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만나는 거리, 그림처럼 물드는 동심 '강풀 만화거리'
노년기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강풀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 중견배우 이순재와 김수미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되며 가슴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처럼 강풀 작가의 그림에는 따뜻한 온기와 사람의 정이 피어오른다. 그런 그의 만화 속 주인공들을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한 ‘강풀만화거리’를 걷다 보면 수줍게 손짓하는 그들의 수수한 미소와 마주할 수 있다.
‘강풀만화거리’는 2013년 웹툰 작가 강풀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조성한 특별한 공간이다. 강풀의 만화 속 52개의 장면을 동네 구석구석 벽화로 재탄생시켰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로 나와 5분 남짓 걷다 보면 ‘강풀만화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바닥을 살펴보면 길을 따라 노란 별들이 그려져 있다. 골목 입구에는 투어 방향과 주요 그림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마련돼 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바닥의 별을 따라가도 괜찮다. 사실 걷다 보면 이정표도, 별도 아닌 담벼락마다 그려진 그림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작은 주택가 동네이기 때문에 직선 코스로 한 번에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집과 집 사이 골목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돌기도 하며 자유롭게 거닐어보자. 속속들이 살펴보는 데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또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이기 때문에 왁자지껄하게 구경하는 것보다는 투박한 걸음으로 찬찬히 음미하는 것이 좋다.
정해진 코스를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승룡이네 집’. 다른 구경을 마다하고 후다닥 찾아가면 거리 입구에서 15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강풀의 웹툰 <바보>의 주인공 ‘승룡’의 이름을 딴 소박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은 커피와 책을 즐길 수 있는 북카페, 2층은 만화책도 읽고 만화그림교실 등을 진행하는 수업 공간, 3층은 만화가들의 창작 작업실로 운영된다. 단순히 동네를 구경하고 사진만 찍기보다는, 이곳에 들러 차도 마시고 만화책도 읽으며 여유로운 한때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조금 더 특별하게 거리를 만끽하고 싶다면 벽화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찾아가면 벽화해설사가 동반하는 거리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강풀만화거리와 성내동 주요 명소를 연계한 코스로, 벽화해설뿐만 아니라 ‘승룡이네집’, ‘주꾸미골목’, ‘엔젤공방’, ‘천호지하보도 오르락(樂)내리락(樂)’ 등을 둘러보게 된다(1~2시간 소요). 꼭 토요일이 아니더라도, 3인 이상 단체방문객이라면 강동구청 도시디자인과(02-3425-6130)로 예약 및 신청이 가능하다(최소 3일 전 예약, 참가비 무료).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유진성 yk1pp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