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위기와 신조어
황혼이혼이란 말이 유행하더니, 졸혼이 몇 년 전부터 급속하게 회자하고 이제는 듣고 말하기 익숙합니다. 황혼이혼은 199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로 결혼생활 20년 이상된 부부가 이혼한 경우를 말하나 흔히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유지한 50대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말합니다.
졸혼(卒婚)은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자유롭게 각자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결혼 형태입니다. 결혼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황혼이혼과 차이가 있습니다. 대개 부부 사이에 오랫동안 문제가 지속하여오다 퇴직이나 은퇴, 자녀의 독립 시점에 촉발됩니다.
夫源病(부원병)이 있습니다. 퇴직이나 은퇴한 남편의 잔소리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아내의 병으로 일본 오사카쇼인여대 이시쿠라 후미노부 교수가 이름 붙였습니다. 은퇴한 남편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 이명, 불면증으로 나타납니다.
모두 이웃나라 일본에서 건너온 신조어지만 현상은 한국도 비슷합니다.
통계청 2018년 인구 동향자료에 의하면 70세 이상 남성의 이혼 비율은 2000년 570명에서 지난해 3,777명으로 6.6배나 증가했고, 90세 넘어 이혼하는 경우도 2015년 12명, 2017년 14명, 지난해 1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과만 보면 중장년기부터 시작해 노년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결혼 시점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서 쌓인 갈등이 부원병이나, 졸혼, 황혼이혼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성향, 변화, 관점 이야기
추운 겨울인데도 짧은 치마 입기를 고집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은 더운 여름인데도 외출 시 평상복을 권유하는 아내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슈트만을 입습니다. 남편은 50세가 넘은 중년이 되어서야 슈트 입기는 연중행사 정도입니다. 아내 치마에 냉소적이던 남편은 장성한 딸이 입는 미니스커트는 예쁘고 자신감 있어 보인다며 칭찬합니다. C씨 가정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환경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람은 변화합니다. 보는 시각과 관점이 달라지면 같은 상황이나 내용이 다르게 보입니다.
C씨는 자신과 다른 아내의 성향을 못 견뎌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켰고, 아내 또한 남편에게 자기주장을 강하게 관철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갈등이 일어나면 아내 탓으로 돌리고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런 C씨를 아내는 외면했습니다.
C씨는 세 자녀를 잘 가르쳐 보겠다고 훈육과 체벌로 양육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자녀도 뜻대로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자녀들도 각자 다른 자기만의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만의 양육방식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 부부 사이에 성향 차이로 겪는 갈등, 자녀 양육과정에서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아 겪은 어려움에 공감하는 비슷한 가정들이 있습니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C.G.Jung 1875~1961)은 20년간 연구를 통해 인간의 선호성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선호하는 것이 있어 질서정연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 개개인 선호성은 선천적이다.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말이죠.
중년을 넘어서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시기가 지나며 변화가 일어납니다. 갱년기 신체 변화, 퇴직이나 퇴직 종용을 받을 때 심리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자녀 양육과 교육이 끝나가고 독립이나 결혼 등으로 가족 간의 정서적 변화가 다가옵니다.
이때는 성향 차이로 일어난 갈등이 아닌 남편의 사회적 변화, 성 역할 문제, 아내의 개별화 영향으로 새로운 양상의 갈등이 노출됩니다.
심리학자 댄 길버트(Daniel Gilbert, 하버드대 심리학자)는 사람은 나이의 변화에 따라 가치가 바뀌며 성격도 바뀌어 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과소평가합니다. 자신의 변화는 인식하지 못한 채 완성품이라고 잘못 생각하며 상대방의 변화만을 탓한다는 것이죠. 시간의 흐름은 선호도, 성격, 가치, 친구, 아내, 남편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삶에서 불변하는 유일한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상대뿐만이 아닌 나에게도 적용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standpoint), 자신의 견해(viewpoint)에서만 보려고 합니다. 똑같은 상황임에도 어떤 프레임을 통해 상황을 인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프레임의 법칙입니다. 부정의 창으로 보느냐 긍정의 창으로 보느냐,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의 창으로 보느냐, 사랑의 창으로 아니면 미움의 창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내의 짧은 치마에 불만인 남편 C씨는 장성한 딸의 미니스커트는 자신감 있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아내의 성향이 불만이었던 남편은 성공한 아내의 직장생활에는 매우 만족해합니다. 다른 각도 다른 창으로 보면 달라집니다. 부분으로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면 보지 못한 좋은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이해와 수용, 그리고 인정
꽃과 과일이 고유의 향과 맛을 지녔듯이 인간 개개인도 타고난 고유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고유한 향과 맛이 있음을 알게 되면 타인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자녀 키우느라 못 보거나 외면한 것입니다.
성향 차이로 갈등 가운데 있는 부부라면 자신이 가진 성향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먼저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수용하십시오. 그러면 상대방 성향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 이해와 수용이 먼저입니다. 외면하거나 버려두면 부원병, 졸혼, 황혼이혼이 걸림돌이 되어 중년 이후에 가정의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도 변하고 상대도 변합니다. 인정하고 받아들면 됩니다. 아내는 남편이 돈을 못 벌어 온다고, 힘 빠졌다고 무시나 폭언, 소외시키지 마십시오. 남편은 잔소리하지 마시고 아내 외출 따지지 마세요. 이제 아내도 자신을 찾는 것입니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남편 모습도 썩 괜찮아 보입니다. 변화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관점을 전환하고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고, 지금만 보지 말고 신혼 때도 기억해보고, 아내는 남편이 잘 못 하는 음식이지만 열심히 하려는구나 하고, 남편도 아내가 그동안 살림과 육아와 남편 챙기느라 얼마나 애쓰셨습니까. 좀 놔 주세요. 배우자가 편안하고 행복해하면 그 과실은 누가 따 먹습니까? 아내와 남편, 바로 나입니다.
성향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해하며 새로운 관점, 전체를 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해 보십시오. 30년 전, 40년 전으로 돌아가 제2의 신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