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은 소득재분배에 초점을 맞췄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부동산 세제 강화로 ‘부자 증세’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큰 그림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이어 임대소득 과세 강화로 사실상 ‘집 부자’를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택 임대소득 연 2000만 원 이하에 적용되던 비과세 혜택이 올해로 사라지게 되면서, 은퇴 후 월세 수익으로 생활하는 시니어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세법개정안에 따라 개정되는 세금제도 항목은 총 246개에 달한다. 이 중 은퇴 세대가 알아두면 도움이 될 주요 세법개정안을 추려봤다.

 

종부세 인상, 3주택자 0.3%포인트 추가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으로 부동산 자본가에 대한 과세 의지를 확고히 했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인 ‘공정시장 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90%까지 인상한다. 2019년엔 85%, 2020년 90%로 연 5%포인트씩 올린다. 세율도 올렸다. 종부세 과표 중 6억~12억 원 구간의 누진세율은 0.75% 에서 0.85%로, 12억~50억 원 구간은 1%→1.2%, 50억∼94억 원 구간은 1.5→1.8%, 94억 원 초과 구간은 2→2.5%로 개편했다. 특히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적용되는 모든 과표 구간에서 0.3%포인트 추가 과세한다. 3주택 이상 추가과세 대상은 1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돼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의 추가 부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16억5000만 원인 주택을 가진 1주택자의 경우 세금이 현행 187만 원 에서 내년 215만 원으로, 28만 원 정도올라간다. 그러나 주택 3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공시가격 총합 35억 원인 3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는 세금 이 현행 1576만 원에서 내년에는 2575 만 원으로, 약 1000만 원 늘어난다.

 

 

임대사업자 등록 안 하면 ‘세금폭탄’

월세를 받아 노후생활비로 쓰려던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들에게 빨간 불이 켜졌다.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부과되며, 소형 임대주택 과세 면제 대상도 축소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우선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한 비과세 특례가 예정대로 올해 말로 종료된다. 내년부터 2000 만 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14%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이때 필요 경비율 공제금액은 임대주택 등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등록임대사업자는 기본공제 400만 원(주택 외 종합소득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필요경비율 70%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 미등록 집주인은 기본공제 200만원·필요경비율 50%가 적용된다. 

 

간주임대료(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금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 과세할 때 배제되는 소형주택 범위도 좁혀진다. 현재는 공시가격(기준시가)이 3억원 이하이고 60㎡ 이하의 소형주택이면 과세 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소형주택 범위는 기존 60㎡에서 40㎡ 이하로 축소되고, 금액도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좁혀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이 전월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7월 신규등록 임대주택 수는 2만851채로 전월보다
18.7% 증가했다. 이 가운데 8년 이상 임대주택이 1만2552채를 차지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임대사업자 등록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라 등록사업자는 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종부세 혜택이 주어진다. 예컨대 연간 1956만 원의 임대소득을 얻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내년부턴 등록하지 않은 집주인은 세금으로 109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등록임대사업자(8년 이상 임대)는 6만5000원만 내면 된다. 임대주택 등록여부에 따라 세금 차이가 16배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임대주택 등록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도 40~80% 감면된다.

 

 

농어민 아니면 비과세 혜택 사라진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농·수협 등 상호금융에서 판매하는 ‘비과세 통장’은 정식 조합원만 가입할 수 있다. 현재는 농어민이 아니라도 1만원 내외 소액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어 3000만 원(출자금 1000만 원)까지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준조합원(고소득층)은 저율 분리과세로 바뀐다. 2019년에 5%, 2020년엔 9%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조합원·회원에 한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3년 더 연장된다.

 

근로·자녀 장려금, 최대 370만 원 지원
2018 세법개정안은 ‘부자 증세’와 더불어 저소득·서민층의 세제지원 강화가 주요 축이다.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을 중심으로 소득 향상을 지원하는 카드를 내놨다. 우선 정부는 근로장려금의 소득·재산요건을 완화하고, 지급액은 인상해 일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한다. 소득요건은 단독, 홑벌이 가구, 맞벌이 가구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총급여액이 단독가구는 1300만 원→2000만 원 미만으로, 홑벌이 가구는 2100만 원 미만→3000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2500만 원 미만→3600만 원 미만으로 각각 상향된다. 연령요건도 폐지됐다. 현행 단독가구는 30세 이상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연령조건이 사라지면서 연 2000만 원 미만을 버는 1인 가구 청년들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산요건은 가구당 재산합계액이 1억4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완화된다. 단 1억4000만 원 이상이면 장려금이 50%로 감액된다. 근로장려금의 지급액은 최대 3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단독가구는 85만 원→150만 원, 홑벌이 가구는 200만 원→260만 원, 맞벌이 가구는 250만 원→300만 원으로 최대 지급액을 상향
했다. 만 18세 미만의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를 위한 자녀장려금도 상향된다. 자녀장려금은 근로·사업종교인 소득이 있고 만 18세 미만의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로서 연간 총소득 4000만 원 미만이며, 가구원 재산 합계가 2억 원 미만이면 받을 수 있다. 최대 지급액은 50만원에서 70만 원으로 올라간다. 자녀1명당 장려금을 지급한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동시 수급이 가능해 요건에 따라 연 최대 37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대상에서 제외됐던 생계급여 수급자도 장려금을 받게 됐다

 


배현정 한국경제매거진 MONEY 기자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