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표정(表情)
여러분은 지금 어떤 표정이십니까?
평소의 표정은 어떠한가요?
주위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을 떠올릴 때 어떤 표정으로 기억할까요?
일의 특성상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연령층의 청중, 클라이언트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가 얼굴 표정이다. ‘표정’이란 단어의 국어사전상 해석을 찾아보면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또는 그런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세상과, 타인과 의사소통을 한다. 언어발달이 미숙한 아기들에게 울음과 표정은 가장 중요한 소통의 도구다. 아기들은 표정을 통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고 타인의 정서를 느끼며 나름의 소통을 한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소통과정에 표정 뿐 아니라 언어표현이 가미된다.
예를 들어, 조금만 다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온갖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부모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림과 동시에 위로를 구한다. 이때 어른들은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어주며 “괜찮니?” “우리 강아지 어쩌다가.. ” 등등의 언어표현을 곁들이며 아픈 배를 살살 만져주거나 머리, 등을 쓰다듬어준다.
우리 어른들은 어떠할까?
많은 어른들은 아파도 아픈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성숙함, 자기관리능력의 척도로 여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쎈 척’ 한다. 더 나아가 미안할 때 도리어 화를 내거나,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쑥스러운 마음에 무표정한 어른들도 많다.
우리는 왜 그리고 언제부터 이런 인위적인 표정과 감정에 익숙해졌을까? 여러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직장에서 그리고 거래처에서 약한 사람으로 비추어질까봐, 열등감을 감추려고 등 다양한 이유로 진짜 표정을 사회적 가면 뒤로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닐지...
문제는 이러한 가짜 표정이 직장이나 사회생활과 같은 2차적 관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허리세대인 중년들에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자녀에게 듬직한 부/모로 보이기 위해, 연로한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배우자에게 자존심 상하기 싫어서 오늘도 속마음과 다른 거짓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상황 상 어쩔 수 없이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더라도, 나의 진짜 마음상태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거짓 표정에 익숙해지고, 이것이 고착화될수록 가면은 두꺼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건강이 좋을 수는 있을까? 사실은 마음의 문제인데,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가정의학과를 전전하는 중년들이 많다. 내 마음이 어떠한지, 평소 표정은 어떠한지, 내 마음과 표정은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