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S 색소폰 앙상블
색소폰 재야 무림고수들이 모였다!
색소폰 좀 연주한다는 독자는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무림 격전지에서 빠져나온 느낌이다. 덕소의 명물 음악 모임으로 알려진 ‘GnS 색소폰 앙상블’. 연습을 시작하기 전 단원들이 조금씩 내비치는 긴장감이 꽤 흥미롭다. 색소폰을 잡아든 손.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악기 튜닝을 하는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여러 대의 색소폰이 하나의 완벽함을 위해 서로 눈빛을 맞추고 발을 구르는 진지한 현장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본다.
▲아래 왼쪽부터 이춘종.김영창.홍명숙.안정숙.길경자.최천곤(단장).이윤용(회장) 가운데줄 왼쪽 이기성.이상근.윤연상.최병일.박성현, 윗줄 왼쪽 이재봉.손태현.정지화
저희 단원을 좀 맡아주시겠습니까?
2004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GnS 색소폰 앙상블(이하 GnS)은 최천곤 단장에게 인생의 사명처럼 어느 날 찾아왔다.
“덕소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할 때였어요. 기독교 학교라 이 지역 교회에서 학교에 추수감사절이 되면 오셔서 반별로 목사님들이 예배를 드렸어요. 그런데 그중에 신도들에게 색소폰을 가르치는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언제 한번 놀러오라더군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색소폰을 연주해왔던 단장에게 구미 당기는 초대였다. 알고 보니 그 목사와 장로가 신도 7~8명을 대상으로 색소폰을 가르치고 있었다. 게다가 색소폰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상태. 잠깐 가서 지도를 거들었던 것이 계기였다.
“그런데 교회가 의정부로 이사를 간다는 겁니다. 저에게 맡아줄 수 있는지 목사님이 물었어요. 아니면 해체한다더군요.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음악에 눈뜨기 시작한 사람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최 단장 또한 남다른 아픔과 역경의 시간을 딛고 음악을 해왔다. 시대상황과 집안 사정 등으로 대학 진학이 늦어졌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색소폰을 비롯해 각종 관악기에서 손 떼본 적 없는 최 단장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GnS의 음악 선생님으로 단장으로 살아오고 있다.
아마추어 앙상블의 도전이 시작되다
2004년 6월경 연습을 시작해 10월에 곧바로 정기연주회 일정을 잡았다. 목표가 없으면 절대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너무 못하는 거예요(웃음). 너무 못했어요.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3년 후에 첫 정기연주회를 했습니다. 결과는 대단했습니다.”
3년 동안 단원들은 가족들에게서 ‘빨리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추궁당해야 했다.
“2007년에 첫 연주회를 했는데 단원들 가족이 와서 보고는 더 나아가더랍니다.”
이후 GnS의 인기 또한 높아갔다. 이곳저곳에서 행사가 이어졌고 봉사 연주도 많이 다녔다.
“GnS는 주고(give) 나눔(share)을 의미합니다. 봉사도 지금까지 많이 했죠. 교회 초청연주, 교도소, 노인복지원 많이 다녔어요. 그리고 잊지 못할 2013년도 있었습니다.”
2013년에 CBS에서 주최한 ‘아마추어 가스펠 색소폰 경연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독주자인 것을 감안했을 때 단체 1등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해 여세를 몰아 강원도 정선군 시설관리공단에서 주최한 제1회 전국 아마추어 색소폰 경연대회에 나가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2013년은 두고두고 평생 기억하고 싶은 해가 됐다. 또한 역사와 실력을 자랑하는 전문 색소폰 앙상블로서 차츰 나아가게 된 해였다. 이제는 처음과 달리 전문 음악가와 전공자 참여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아마추어란 꼬리표는 거추장스럽다.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 화합하는 GnS은 언제든 새 단원을 맞을 준비가 돼있다고.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색소폰은 처음에 배우기 쉽습니다. 소리가 잘 나요.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고 합주는 더 어렵지만 매력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GnS의 정기연주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번이 10회째인데 11월 15일, 3시 덕소주민자치센터에서 공연합니다.”
GnS의 대표 연주곡인 헨델의 할렐루야, 향수, 에버그린 등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색소폰 연주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연주회에 가보시길. 반주기가 아닌 악보를 보며 진짜 음악에 다가가는 멋진 연주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이상근
>>이상근(70)
색소폰을 연주한 지는 6년째 됐습니다. 딸아이 결혼식 때 사돈하고 색소폰을 배워 축하연주를 했습니다. 그게 계기가 돼서 꾸준히 배우게 됐습니다. 이렇게 계속 연주를 하게 된 건 여기 함께 계신 분들이 너무 좋아섭니다. 그리고 연주가 잘 안되고 틀리면 심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그걸 다 해내고 잘하시는 분들 따라잡고 하다 보니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기성
>>이기성(56)
여기 오게 된 동기는 이윤용 회장님 때문입니다. 제 고등학교 은사님입니다. 예전에 제가 지휘하던 합창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하셨는데 잠깐 연락이 끊겼었죠. 그런데 은사님을 찾아뵙고 난 뒤 이곳을 알게 되어 들어왔습니다. 저는 원래 트럼펫을 전공하다 성악으로 전향했습니다. 항상 보면 아마추어분들 열정이 대단하세요. GnS 단원들은 오래하셔서 굉장히 잘하십니다. 무엇보다 예술을 중심으로 모임이 조직돼 움직인다는 건 지역문화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죠.
▲안정숙
>>안정숙(68)
GnS에서 새내기로 통합니다. 사실 색소폰은 7~8년 전에 시작했는데 앙상블은 처음 해봤습니다. 친한 동생이 한번 와보라더군요. 여럿이서 반주기 없이 함께 호흡 맞추고 같이 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색소폰 합주의 매력입니다. 지금 제대로 색소폰을 배우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너무 좋아해요. 가끔 집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 연주자들을 부르곤 했는데 이제 제가 해요. 노래 반주도 해주고요. 남편이 반주기며 색소폰이며 고가의 장비를 사줬어요. 전쟁 나갈 때 좋은 무기를 써야 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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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이혁 forre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