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를 모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관객 수는 1,377만명으로 외화 1위였던 아바타를 뛰어 넘었다고 한다. 나도 이 영화의 관객대열에 동참하여 딸과 함께 보았다. 몇 년 사이에 개봉된 마블영화들은 대부분 다 본 듯하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러 가면 내가 좋아하는 한국 사극영화, 헐리우드 액션영화를 주로 보았다. 하지만 SF영화는 유독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보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가게 될 때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의견충돌이 일어나곤 했다. “아빠! 이번에는 마블영화를 보면 어때?” “아빠는 SF영화를 싫어하니까 사극영화를 보고 싶은데!” 결국에는 고집이 센 아빠 의견에 따라 아이들이 양보하여 사극영화나 액션영화를 보곤 했다. 그 후 어느 날인가 영화를 보러가게 되었는데 나는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딸이 SF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딸의 영화 취향을 존중해서 마블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 이 순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작은 변화의 불씨가 되었다. 그토록 싫어했던 SF영화를 보았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그냥 이유 없이 비현실적인 SF영화는 내 영화 취향이 아니라는 선입관을 깨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 이후로는 마블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딸과 함께 ‘블랙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트워‘ ’앤트맨과 와스프‘ ’캡틴마블‘ 등 거의 모든 마블 개봉영화를 보았다. 이렇게 작은 생각을 실천해 옮김으로써 나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아이들과의 소통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가끔은 딸이 스트레스 받는다고 심야에 상영하는 마블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잔소리만 하는 꼰대아빠가 아니라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 보러가는 친구 같은 아빠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나는 청바지를 자주 입게 된다. 청바지는 사계절 모두 입을 수 있고 어느 옷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공식적인 모임이나 강의 할 때도 종종 입고 갈 정도로 청바지를 애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청바지를 입기 시작 한 것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천이 뻣뻣하고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바지를 멀리했다. 이년 전쯤 바지를 하나 사려고 우연히 들른 패션매장에서 청바지가 있어서 한번 입어 보았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청바지를 한번 입어 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였다. 내가 입어본 청바지는 의외로 움직여 보니 신축성이 있고 활동하기가 편했다. 아울러 최신 유행을 따라서 부분 탈색된 청바지가 색깔도 멋들어져 보여서 하나 사게 되었다. 이것 또한 오랜 세월동안 나에게 익숙했던 것들에 대한 다른 생각을 행동에 옮김으로써 나를 변화시키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동안 익숙했던 스타일에 억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생각으로 옷을 고르고 선택하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가끔은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만난 청년들로부터 “옷을 젊게 입고 다니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으니 패션 테러리스트였던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이맘때면 내가 좋아해서 자주 먹게 되는 음식들이 있다. 열무국수, 콩국수, 닭개장, 골뱅이무침이 그것이다. 어느 해인가 생애설계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50+캠퍼스에서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인 ‘남자의 부엌’이 개설되었다. 요리교실 프로그램 내용이 내가 좋아하는 네 가지 음식이었다. 요리는 별로 해보지 않아서 자신이 없었으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어서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어 보면 어떨까?“ 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교육을 신청했다. 어색한 요리용 앞치마를 두르고 서투른 칼솜씨로 야채를 썰다가 칼에 베기도 하면서 어렵게 요리실습을 했다. 내가 완성한 요리를 먹어보았는데 담백하고 맛있었다. 내 요리솜씨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요리강사의 레시피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도움 덕분이었다. 요리교실을 어렵게 마치고 나서 가족을 대상으로 요리를 해 주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가장 어려운 닭개장을 제외하고는 3가지 요리는 성공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이후에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며 집에서 가끔 요리를 한다. 지난 주말에 딸이 골뱅이 소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주었더니 맛있다고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만하면 ‘혼밥’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또한 작은 생각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긴 결과로 갖게 된 자신감이다.
작은 생각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내어보자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의 습관들이 몸에 배여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비록 자신의 생각에 의한 선택들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주위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더라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생각의 전환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이 지금을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도 있다. 내가 싫어했던 마블영화를 보고,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청바지를 입고, 요리를 하면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듯이 말이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한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금 이 순간에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50+세대라면 작은 생각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내어보자.
어제 저녁에는 잠이 잘 안와서 넷플릭스(Netflix)로 마블영화인 ‘토르 라그나로크’를 재밌게 보았다. 오늘은 청바지를 입고 도서관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아카시아 꽃들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 시작된 변화가 나의 일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