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에서 ‘그 사람은 성격이 좋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연인이 헤어지거나 부부가 이혼할 때도 성격의 차이를 문제 삼는다. 흔히 성격차라 한다. 성격이 좋으면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성격이 뭔지 참 궁금하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성격을 테스트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색상이나 그림, 손깍지 끼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심리를 반영하는 성격 테스트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결과, 다양한 성격유형 진단 기법과 도구들이 나오고 있다. 개인의 심리적 선호 경향을 분류하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역시 주된 성격유형 진단 기법이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MBTI는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검사 방식이다.
언론에선 이런 아이템을 발굴해서 뉴스는 물론 오락과 교양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다. 최근 방송된 TV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 첫 회에서도 MBTI 용어가 등장했다. 각종 세미나와 강좌, 인터넷에서도 증후군(Syndrome)처럼 자주 언급된다.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MBTI라는 명칭은 고안자인 딸(Myers)과 어머니(Briggs)의 이름 첫 철자에서 따온 것이다.
▲ MBTI 성격유형 진단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이 지난 19일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됐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강동50플러스센터
강동50플러스센터가 MBTI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관계 분야 교육과정으로 개설된 이 강좌는 ‘세대 소통, 세대 공감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19일 진행됐다. 50+세대 수강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라고 밝힌 60대 여성은 퇴직 후 여러 정보를 활용하던 중 자신의 성향과 성격을 정확히 알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활동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수강을 신청했다.
보육교사 30년 경력의 50대 여성은 인터뷰 검사와 수강 때 성격검사 결과가 다르다며, 일할 때와 평상시 성격 진단이 정반대로 나와서 성격유형을 더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강의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상대방이 그 상황에서 왜 그런 언행을 했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MBTI 선호(Preference)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강의는 MBTI 선호의 개념과 MBTI 유형 추측, 유형별 소통 방법 순으로 진행됐다. 강의에 나선 강민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전문 강사는 글로벌 MBTI 전문가답게 “MBTI는 맹신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미도 있고 유용성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MBTI 성격유형 진단이 개인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타인의 성향과 성격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선호도 차이로서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전문 강사가 MBTI 선호지표를 설명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강동50플러스센터
전문 강사는 치킨 주문을 예로 들면서 사람마다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은퇴 후 도심 아파트에 살 것인지, 시골 전원주택 생활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손깍지를 끼는 버릇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왼손 엄지가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오른손 엄지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선호도나 익숙함의 문제일 뿐이지, ‘옳다, 잘 못 됐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어줬다.
뭔가를 선호하고 선택하는 것은 타고난 선천적 경향성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뒤늦게 밴 습관에 따라 후천적 영향을 받기도 한다. MBTI에는 정답이나 오답이 없다고 했다. 개인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개인차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유형별로 가장 효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규명하고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게 MBTI의 특징이다. 더 좋거나 더 나쁜 성격유형은 없으므로 다른 유형을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해서, 서로 다른 점을 건설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사는 당부했다.
MBTI 4가지 선호지표와 16가지 성격유형 알아보기
MBTI 성격유형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4가지 선호지표를 이해해야 한다.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이 그것이다. 성격유형의 분류와 특성에 대한 전문 강사의 세부적인 설명을 간략히 들여다봤다.
Extraversion(외향형) VS Introversion(내향형)
첫 번째 선호지표로 외향형(Extraversion)과 내향형(Introversion)이 제시됐다. 에너지 방향이 ‘바깥쪽이냐, 안쪽이냐’ 하는 것이다. 외부 활동에 더 끌리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면 외향(E)형이다. 반대로 외부 활동에 에너지를 뺏기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의 대화를 하는 경향이 내향(I)형이다. 이 내향성은 앞에 나서길 쑥스러워하는 내성적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MBTI 검사를 받은 한국인의 통계를 보면 46%가 외향(E)형을 보였고, 54%는 내향(I)형으로 나타났다.
Sensing(감각형) VS iNtuition(직관형)
두 번째 선호지표는 감각형(Sensing)과 직관형(iNtuition)이다. 이 지표는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감각(S)형은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선호한다. 직관(N)형은 감각보다는 조금 상상력을 발휘해 추상적인 표현을 활용하며, 경험보다도 포괄적으로 개념을 떠올리고 연결하는 스타일이다.
강의 중간에 강사는 사과 그림을 제시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많은 수강생은 사과의 색깔이나 맛 등을 언급했다. 감각형이다. 하지만 백설 공주나 뉴턴의 사과, 애플 등 동화나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과를 생각하는 직관형도 적지 않았다. 통계에서는 한국인의 61%가 감각(S)형이고, 직관(N)형은 39%로 나왔다.
