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지 않은 고령의 실제 주인공들이 펼치는 여름영화 <8월의 고래>가 있다. 이 글을 통해 <여가>에 대한 조명과 함께 <9월의 50플러스 캠퍼스 개강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가을을 몰고 올 8월의 고래와 두 자매의 이야기 >

영화는 1987년의 작품으로, 대서양의 한 바닷가 언덕 위의 집에 살고 있는 두 자매의 이야기다. 93세의 릴리안 기쉬 (언니 새라 역)는 영화 역사상 최고령 배우로 출연하여 1987년 National Board of Review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실제 나이 100살에 이 영화를 유작으로 사망했다. 강한 눈빛과 표독스러운 연기를 잘하는 베티 데이비스(동생 리비 역)는 79세로 출연했다. 1989년에 작품을 찍다가 건강악화로 81세에 사망했다.

캐나다 퀘벡 주 서쪽과 남쪽 뉴햄프셔 주와 각각 경계인 미국 메인 주 해안가엔 8월이면 산란기를 맞이한 고래 떼들이 지나간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오래 전 남편 잃은 새라 루이즈는 15년 동안 리비집에 살았다. 이후 시력 잃은 여동생을 위해 언니 새라는 15년째 동생 리비를 보살피며 생활해 나간다. 북극에서 고래가 돌아오면 계절을 바꾼다고 믿었다. 젊은 날엔 동생과 동네 친구인 티샤와 함께 고래의 용유향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새라는 사람들과 대화를 즐기고, 장미를 가꾸고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도 그린다. 이웃과의 관계도 무난하다. 감성적인 새라는 사별한 남편과의 46주년 결혼기념일에 드레스를 차려 입고 사진 속 남편과 대화도 나눈다. 쓸쓸하고 외로운 나날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8월이면 가을을 몰고 올 고래를 기다린다. 동생의 소망인 '큰 창을 통해 달빛을 보는 것'도 늘 꿈을 꾼다.

반면 리비는 냉소적이고 부정적이며 직설적 말투의 소유자다. 모처럼 언니 새라가 저녁 손님을 초대했다. 초대받은 마라노프는 예의바르다. 그러나 리비는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자신의 딸과 관계도 좋지 않은 리비는 언니만을 의지한다. 그럼에도 언니와 끝내 이 손님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집에 대한 권리가 리비에게 있다 보니 새라는 더욱 난감해 한다. 리비는 늘 죽음에 관해 부정적이다. “이 나이에는 새로운 것을 할 때가 아니야.”라며 언니에게도 끊임없이 절망을 안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라는 동생에게 “원한다면 죽음을 선택해. 나는 고래를 기다릴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소소한 즐거움의 소유자 새라는 지쳐서 떠나려 한다. 그러나 막상 의지할 곳 없는 리비는 언니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화해하고 이웃 수리공 죠수아에게 큰 창을 내어 줄 것을 부탁하며 갈등을 일단락 한다.

 

<은퇴 후 자신만의 여정을 어떻게 살까.>

이 영화는 5명의 출연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두 자매 외의 출연자들도 모두 실제 고령자들이다. 이웃 동생 티샤(앤서든 분), 마라노프(빈센트 프라이스 분), 죠슈아(해리커리 주니어)는 모두 노인들의 일상을 담담히 그려낸다. 벼랑 끝 낡은 집과 그 앞바다 언덕에서 거의 촬영이 이루어졌다. 고령의 한계점으로 단 이틀 동안의 일상만 찍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열정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그들은 배역과 실제 나이와 거의 일치했다.

