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국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로 인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흥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위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금리 시대의 투자 방법으로 신흥국 투자가 인기였다.약간의 리스크가 있지만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수익률이낮더라도 국내 주식 투자보다 낮은 위험성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최근엔 신흥국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과 같이 취약한 신흥국이 IMF의 지원을 신청한 데다, 이들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신흥국도 상황이좋지 않다. 국가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로인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불안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의 원인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서 시작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양적 완화를 통해 늘렸던 자산을 축소하면서 그동안 시장에 공급했던 달러 유동성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달러화의 가치를 의미하는 미국 금리도 높아졌다. 신흥국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서 자금 흐름의 방향성이 선진국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기존의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어지던 자금의 흐름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신흥국 금융위기의 원인 분석

한편 미국 증시와 경제지표들은 호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경기확장기가 112개월을 기록 중이다. 이는1900년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긴확장기다. 가장 긴 확장기는 120개월이었고, 결국 그 기간에 속했던 1990년대는 IT버블로 끝맺음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이번 경기확장기에 대한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미국 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신흥국의 실물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또G2 간의 갈등으로 인해 이들 경기에의존했던 신흥국의 실물 경기 모멘텀(momentum)이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쌓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대외적으로 자본 유출과 환율 약세에기인한 외환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환율 방어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상승 압력을 받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은부채를 쌓아 성장을 도모해오던 기업들의 자금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이 신흥국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제시된다.

 

신흥국 리스크 관리로 금융위기 가능성 낮아

하지만 현재의 위기는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른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새로운 지침(Basel II, III)을 도입하거나도입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과 유동성에 대한 규제를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금리 인상에 가장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글로벌 하이일드채권의 부도율은 안정적인 수준을유지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신흥국들이 채권시장을 육성했다는 점도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얼마간 해소해준다. 채권시장 육성으로 외화보유액을 확충하고 대외자본조달 여건이 어려워졌을 때 자본조달의 출처가 될 수 있도록 대비해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달러화로 조달한대외 부채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과거 대출 위주였던 자금조달 관행이 채권 발행으로 대체되면서 외화 유동성리스크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은 우려만큼 높지 않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1997년 혹은2008년과 같은 글로벌 위기로 연결될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summary

• 미국 트럼프 경제제재로 인한 투자자들의자금 이탈 우려

• 높은 수익률로 인기 끌던 신흥국 투자에 대한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짐

• 미국 금리↑ 자금 흐름의 방향 ‘신흥국→선진국’으로 변화 추세• 자본 유출과 환율 약세로 신흥국 외환 유동성위기 전망

• 1997년과 2008년 외환위기 경험으로리스크에 대한 면역력↑ 글로벌 위기 가능성↓

 

QnA

Q. 특별히 우리나라가 염두에 둬야 할 현상이 있다면?

한국처럼 원유를 순수입하는 신흥국들은 세계 경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국제 유가도 고민이다. 과거 GDP 대비 글로벌 원유 소비금액 비중이 4%를넘어가면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이러한 과거를 돌이켜보면 국제유가상승은 국내의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수입금액 증가와 경상수지 적자로인한 외환보유고의 부담으로 이어져 문제가 될 수 있다.

 

Q. IMF 때와 비교해 위기감을 덜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이상식이 됐다. 인플레이션 타기팅 정책 등 보다 선진화된 시스템을 신흥국중앙은행들이 받아들였다. 이로써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능력과 수단등을 확충하면서 거시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IMF 중심의 글로벌안전망이 자리 잡게 된 것 또한 1997년과 같은 신흥국 위기가 촉발될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FICC센터 신환종 센터장, 100세시대연구소 김은혜 책임연구원

정리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