 들어오는 사진이었는데 보는 순간 제 가슴이 뛰더라고요.
사이클 동호회 활동 경험도 있고 해서 바로 시작했습니다.”
L씨는 사업을 정리하며 평소 희망했던 두 가지를 실행에 옮겼다. 그중 하나는 학창 시절 꿈이었던 여행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이며, 나머지 하나가 철인 삼종 경기 풀코스에 도전하기 위한 체력단련이다. 사업을 정리한 지 반년이 지난 현재 오전에는 글과 사진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가을에 있을 대회를 준비한다.
“오랜만에 글을 쓰고 사진을 배우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갑니다.
지난봄에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사진을 배웠는데 아무래도 부족해서 전문가 과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운동까지 욕심을 내다보니 사업할 때보다 더 바빠진 것 같아요.
이번 대회는 수영 1.5km, 마라톤 10km, 사이클 40km의 동호인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하프코스 도전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 보렵니다.”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사람들”
오팔세대는 경제력과 활동성을 기반으로 성취감을 추구한다. 남들이 고령이라 말하는 나이에 시니어 모델에 데뷔하고,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할머니들이 인플루언서로 등장하는 것들은 성취감과 자기만족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아 탐색과 흥미를 기준으로 일거리를 찾으며 인생 2막에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노인과 은퇴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50+시민기자단 홍현기 기자 (mrok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