새들러 박사는 은퇴 이후 30년을 '서드에이지(Third Age)'라고 불렀다. 그는 삶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이 시기를 '핫 에이지(Hot Age)'라고도 말한다. 영화 속 죠수아는 “은퇴하는 것은 상상이 안 돼!”라고 말했다. 실제 출연진들도 관절염, 노환, 젊음을 향한 향수, 죽음의 문제, 느린 동작 등 현실을 비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관계와 여가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일본에서는 오랜 인기를 끌었고, 1988년엔 은퇴연구재단에서 현명한 올빼미 상을 수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자영업자의 상담에서 느낀 점은 은퇴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은퇴가 올 줄 몰랐다.", "내게 미처 은퇴라는 단어는 없었다." "어쩌다 은퇴가 되었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다. 경기에 민감한 중소업체의 사장님들은 '접느냐 마느냐'에 고민에 집중하다 보면 그 뒤의 계획은 미처 놓친다.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은 산행도 하고 당구도 친다. 멋진 등산복 입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이산 저산의 정복은 꽤 즐거울 것이다. 또 당구에 빠지신 분들은 당구의 장점을 피력한다. 한 번 입장료를 내면 하루 종일 있어도 된단다. 외부 식사를 하고 다시 가더라도 무료이거나 사용료 한 번만 더 내면 하루를 재미있게 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치매 예방에 딱"이라는 극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무언가 아쉬운 느낌으로 뒤늦게 교육프로그램을 소개 받고 교육장을 찾는다. 교육을 받으며 놀란 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고민하고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자신은 65세 가까이에야 허송세월을 보낸 점에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만물수리공 <죠수아>가 부러웠다. 나이 들수록 기술을 가진 사람이 부러워진다. 생계형이 아니라 노후에도 연장 들고 활동하노라면 이웃과의 관계 맺음에도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50플러스 캠퍼스와 센터에서는 이런 죠슈아를 찾는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이에 서울 50플러스 캠퍼스에서 2018년 8월 1일 부터 2학기 프로그램을 접수하고 있다. 벌써 하루 만에 마감된 프로그램도 있다. 서부캠퍼스 남경아 관장님의 주목할 만한 강좌 소개를 인용 해본다.

사회적우정이란 주제로 <50+시간: 명사특강>이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가치관을 넓히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시선으로 50플러스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을 담은 시나리오로 독백극을 만들어 연기까지 해 보는 <마이웨이연극교실>은 연극배우 이승기님과 함께 한다. <50플러스치유의인문학>은 50+세대의 고민을 철학과 미술, 문화, 영화로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조금은 다른 삶에 용기를 더하는' 50+인생학교는 서부에서는 벌써 6기를 모집한다. 든든한 동문회가 결성되어 더욱 풍성해진 서부캠퍼스 인생학교에 더 많은 분들을 기다린다.

인생 후반기 새로운 직업 탐색, 새로운 일을 탐험하는 26개의 커리어모색학부도 있다. 특히 중장년 사회적 경제 취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시장전문가양성과정>, <행정전문가양성과정>이 신설되었다.

개관 3년차를 맞아 불광에서 새로운 비전을 그리는 프로젝트도 시작되었다. 은평에 기반한 50+단체, 당사자들과 함께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준비했다고 한다. 50+문화가 활발히 꽃피는 불광의 마중물이 될 이 프로그램들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하신다. 관장님이 직접 강의하는 <50+앙코르커리어 특강>도 꼭 잊지 말고 신청하기를 바란다.

개강은 9월부터지만 <미리 만나는 캠퍼스 - 2학기>가 8월 1일부터 진행되고 있고 홈커밍데이, 강좌설명회, 일일워크숍 등의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도 기대해 본다. 마포에 위치한 중부 50플러스 캠퍼스와 구로에 위치한 남부캠퍼스도 마찬가지로 멋진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9월의 개강을 기다리고 있다. 인기 강좌는 서둘러 마감되기 전 신청하기를 안내드린다.

 

▶신청하기: https://50plus.or.kr/swc/detail.do?id=1530169

 

정보가 없어서, 프로그램이 없어서, 공간이 없어서 불과 몇 년 전까지 막막했던 50플러스 세대에게 보물 같은 여가프로그램들이 잘 정비되어 있으니 잊지 말고 활용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