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수수께끼 투성이다.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50+세대라면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정리해본다.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다. 인간관계는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수수께끼를 통해 ‘관계’에 대해 탐색해본다.

 

첫째는 가족관계다. 가족관계는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관계이다. 이 관계 속에서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기도 한다. 특히 부부관계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

둘째는 사회적 관계이다. 은퇴 이후에 가족 다음으로 중시되는 관계가 사회적 관계이다. 이 관계를 풀 수 있는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셋째는 관계 밖의 영역이다. 자기만의 세계이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이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수수께끼 1. 아서 왕의 수수께끼 - 가족관계, 무엇이 중요한가

아서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숲의 괴물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괴물이 기회를 준다. 주술을 걸어 한시적으로 1년 동안 생명을 허락해준 것이다. 1년 안에 자신이 내는 문제의 정답을 맞히면 주술을 풀고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서 왕은 왕국으로 돌아와 학자와 현자에게 물어봤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1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왕국 북쪽 끝에 사는 노파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아서왕은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말을 달려 노파를 찾아갔다. 그러나 노파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몰골이 너무 추했기 때문이다.  

노파는 답을 알려주는 대신 왕도 자신의 청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 부탁이란 젊고 용맹스러운 거웨인 경과 결혼을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아서 왕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의 충성스러운 신하인 거웨인 경은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드디어 아서 왕은 노파에게 해답을 얻었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입니다."

 

정답을 맞힌 아서 왕은 주술에서 벗어나 목숨을 건졌다. 대신 거웨인 경은 흉측한 노파를 아내로 맞이해야 했다. 혼례식이 끝나고 첫날밤이 다가왔다. 노파는 거웨인 경에게 키스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웨인은 노파에게 다가가 눈을 감고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눈을 뜬 거웨인 경 앞에 노파는 온데간데없고 난생 처음 보는 미녀가 앞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노파 역시 숲속 괴물의 저주를 받은 미녀였던 것이다. 저주를 푸는 해법은 바로 추한 모습의 노파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주는 이중으로 걸려 있어 절반만 풀렸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여인은 하루의 반은 노파로, 나머지 반은 미녀로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여인이 거웨인 경에게 물었다.

"당신은 낮의 아름다움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밤의 아름다움을 원하시나요?"

"나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여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남아 있는 절반의 마법도 풀려났다. 이제 여인은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아서 왕의 이야기에는 부부 관계의 지혜가 담겨 있다. 배우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부부관계는 서로에게 노파처럼 추한 모습이 되고, 배우자를 존중할수록 부부관계는 미녀처럼 아름다워진다. 가족은 서로에게 존중받을 때 활짝 꽃을 피운다.

가족관계뿐이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하며, 이를 존중받을 때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존중받는 것’은 우리 사회를 행복으로 이끄는 믿음직한 안내자이다.

 

수수께끼 2. 고대 음유시인의 수수께끼 - 사회적 관계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문화역사가 호이징가는 수수께끼를 체계적 지식의 가장 중요한 전신으로 생각한다. 수수께끼의 규칙은 논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조상들이 간직할 필요를 느꼈던 사실적 지식을 전수하는 역할을 했다. 다음 운문은 웨일즈 지방의 음유 시인들이 읊었던 것이다.

 

무엇인지 알아맞혀 보세요.

노아의 홍수 이전부터 있던 것인데

살도 없고, 뼈도 없으며,

정맥도 없고, 피도 없는 것,

머리도 없고, 발도 없지요, ...

들에도 있고, 숲에도 있는데 ...

손도 없고, 발도 없어요.

또한 넓기는

지구 표면만큼 넓답니다.

이것은 태어난 것도 아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

 

이 수수께끼의 답은 ‘바람’이다.

답을 알고 나면 ‘아! 그렇구나’하고 무릎을 치지만 답을 알기 전에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50+세대의 사회적 관계는 바람과도 같다. 가족관계가 나무의 뿌리이자 본체라면 사회적 관계는 나뭇가지와 잎과 열매라고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잎이 지기도 하고 열매를 맺기도 한다. 사회적 관계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이합집산하기도 한다.

 

수수께끼 3. 어린 왕자의 수수께끼 - 내면의 여행을 떠나보자

어린 왕자가 소행성 330호에서 지리학자의 말을 믿고 지구를 찾았다. 그는 사람 하나 없는 지구 모습에 놀라며 행성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두려워한다. 모래 속에서 꿈틀거리는 뱀을 보고 뱀과 인사를 나누지만, 그는 뱀에게서 아무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고 여겼다.

어린 왕자의 마음을 간파한 뱀은 어린 왕자 발목을 휘감으며 날카로운 지혜와 능력을 암시하는 선문선답을 하며 자비심을 베푼다. 뱀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는 왕의 손가락보다 강하고 지혜롭기에 어린 왕자를 누구보다 더 멀리 데려갈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을 건드리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가 나온 땅으로 되돌려 보낸다고.

고대 문명에서 뱀은 지혜로움과 변화에의 의지를 상징한다. 뱀은 어린 왕자에게 ‘기존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뱀은 해마다 한 번 이상 허물을 벗는다. 만약 허물을 벗지 못하면 비늘이 단단하게 굳어 버려 결국 죽게 된다.

50+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변화이다. 뱀이 허물을 벗어야 생존할 수 있듯이 우리도 ’지금의 나‘를 버리지 않으면 내가 가고 싶은 이상향에 도달할 수 없다. 가족관계와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이기적인 감정이고, 자아의 모순 속에 숨어 있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환경에 길들여지고 타협에 익숙해진 ’나’일 뿐이다. 이는 ’진정으로 되고 싶은 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50+세대가 ‘미지의 나’를 향해, ‘진정으로 되고 싶은 나’를 향해 머나먼 ‘내면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