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좁지 않은 한 칸, 봉안당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당연히 사망 후 몸을 누일 곳을 결정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결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자녀에게 관리를 맡기는 게 눈치가 보인다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화장에 대한 이러한 인식 변화로 봉안당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장례 문화는 매장이다. 흔히 토장이라고도 부르는 이 장례법은 역사도 길어 선사시대 이전의 매장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당연히 봉분을 만들어 매장하는 형태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례법이다. 조상을 기리는 성묘 문화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문제는 현재 매장을 선택할 수 있는 묘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립 추모공원의 경우 대부분 만장으로 부부합장이나 기존 분묘의 기간 연장만 가능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화장 후 봉안당이나 자연장, 산골, 수목장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 납골당은 일본식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어 봉안당으로 부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손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며 기존 묘를 폐묘해 화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주시 장사시설 사업부에 따르면, 분묘를 열어 화장하는 건수가 2012년 2076건에서 지난해 5049건으로 5년 만에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립 시설 안전하고 저렴해 선호
고인을 봉안당에 모시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지자체 운영 시설에 맡기는 방법과 사설 시설로 나뉜다. 시립 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대전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대전추모공원의 경우 봉안시설 사용료가 관내 시민의 경우 20만원(관외는 40만원)밖에 안 된다. 이 비용은 15년간 사용 비용이며 3회 연장이 가능하다. 청주시의 경우도 비슷해서 관내 시민의 경우 30만원, 부부단의 경우는 5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가격 부담도 적지만 시에서 부담하는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이런 시립 시설도 일부 지역은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승화원의 경우 봉안당 이용은 서울·고양·파주 시민 중 국민기초생활법에 의한 수급자이거나 국가보훈기본법에 의해 혜택을 받는 공헌자(배우자)로 제한되고 있다. 역시 수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설 봉안당 규모에 따라 비용 천차만별
이런 한계에 내몰리다 보면 자연스레 사설 추모공원이나 봉안당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사설 시설은 대부분 종교 단체나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각 종교별로 시설이 다양하고, 공원 규모도 대규모 시설에서부터 사찰 형태의 작은 시설까지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봉안당의 경우 개인실이 400만~800만원 선이고, 부부단은 600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어가는 곳도 흔하다. 경기 외곽의 봉안당은 서울보다는 다소 저렴해서 개인실은 200만~400만원 정도, 부부단은 400만원에서부터 비용이 시작된다. 물론 장식이나 부대시설에 따라 분양비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상품도 존재한다. 같은 시설에서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봉안되는 위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추모가 편리하고 눈에 잘 띄는 눈높이 위치의 봉안단이 선호되는 만큼 가장 비싸다. 또 야외 봉안시설을 운영하는 일부 시설의 경우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야외 봉안시설은 100만원대 시설도 찾아볼 수 있다. 채광이나 추모를 위한 편의시설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사설 시설은 제사나 추모 행사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운영과 관리 상태 확인해야
사설 추모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분양’을 통해 미리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와 내 가족의 자리까지 미리 정해놓고, 걱정을 덜 수 있으니 경황이 없는 장례 과정에서 볼 때 큰 장점이다.
문제는 사설 추모공원의 분양 권한을 외부의 장례 전문업체나 컨설턴트에게 일임하다 보니 같은 시설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사전에 분양을 받으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식의 사기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지난해 6월 인천에서는 봉안당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아 돈을 가로챈 5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분양하는 업체가 추모공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운영사인지, 사업자등록과 운영 실적은 있는지, 입금계좌가 추모공원 명의의 계좌인지, 운영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 이준호 기자jh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