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친밀감을 위해서는 자식들과 잘 지내야
영국의 의사출신 스토퍼드 할머니는 [The Grandparents' Book, 2007]에서 처음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실수와 부모가 된 자식들과 관계변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떻게 해야 좋은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며느리가 첫아이의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도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태어난 아기를 안겨주었을 때야 실감을 했다.
그때 “어떻게 해야 좋은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며, 좋은 부모의 모습과 동일하고, 손주를 사랑하면서 엄마를 돕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초보 조부모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첫 손녀를 안았을 때 넘치는 사랑을 주겠다고 마음먹고, 아이에게 입힐 옷가지를 사다 나르기 시작했고, 아이를 재워야 할 시간에 미소 짓는 아이가 예뻐 눕힐 생각을 않고 안고만 있었고 그리고 행여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열일 마다하고 달려가 안아 올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아들 내외가 이런 말을 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해 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를 바로 키우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요.”
그날의 당혹감과 서운한 감정으로 할머니는 가슴속 깊이 막막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오류 또한 알아차렸는데, 손녀는 내 손녀이기 전에 아들 내외의 자식이라는 것을 잊은 것이다. 그때부터 할머니의 감정을 자제하고 한 걸음 물러선 다음, 최선을 다해 아들 내외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그러니 아들 내외와 관계가 좋아졌고, 손녀와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그리고 손녀가 꼭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사랑을 줄 수 있었고, 손녀는 문제가 생길 때 꼭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할머니로서 손녀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경함하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맛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할머니는 말한다.
<출처>농촌여성신문
아무리 조부모가 손주에 대해 잘 알고, 잘 키울 수 있다고 해도, 자녀들 역시 부모로서 자신의 육아 방식에 따라 자식을 키울 자유가 있어야 한다. 조부모가 과거에 자식을 키울 때 실수했던 것처럼 부모들도 그럴 권리가 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조부모는 안타깝고 고통스럽겠지만, 절대로 그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부모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그것은 조부모의 욕심에 불과하다.
자칫 잘못하여 먼저 뛰어들면 자녀들의 신뢰와 사랑을 잃을 우려가 있다. ‘부모님이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 , ’나를 부족한 부모라고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자녀로 하여금 조부모에게서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 신뢰를 날려 버리는 일은 잠깐이지만 그것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백두산을 오르는 일만큼 힘든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자녀를 칭찬해야 한다
만약 훌륭한 조부모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녀를 칭찬해야 한다. 우선 그들이 좋은 아빠,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될 만한 구석을 찾아보자. 그것이 반드시 대단할 필요는 없다. 자녀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를 집중해서 잘 생각해 보면 곧 긍정적으로 볼 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부모교육 강의에서 조부모에게 자식을 칭찬해 보라고 하면 한참을 못하는 분들이 많다. 칭찬에 익숙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씀하신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에게 칭찬이 늘어날수록 조부모와 손주의 관계 친밀도는 긴밀해 진다.
또 한 가지 알아 둬야 할 사실은 자식 내외가 그 누구보다 불안정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이 부모로서 부족한 점이 있고,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굳이 낱낱이 들춰내지 않아도 스스로 잘 안다. 초보부모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자기가 그래도 잘 하고 있다는 확신과,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누군가에게서 받는 인정이다.
조부모가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모자식 간에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식이 지금의 조부모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로 살아가느냐는 지금 조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