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직장에 몸담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근무하시는 분들에게 회사를 관두게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이 있다.
바로 지각할 걱정 없이 푹 늦잠을 자는 것!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은퇴 전후로 건강 상담을 하는 분들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호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불면증이다.
애들 뒤치다꺼리하거나 회사의 바쁜 업무로 맨날 잠에 쫓기기 일쑤였던 탓에 아이들 독립시키고 은퇴 시점에는 마음 놓고 실컷 잠을 잘 거라고 생각했는데 맘같이 잠이 잘 오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자려고 하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누워있으면 더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면서 잠이 더 안 온다. 억지로 잠을 청하면 뒤척뒤척하다가 잠이 깨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수면유도제 약을 처방 받거나 술에 의지해 잠을 자려고 하지만 자는 둥 마는 둥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오히려 더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
흔히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일단, 젊었을 때와 비교해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수면시간도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기에 한밤중에 서너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보면 깊은 잠보다는 얕은 수면 단계에 머무르게 되어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코티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더욱 노화를 앞당기게 된다.
잠이 보약이라고, 잠을 잘 자고 일어나야 몸이 가볍고, 마음도 편하고, 일상생활이 자유로울 텐데 수면부족에 시달리니 온몸이 무기력해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받는 것이다. 심한 경우엔 우울증을 동반하는데 호르몬의 변화가 심한 나이이기에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울증 약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우리가 필요시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약이 균형이 무너진 부분을 일시적으로 회복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문제는 화학 성분으로 구성된 약을 장기 복용하게 되면 내성이 생기거나 축척된 화학제품의 독성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쌩쌩하던 기계도 오래되면 녹이 슬고 헐거워지듯이, 신체 노화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약물의 흡수, 대사, 배설 능력도 떨어진다. 쉽게 말해 젊을 때에 비해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고, 약의 독성이 배출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분은 약효가 잘 듣지 않는다고 약을 임의로 끊어버리거나, 처방 받은 약을 두고 다른 약을 타서 같이 중복하여 복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약을 줄줄이 달고 살 것이 아니라, 약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때에는 임의 처방 또한 금물이다. 대신 조속히 전문 의료기관에 방문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길 권한다.
더불어 약 처방만으로는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약물 의존도를 줄이면서 다음과 같이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자.
1. 자려고 들지 말라
지금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라면 먼저 내가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면 더 잠이 안 오기 마련이다.
이럴 땐 침대에서 뒤척거리지 말고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해보자. 명상을 통해 본인 스스로에게 왜 잠을 못 이루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잠을 못자는 이유는 마음속에 걱정이 있기 때문. 그렇다면 자문해보자.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기인지우(杞人之憂)라고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거나 쓸데없는 헛걱정 경우가 많다. 그걸 깨닫는 순간 뇌는 수면을 취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2. 야외 활동을 조금씩 늘려준다
나이 들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무기력한데 무슨 야외 활동이냐 하겠지만 집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더 무기력해지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딱히 근심 걱정이 없는데도 잠이 잘 안 온다면 낮에 외부 활동을 안 하고 온종일 TV를 보다가 깜박 졸음을 취했을 확률이 높다.
매일 일정량의 운동을 정해놓고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만들어 적어도 6시간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 날씨 좋은 날은 조금 더 시간을 내어 인근에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다녀오는 건 어떨까? 햇볕을 듬뿍 받으며 몸을 움직이면 행복 호르몬이라고 하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증도 나아지고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져 불면증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3. 취침 전 나만의 일정한 습관을 갖는다
잠이 안 온다고 술이나 담배를 취하는 것은 숙면을 오히려 방해하므로 안 좋은 습관을 들이는 셈이다. 그 대신에 취침 전 족욕을 하거나 따듯한 우유 반 컵을 마시는 등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을 가져보자.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 규칙적인 습관 후 바로 잠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이후로 침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자는 경우가 많은데 블루라이트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의 피로와 함께 목과 어깨근육 등이 뭉쳐서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피한다.
그밖에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는 나이 들어 숙면을 위한 지침으로 잠자기 두 시간 전의 운동을 권장한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을 때 걱정하면 오히려 걱정이 잠을 방해하므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낱말 잇기나 숫자 거꾸로 세기 등 지적인 게임을 하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