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리터러시와 삶의 질 - 소통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 등 비대면서비스가 일상화 되었으나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생기면서 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인데 반해 익숙하지 못한 시니어들에게는 막막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디지털 리터러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생존과 연결이 되었다. 디지털 정보는 편익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웬만한 젊은 사람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생긴 사회문화적 격차를 뜻하는 ‘디지털 디바이드’란 말에 이어 이제는 ‘AI디바이드’란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대화형 AI의 확산
2016년 3월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처럼 일어났다. AI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정의를 내렸던 일반인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AI를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디지털화하는 세상의 추세 속에서 진화를 거듭한 대화형 AI의 확산 덕분이다. 사람이 아닌 기계와 대화하고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챗GPT, 바드, 생성형 AI니 오픈 AI라는 말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되었다. 키오스크의 접근성으로 대변되던 중장년층의 디지털 격차가 전 연령대를 망라한 AI 리터러시 문제로 확산되었다.
“은행이나 매장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대다 돌아서는 고령층들은 '디지털 소외'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을 멀리하면 1970~80년대생마저 비슷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료 수집부터 구성·작성까지 몇 시간이 걸린 반면 생성형 AI에 익숙한 이는 코파일럿에 주제를 입력해 불과 몇분만에 초안을 다듬고 간단한 보고서를 완성한다.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무서운 'AI 디바이드'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머니투데이 2023.6.11.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0918230793371)
# 키오스크, 나도 당황한 적 있다
비대면으로 상징되는 코로나의 사회현상 중 대표적인 것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의 보편화를 들 수 있다. 코로나가 기승을 떨치고 있던 어느 날, 기자는 정말 오랜만에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점원에게 다가가 주문하려는데 ‘지금은 무인주문시간’이라는 친절한 안내멘트와 함께 키오스크를 가리킨다. 나름 얼리어댑터라는 자부심이 있는 기자는 키오스크에 가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터치하며 주문했다. 선택해야 할 옵션이 많고 복잡해서 주춤거리다 보니 뒤통수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어느새 내 뒤로 줄이 생겼다. 미안한 마음에 먼저하라고 양보했다. 젊은 친구들은 툭툭 터치 몇 번 하더니 주문을 마친다. 다시 시도해서 주문에 성공했다. 며칠 후 “엄마 울린 햄버거집 ‘키오스크’⋯나도 당황한 적 있다”라는 제하의 신문기사를 읽었다.
(한겨레신문 2021.3.22.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987667.html)
햄버거를 주문하려다가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온 엄마가 서글픔에 울면서 자식에게 전화한 사연을 다루면서 디지털리터러시의 전반에 대해 소개했다. 옆에 있는 20대 인턴 직원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니 자신도 처음 만지는 키오스크는 적응이 되지 않아 많이 헤맸다고 한다.
# 1인가구와 디지털리터러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 부문 집계 결과’에 의하면 1인 가구 수는 750만 명(가구)으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었으며, 그중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97만 명이다. 2025년부터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시간으로 길어진 수명을 채워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독거노인의 빈곤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안고 가야할 숙제이다. 100세 시대가 회자 되는 지금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1938년부터 1940년까지 하버드대학교를 다녔던 남학생 268명 대상으로 75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는 끈끈한 인간관계가 행복한 삶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사람과 사회의 연결 방법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생각해 보았다.
건강한 삶과 디지털리터러시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시니어의 디지털기기 접근과 사용 능력의 격차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다양한 문화 혜택을 받는 시니어가 있는 반면 정보 접근의 제한과 역량 부족으로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가 중요한 이유이다.
# 배움과 나눔으로 디지털 문화 격차 해소
디지털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서울시50플러스를 위시하여 서울런4050의 서울시민대학 등 평생교육기관, 지자체 주민센터, 도서관 및 기업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개의 캠퍼스와 13개의 센터 등 17개의 서울시50플러스 거점기관마다 디지털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는 수준별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디지털 문화 격차 해소를 담당한 활동가들에게 심화학습을 제공하기도 한다. 손을 내밀어 이끌어 주고, 이끌려 간 나도 손을 내밀어 뒷사람을 이끌어 주는 배움의 연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았다. ‘소외계층, 바로 나다’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디지털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데 앞장서서 참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1인 가구가 많더라도, 혼자 사는 노인이 늘었어도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이 있으며 교류와 소통을 통해 사람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소통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서울시50플러스 : https://50plus.or.kr/Educational_Information.do
서울시민대학 :
https://sll.seoul.go.kr/main/htmlPage/doHtmlPageView.do?pageNo=23&mnid=201511853002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sdchoon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