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의 꽃, 아이스하키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여섯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트 등 총 15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종목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종목도 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비인기 종목이 많다. 그래도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대회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동계올림픽 경기종목을 살펴보고자 한다.
▲태릉선수촌에서 연습 중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1년 내내 얼음으로 덮인 곳이 있다. 바로 아이스링크장이다. 직사각형의 얼음판에 6명의 중무장한 선수들이 입장한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선수들의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영하 9도의 실내온도도 그들의 땀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스케이트 날에 빙판이 갈리는 소리와 선수들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듣고만 있어도 짜릿함이 느껴진다. 아이스하키는 거칠고 빠르다. 그리고 중독적이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아이스하키의 매력, 지금부터 알아보자.
지루할 틈 없는 아이스하키
아이스하키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그 비결은 제한 없는 선수 교체. 선수들은 경기 중에 자유롭게 경기장과 벤치를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을 구성하는 25명은 3명의 골키퍼, 14명의 공격수, 8명의 수비수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골키퍼를 제외한 5명의 선수(공격수+수비수)가 한 라인을 구성하며 4라인까지 짝을 맞춰 연습을 한다. 그 이유는 교체 시 선수 한 명 한 명이 아닌 라인으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함께 끊임없는 스피드를 관중에게 제공한다.
또 다른 비결은 경기를 중단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구기 종목은 경기장에 라인이 그려져 있고 그 선을 넘으면 공격권의 방향이 바뀌지만 아이스하키는 그렇지 않다. 경기장 주위로 동그랗게 벽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 벽을 이용해 패스하기도 하고 몸싸움을 펼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기 방식을 아이스하키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경기 중 화끈한 주먹다짐도 가능
아이스하키는 거친 종목으로도 유명하다. 경기 중에 선수들은 상대편으로부터 퍽을 뺏기 위해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를 바디체크(body check)라고 하는데 어깨 위나 무릎 아래를 때리는 것은 반칙으로 간주한다. 정당한 바디 체크도 많지만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반칙도 있다. 스틱으로 보호대가 없는 부분을 때린다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하는 행위는 선수 간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이처럼 흥분이 극도로 치닫는 순간 등장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인포서(Enforcer)라 불리는 존재다. 인포서는 팀을 대표하는 싸움꾼이다. 어떤 스포츠 종목을 찾아봐도 선수끼리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은 보기 힘들지만,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종종 볼 수 있다. 싸움이 일어나도 심판은 말리지 않는다. 관중도 이런 장면을 아이스하키 문화로 존중한다. 인포서의 싸움은 위험요소가 많은 경기장 안에서 양 팀의 감정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격렬한 몸싸움과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선수들은 보호장비를 필수로 착용하는데, 그 종류와 무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헬멧, 몸통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하키팬츠(하체 보호대), 정강이 보호대, 낭심 보호대, 목 보호대, 마우스가드 등 가릴 수 있는 부분은 다 가린다. 그래도 매년 최악의 부상을 모아둔 영상이 따로 생길 만큼 다치는 선수는 여전히 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인 NHL선수 파스칼 두퓌는 경기 중에 일어난 몸싸움으로 이를 다쳤다. 놀랍게도 그 선수는 흔들리는 이를 손으로 뽑아버리더니 계속해서 경기를 이어나갔다. 그 선수가 유난히 강적이어서 그랬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니가 없는 선수들이 꽤 있다. 마치 치아가 부러지는 건 아이스하키 선수에게는 당연한 훈장 같은 걸로 여겨지는 듯하다.
한국 아이스하키, 올림픽 첫 데뷔
미국에선 미식축구, 농구, 야구와 함께 4대 프로 스포츠로, 캐나다에선 국민 스포츠로 통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스하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비인기 종목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팀은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2017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에서 조 2위를 확정지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16개국이 자리한 톱 디비전으로 승격했다. 그리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개최국 자격으로 첫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와 같은 조로 편성된 우리나라(21위)는 다시 한 번 빙상의 기적을 노리고 있다. NHL 선수들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올림픽에서 최고의 하키 선수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1승이라도 더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빙상의 기적이 이번 평창에서도 재현될 수 있길 바란다.
▲신상우(좌), 박상우(우)
박우상(33·한라) “한국 대표팀으로 뛰고 있는 에릭 리건 선수가 상대편과 싸움을 하다 스케이트 날에 손가락이 잘렸어요. 다행히 봉합수술이 잘돼서 괜찮다고 하네요. 경기 중에 찢어지거나 코피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이런 일이 흔한 만큼 아이스하키는 격한 스포츠예요. 그만큼 매력도 철철 넘치죠!”
신상우(31·한라)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에 우리가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께 ‘아 이런 게 아이스하키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글 정지은 기자 jungje94@etoday.co.kr
사진 유진성 yk1pp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