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TV 다큐멘터리 팀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Hope Project’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인데 한국의 식용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비자 및 식용견 산업 종사자들, 동물보호단체들의 의견뿐 아니라 의학, 한의학,수의학, 환경론자, 역사학자 등 다양한전문가들을 만난다 합니다. 섣부른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넓은 시각에서 사회, 역사, 문화적 시점 및 의학적인 내용을 담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미국 드라마 ‘프렌즈(Friends)’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케빈 브라이트(Kevin Bright)가연출을 맡고 있는데, 이미 2017년 세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촬영을 진행했다는군요. 그들이 제게 요청한 것은 개고기의 의학적 효능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도 개고기에 대해 막연하게알고 있었던 터라, 책임 있는 답변을위해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고기의 영양학적 분석이나연구결과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몇몇 사람이 인용한 논문이 있었지만 그것조차 1982년부산산업대학 류병호 교수가 쓴 ‘한국산 재래종견의 영양학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재탕 삼탕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36년 전 논문하나를 갖고 이러쿵저러쿵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농업과학연구원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가기관의 연구결과라니믿을 수 있겠지요. 결과는 오른쪽 그래프와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달랐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언론에서 개고기를 미화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영양학적으론 다른 육류와 달리고단백 저지방이라 몸에 좋을 수 있다고 말해왔는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개고기의 주요 영양소를 살펴보니, 닭고기는 물론 우리가 그토록 성인병 예방을 위해 경계해왔던 돼지고기보다열량이 높고 단백질은 적으며 지방은많았습니다. 개고기 100g에 들어 있는단백질은 19g으로 닭고기(24g), 돼지고기(19.8g)보다 적었습니다. 반면 개고기 100g에 들어 있는 지방은 20.2g으로 닭고기(1.4g), 돼지고기(11.3g)보다 많았습니다. ‘개고기=고단백 저지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전문가도 속았습니다. 2002년 한 유력일간지 인터뷰 기사에서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저명한 종양학자인 김의신 박사도 암 환자들에게 개고기를 추천했더군요. 고단백이라 암 환자의 영양보충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박사도 당연히 개고기를 고단백 음식이라 생각하고 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제 도그마를 깰 때가 됐습니다. 개고기는 고단백 저지방 육류가 아닙니다. 저지방의 고단백 음식 섭취가목적이라면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는 게 좋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개고기 찬반논쟁에서 반대 입장을 강조하려는 게 아닙니다. 개고기를미화하는 중요한 논거 중 하나인, 즉개고기가 고단백 저지방 육류라는 상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에 건강을 위해굳이 개고기를 먹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개고기에 비아그라처럼 정력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동시대 인류보편적인 가치, 즉 개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개고기를 고집할 이유는 없을 듯합니다.
글 홍혜걸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