Thinking(사고형) VS Feeling(감정형)
세 번째 선호지표는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이다. 이 지표는 결정과 선택의 기준이 된다. 사고(T)형은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분석한다. 또 논리적인 과정을 중시해 결정한다. 이와는 달리 감정(F)형은 논리보다는 사랑이나 희생, 배려 등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화롭게 결정한다. 따라서 사고형은 가족의 아픔에 대해서도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분석하며 공감보다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에 반해 감정형은 해결책보다 슬픔과 아픔 등을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길 바란다. 한국인의 52%가 사고(T)형이고, 감정(F)형은 48%다.
Judging(판단형) VS Perceiving(인식형)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선호지표는 판단형(Judging)과 인식형(Perceiving)이다. 판단(J)형은 계획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다. 반면에 인식(P)형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상황에 맞게 적응해 나가는 성향을 보인다. 시험이나 과업을 앞두고 판단형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다. 하지만 인식형은 디데이(D-Day)가 임박해야 착수한다. 일종의 벼락치기다. 때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57%가 판단(J)형이고, 인식(P)형은 43%의 분포를 보였다.
▲ MBTI 선호지표에 따라 개인별 성향을 체크하면 16가지 성격유형이 나온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이러한 4가지 선호지표를 상하좌우로 조합하면 모두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된다. 강사는 미리 수강생들에게 최적 유형 찾기 자료를 나눠주고 검사지에 선호지표를 체크할 것을 주문했다. 성격유형을 추출해내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 여러 가지 유형이 도출됐다. ISTJ(세상의 소금형)와 ESTJ(사업가형) 등 16개 유형별 특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검사 때마다 성격유형이 달라지는 이유를 질문하는 등 자신들의 성격유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세대 소통과 세대공감, MBT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수강생들이 이번 강의에 기대를 거는 것은 성격유형 진단을 통한 소통과 공감의 방식이다. MBTI 유형별 특성을 파악해야 효율적인 소통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강사는 도출된 성격유형과 반대 유형과의 상호작용을 꿰뚫어야 상대방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방식을 선호지표에 따라 크게 8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외향(E)형의 사람은 내향(I)형인 상대와 대화할 때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내향형인 사람에게 무언가를 물을 때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물음에 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내향(I)형은 상대가 외향(E)형일 때 직접 자신의 생각과 의도, 계획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침묵은 자칫 오해를 준다. 내향형이 침묵하는 건 외향형에게 동의, 묵인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내가 감각(S)형이고 상대가 직관(N)형일 경우 상대의 얘기를 이해해 보려고 시도해야 한다. 직관형의 상대방이 큰 방향을 제시하면 곧바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라는 취지다.
넷째, 직관(N)형이 감각(S)형과 대화할 때는 갈등 해소를 위해 세세한 것도 고려하며 상대의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 최대한 명료하게 직접적으로 궁금한 것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섯째, 감정(F)형은 사고(T)형과 얘기할 때 사고형의 모든 비판이 당신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꼭 되새겨야 한다. 부정적으로 의견을 밝히더라도 사고형의 상대방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일에 대한 의견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대화할 때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다.
여섯째, 사고(T)형이 감정(F)형과 대화 시 ‘나의 의도와는 달리 감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라는 것이다. 감정형과 대화할 때는 라포(친밀감,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할 수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선 그야말로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시간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곱째, 판단(J)형과 인식(P)형의 대화에선 인식형의 사람이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것을 자연스러워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얘기해야 한다.
여덟째, 내가 인식(P)형이라면 판단형의 사람이 규칙대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어떤 일의 진행 상황이나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계획 등을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 MBTI 성격유형 진단 취재를 위해 50+시민기자가 강민제 전문 강사에게 질문하고 있다. ⓒ 강동50플러스센터
이번 프로그램을 취재하면서 MBTI 유형별 특성을 알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면 심각한 부부 갈등이나 불편한 대인관계도 원만히 해소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나 품성이다. 심리학에선 어떤 심리 환경에서 특정한 행동 형태를 보이는 행동 양식으로 규정한다.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 체계다. 따라서 성격 진단은 단순한 호기심만이 아니다. 타인의 성격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 MBTI 검사가 현재 100여 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고, 미국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 중 98개 기업에서 MBTI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격유형을 통해 소통과 공감의 길을 열고자 했던 이번 프로그램은 제한된 두 시간 동안만 진행돼 수강생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60대 중후반 전직 대학교수의 수강 소감이 잔잔한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풀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가를 눈여겨보려고 합니다. 세대 간 소통 기법과 효율적인 쌍방향 소통은 물론, 여러 세대 간 단절된 대화를 어떻게 복원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MZ세대에 대한 5060세대의 설득이나 대화할 때 주의사항 등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어세스타(舊 한국심리검사연구소, http://www.assesta.com)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ks08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